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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마르코와 함께 떠나는 복음 여행: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마르 9,7)

7131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06-21

[마르코와 함께 떠나는 복음 여행]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마르 9,7)

 

 

‘아니, 왜? 예수님께서 왜 죽으셔야 하는 거지?’ 예수님께서 갑자기 당신이 곧 죽게 될 것이라 말씀하십니다. 앞으로 당신이 겪게 될 수난과 죽음을 제자들은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것도 갈릴래아 주변에서 퍼져나가는 스승님의 명성을 생각할 때 그런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최근 몇몇 율법 학자들과 헤로데 당원들과 마찰을 빚으셨지만, 그 때문에 죽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지나친 비약으로만 들립니다. 괜한 공명심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예수님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했기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베드로는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며 스승님의 말씀에 흥분을 감추지 않고 반박합니다. 하지만 ‘사탄아 물러가라!’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베드로는 예수님에게 혼쭐이 났습니다.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왜, 왜 예수님께서 죽으셔야 하는데!

 

엿새가 지났습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 그리고 요한을 데리고 높은 산으로 가십니다. 정상에 다다랐을 때,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거룩한 모습으로 변하셨습니다. 너무나 놀란 제자들은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그런데 더 말문을 막히게 만든 것은 그 다음이었습니다. 어떤 두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누굴까? 이야기를 들으며 그 두 사람이 이스라엘 민족의 거룩한 조상이며 예언자인 모세와 엘리야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말도 안 되는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아! 이 얼마나 놀라운 순간인가! 율법과 예언서를 아우르는 두 분과 함께 우리 스승님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니!

 

“스승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9,5) 베드로의 떨리는 음성이 들려옵니다. 심지어 초막 셋을 지어 스승님과 모세, 엘리야를 모시고 싶다는 얼토당토않은 말까지 내뱉습니다. 그때, 갑자기 구름이 몰려와 그들을 덮더니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라는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구름이 걷히고 맑은 하늘이 나타납니다.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단지 예수님만 그들 곁에 남아계셨습니다.

 

잠시 꿈을 꾼 것일까? 이토록 황홀한 순간이 왜 펼쳐진 것일까? 마르코는 그 이유에 대해 어떤 자세한 설명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자들은 알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셨을 때와 마찬가지로 성령의 활동을 드러내는 구름이 그들을 덮고 성부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당신의 사랑하는 아들이라 밝혀주신 이 사건은 분명 제자들의 뇌리에 깊이 새겨졌을 것입니다. 그리고 훗날 예수님께서 죽음을 이기고 승리하셨을 때, 부활의 빛 안에서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무엇을 보여주려 하신 것인지 온전히 깨닫게 될 것입니다. 태초부터 하느님과 함께 계셨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결코 죽음으로 끝장나는 것이 아니라, 부활을 통해 그분의 신성을 드러내실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부활의 기쁨에 취해 초막을 짓고 안주하려는 나약함을 보이지 말고,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라는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이제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살고 그분의 복음을 온 세상에 선포해야 하는 때가 되었음을 제자들은 깨닫게 될 것입니다.

 

[2024년 6월 16일(나해) 연중 제11주일 서울주보 4면, 이영제 요셉 신부(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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