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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성경, 하느님의 말씀: 머지않아 떠나야만 하는 것들을 격렬히 사랑하라

7206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07-10

[성경, 하느님의 말씀] 머지않아 떠나야만 하는 것들을 격렬히 사랑하라

 

 

‘손에 쥐다’ ‘손에 넣기 위해 무언가를 한다’와 같은 표현에서 드러나듯이, 손은 인간의 소유를 가리키고 표현합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소유한다면 그 정도를 논함에 있어서 만인에게 공평하고 정당한 선이 있을까요? 손에 쥐려고 하는, 소유하려 드는 우리의 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문제 삼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스라엘의 현인들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지요. 품팔이꾼은 자기 일에 대한 정당한 삯을 받기 위해 고역과 고통으로 그득한 인생을 살며(욥 7,1-6) 지혜로운 이는 자기의 결실을 어리석은 이에게 무상으로 넘겨주기도 합니다(코헬 2,12-26). 말하자면, 이 세상에서는 정당하다 여겨질 수 있는 소유조차도 영원하지 않으며 무의미하게 스러져 갑니다. 그 자체로 유한할 수밖에 없는 소유가 인간 본연의 한계에 대한 또 하나의 표현인 셈입니다.

 

한편으로, 이 본연의 한계에 머무르지 못하는 것 또한 우리의 모습입니다. 내 분수에 맞지 않는 과도한 무언가를 손에 쥐려 드는 것, 끝없이 팽창하는 소유욕. 이를 표현함에 있어 마르 1,32에 나오는 질병과 마귀에 관련된 표현들을 차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말 ‘병든 이’ ‘마귀 들린 이’로 번역된 그리스어는 “병을 소유한 이” “마귀에 소유당한 이”로 직역될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과도하게 손에 쥐려 하다 보니 병까지 손에 쥐는 것, 그러다 마귀의 손에 스스로를 넘겨주는 것, 이것이 한계를 상정하지 않는 소유의 결말이라 하겠습니다.

 

“다음 날 새벽 아직 캄캄할 때, 예수님께서는 일어나 외딴곳으로 나가시어 기도하셨다.”(마르 1,35) 주님의 기도하시는 손은 병까지 손에 쥐려 들고 마귀의 손도 잡는 우리의 손과 다릅니다. 주님의 기도 손은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는 하느님의 손이면서 동시에 한없이 비어있을 수밖에 없는 손입니다. 세상 창조와 당신 백성 이스라엘의 구원을 이끄신 아버지 하느님의 전능한 손을 닮아 있지만 동시에 그 전능하심을 세상의 구원과 복음화에 모두 내주시는 손이기 때문입니다(마르 1,38-39). 이러한 당신 손이 극명하게 드러난 자리가 십자가상입니다. 못에 관통 당한 그분의 구멍 난 손은 그 무엇도 움켜쥘 수 없는 손이지만, 바로 그 손이 죄에 물든 온 세상과 인류를 감싸 안으시고 포용하십니다. 무한히 비우시기에 무한히 지니실 수 있는 당신 손의 신비는 그저 소유하려 들며 병들게 되고 그로 인해 신음하는 우리의 손을 펴서 편안하고 자유롭게 하십니다.

 

이러한 주님의 손을 맞잡는 일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전적인 무소유를 지향하면 되는 것일까요? 우리에게는 각자 분수에 맞게 소유할 수 있는 무언가가 주어집니다. 더 나아가, 우리의 작은 손에는 누군가를 담아내야 할 당위와 책임이 부여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자기 손에 쥐어져 있는 존재를 한없이 아끼고 사랑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지금 자기 손에 쥐어진 존재조차도 언젠가는 수증기처럼 떠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이 떠남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구속을 야기하는 순간, 우리의 손은 병과 마귀를 움켜쥐게 되겠지요. 수난 길에 들어서시는 주님을 꼭 붙들어 두려 했고 그로 인해 사탄에 비견된 베드로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오릅니다(마태 16,21-23).

 

16~17세기의 시인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73번 행 마지막 구절입니다. “머지않아 떠나야만 하는 것들을 격렬히 사랑하라.” 우리의 손이 주님의 손을 닮아 한없는 자유 가운데에 있는 격렬한 사랑을 표현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2024년 6월 16일(나해) 연중 제11주일 가톨릭마산 8면, 조우현 십자가의 요한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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