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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예언자는 고향에서 존경받지 못한다

7208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07-10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예언자는 고향에서 존경받지 못한다

 

 

예수님께서는 “예언자는 어디에서나 존경받지만 고향과 친척과 집안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한다.”(마르 6,4)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 말씀은 예수님의 유년기 고향인 나자렛의 회당에서 있었던 일(루카 4,16-30)을 떠올리게 합니다. 나자렛 회당에서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늘 하시던 대로 회당에 들어가시자 이사야의 두루마리가 그분께 주어졌습니다. 예수님께서 이를 봉독하신 뒤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21절) 하시니, 마을 주민들이 처음에는 그 은총의 말씀에 놀라며 감탄하지요. 하지만 이내 그들은 어릴 때부터 보아온 “요셉의 아들”(22절)이 무슨 권위로 그런 말을 하느냐며 의심하고 분노해 예수님을 벼랑까지 끌고 가 떨어뜨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하게 ‘예언자는 고향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미 구약 시대에 보여준 이가 있습니다. 바로 기원전 7-6세기 활동한 예레미야입니다. 예레미야의 고향은 아나톳인데요(예레 1,1), 예레미야도 아나톳인들에게 죽음의 위협을 당했습니다(11,18-23). 주님의 이름으로 전한 그의 메시지가 아나톳인들에게 못마땅하게 들리기도 했겠지만, 아마 혼인도 안 하고 평생 홀로 사는 예레미야(16,2)가 집안과 고을의 명예를 실추시킨다고 여긴 탓도 컸을 것입니다.

 

예레미야와 예수님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죄 없이 타인을 위해 고통을 감내한 점, 독신을 유지한 점, ‘강도들의 소굴’처럼 타락한 성전을 꾸짖고 그 파괴를 예언한 점(예레 7,11.14; 마태 21,13; 23,37-39 등)이 그렇습니다. 자신이 전한 메시지 때문에 재판에 넘겨져 사형 선고를 받게 된 점도 같습니다. 구약 시대에 종교 지도자들이 예레미야의 성전 파괴 예고를 듣고 분노해 그를 사형에 처하려 했다면(예레 26,8-9.11), 신약 시대에 유다 기득권층은 예수님을 최고의회와 빌라도에게 넘겨 십자가형을 선고 받게 하였습니다(마태 26,57-66; 27,1-2.11-26). 이때 예수님께서 고발당하신 이유 가운데 하나도 성전을 두고 하신 말씀(61절)이 신성모독으로 여겨졌다는 점에 있습니다.

 

거짓 증언을 해서라도 예레미야를 해치려 한 구약 시대 기득권층의 음모(예레 18,18: “혀로 그를 치고”)는 신약 시대 종교 지도자들이 간교한 말로 예수님께 올가미를 씌우려 한 일(마태 22,15)에서 되풀이됩니다. 예레미야가 자신을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순한 어린 양”에 견준 예레 11,19은 ‘고난받는 주님의 종’에 대해 말하는 이사 53,7에 반영되고, 사도 8,32.35에서는 예수님과 연결되기에 이릅니다. 이런 공통점을 감안하면, 카이사리아 필리피 지방에서 예수님이 당신을 “누구라고들 하느냐?” 하고 물으셨을 때, 제자들이 “예레미야”를 언급한(마태 16,13-14) 배경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예언자는 고향에서 존경받지 못한다.’ 이는 우리가 오랜 세월 쌓아 올려 자신 있게 내세우는 지식이 오히려 자신을 속이고 남도 해칠 수 있음을 깨우쳐 주는 말씀이라 하겠습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4년 7월 7일(나해) 연중 제14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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