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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성경에 빠지다80: 에페소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7212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07-10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80) 에페소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그리스도 사랑으로 새 삶을 살아야

 

 

- 에페소서는 하느님의 구원 신비가 그리스도를 통해 실행되었고 교회 안에서 완성된다고 가르칩니다. 그리고 이미 구원된 그리스도인들은 옛 인간의 생활을 버리고 사랑을 기반으로 한 새 인간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에페소 고대 유적지 전경.

 

 

에페소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이하 에페소서), 콜로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이하 콜로새서),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보낸 둘째 서간, 티모테오에게 보낸 첫째·둘째 서간, 티토에게 보낸 서간을 ‘제2 바오로 서간’ 또는 ‘바오로의 차명 서간’이라 합니다. 제2 바오로 서간 또는 바오로의 차명 서간은 바오로 사도의 친서와 표현이나 신학 사상에 유사한 점이 많지만, 바오로를 따르던 제자들(‘바오로 학파’)이 바오로의 이름으로 저술한 서간들입니다. 신약 성경이 저술되던 고대 로마 시대에는 이처럼 자신이 쓰는 글에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 차명으로 글을 쓰는 경우가 흔했다고 합니다.

 

에페소서는 바오로 사도가 이 서간을 썼다고 명기하고 있습니다.(1,1; 3,1) 이런 근거로 신약 성경 정경이 성립될 시기인 2세기 중엽에 저술된 마르키온과 무라토리 경전 목록은 에페소서를 바오로 사도의 서간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18세기 말엽 이후 신약성경 양식과 문헌 비평에 대한 학문이 발전하면서 성경학자들 사이에서 바오로 사도의 에페소서 친저성에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50여 개에 달하는 어휘가 바오로 사도의 서간 중 에페소서에만 사용되고 있고, 그리스도와 교회 등에 관한 가르침이 다른 바오로 사도의 서간과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에페소서를 비롯한 ‘제2 바오로 서간’은 친저성 여부를 떠나 초대 교회 때부터 지금까지 바오로 사도를 통해 전해진 하느님의 말씀, 곧 성경으로 받아들여져 오고 있습니다. 이에 헬라어 신약 성경은 ‘Προs Εφεσιουs’(프로스 에페시우스),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는 ‘Ad Ephesios’,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펴낸 우리말 「성경」은 ‘에페소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으로 표기합니다.

 

에페소서는 콜로새서보다 나중에 쓰였습니다. 그래서 저술 시기를 70년 이전으로 잡을 수 없습니다. 또 로마 제국 도미티아누스 황제(재위 81~96)가 치세 말기에 그리스도인을 박해해 소아시아 교회들에 큰 위기가 닥쳤는데(요한 묵시록 참조) 이에 관한 언급이 에페소서에는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100~110년 사이에 쓰인 안티오키아의 이냐시오 성인 편지들에 에페소서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성경학자들은 80년에서 90년 사이에 에페소서가 쓰였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리고 에페소서와 콜로새서의 긴밀한 관계를 고려해 에페소 주변에서 쓰였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에페소서는 콜로새서와 필리피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필레몬에게 보낸 서간과 함께 ‘옥중 서간’이라 불립니다. 바오로 사도가 감옥에 갇혀(3,1; 4,1; 6,20) 동료들과 지내면서 자신의 처지를 알리기 위해 티키코스를 에페소와 콜로새 교회로 보내고(6,21-22; 콜로 4,7-8), 순교 전 로마 감옥에 있을 때 필레몬에게 편지를 써보냈기 때문입니다.

 

에페소서는 모두 6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크게 ‘교리’(1-3장)와 ‘권고’(4-6장) 부분으로 나뉩니다. 에페소서는 유다계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와 이방계 그리스도인으로서 ‘여러분’으로 구분됩니다. 에페소서는 교회 일치와 단일성을 드러내기 위해 그리스도께서 우리와 여러분을 ‘새 인간’으로 만드셨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옛 인간의 옛 생활에서 벗어나 새 인간의 새 생활을 실천해야 하며 새 생활의 규범은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는 것이라고 가르칩니다.

 

에페소서의 중심 주제는 ‘신비’라고 불리는 ‘하느님의 구원 계획’입니다. 이 구원 계획은 창조 이전 영원의 차원에서 미리 결정돼 인류의 역사가 흘러오는 동안 가려져 있다가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실행됩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구원 행위, 곧 새로운 창조가 실제로 이뤄지는 곳은 바로 ‘교회’입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인 동시에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하느님의 계시는 그리스도인들의 교회 안에, 그리고 교회를 통해 주어집니다. 하느님의 구원 계획은 천상 영역에까지 반향을 일으킵니다.(1,22; 4,8-10) 따라서 교회는 하느님의 ‘신비’를 명백히 드러내고 구원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실체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이미 구원을 받은 이들입니다.(2,8) 세례를 받은 이들은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여 영광 속에 들어간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옛 생활을 버리고 새 생활 방식에 따라 살아가야 합니다. 그리스도를 옷처럼 입어야 하고(4,17-31) 하느님을 본받아야 하며(4,32-5,2), 어둠을 벗어나 빛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5,3-20) 하느님과 그리스도를 본받음(4,31-5,2)은 사랑의 태도로 드러납니다. 사랑의 태도는 친절·자비·용서와 자신을 내어줌이라고 합니다.

 

에페소서는 또 “그리스도를 경외하는 마음으로 서로 순종하십시오”(5,21)라고 권고합니다. 특히 그리스도인 혼인의 품위를 그리스도께서 교회에 베푸시는 사랑의 신비로 투영합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교회를 위해 당신 자신을 바치신 것처럼 부부는 서로 사랑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그러면서 모든 일에 언제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리라고 권고합니다.(5,20)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7월 7일, 리길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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