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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성경, 하느님의 말씀: 목자는 자기 양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요한 10,3)

7247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07-23

[성경, 하느님의 말씀] 목자는 자기 양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요한 10,3)

 

 

하느님께서는 말과 존재의 합일을 이루십니다. 이는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말씀하시니 온 피조물이 있다는 창조 이야기를 통해서 잘 드러나는 바입니다. 그분의 말씀이 온 세상의 존재를 지탱할 뿐만 아니라 존재 그 자체인 셈입니다. 유다인들에게 이는 지당한 현실입니다. 예를 들어, 그들이 사용하는 히브리어 다바르는 ‘말’이라는 뜻과 ‘일(event)’ ‘것(thing)’이라는 뜻을 동시에 지님으로써 신적인 영역에서 벌어지는 말씀과 존재 사이의 합일을 가리킵니다. 이렇게 말과 존재가 하나를 이루는 거룩한 현실의 절정에 안식일이 있습니다. 일곱째 날 창조 사업의 완성을 하느님께서는 ‘멈춤’으로 수행하십니다. 하느님의 창조적 멈춤은 인간에게 주어지는 생명의 원천이자 완성입니다. 우리 본연의 존재는 자기 생각과 말과 행위와 서로 괴리되기를 멈추고 한 몸을 이룸으로써 비로소 깊이 살아 숨 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인간의 현실에는 말과 존재 사이의 괴리가 만연합니다. 또 하나의 창조 이야기에서 아담이 피조물들의 ‘탄생 후에’ 각자의 이름을 부여한 것과 같이(창세 2,19-20 참조), 현실 속 우리 본연의 존재는 자기를 온전히 불러주는 말을 늘 ‘후천적으로’ 기다리고 갈망합니다. 말과 존재 사이의 괴리가 심해지면 심해질 수록 인간은 불에 타는 듯한 고통 속에서 땀 흘리며 일하게 됩니다. 존재 그 자체인 하느님 말씀을 어긴 결과로 아담이 받아들여야만 했던 실존이 또 다른 모양새로 실현되는 셈입니다(창세 3,17-19 참조).

 

하지만, 죄를 지은 아담에게 옷을 입혀 주시듯, 하느님께서는 말과 존재 사이의 괴리를 격화시키는 인간까지도 돌보십니다. 다시금 존재 그 자체와 합일을 이루고 있는 당신의 말씀을 내려주십니다. 이 말씀이 하느님 백성 이스라엘에게 있어서는 모세의 토라,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말씀 그 자체이신 주님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인간 존재는 하느님과 이스라엘 사이의 유일무이한 예언자가 전하는 말씀, 더 나아가 하느님과 모든 사람 사이의 유일무이한 중재자이신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깊은 위로를 얻습니다. 수많은 시편들이 죄인을 비롯한 당신 백성을 쉬게 하시는 하느님을 노래하는 이유요(요한 10,3) 이 양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다 불러 주시는 목자이신 주님을 전하는 까닭입니다. 말과 존재 사이의 괴리로 인해 막연한 고통 가운데 놓이는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 안에 머무를 때 참된 안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수많은 말들 가운데 오직 하느님 말씀에 맞닿아 있는 말들만이 우리 존재를 온전히 불러주고 그로써 제자리를 찾아가게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괴리되고 있는 우리의 말과 존재를 주님 안에서 쉴 수 있게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모세가 하느님 말씀으로 세운 구원의 도구를 우상 숭배의 표상으로 전락시킨 이들이 있었고(민수 21,4-9; 2열왕 18,4 참조) 말씀 그 자체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몰이해하고 떠나버린 제자들이 있었듯이, 말과 존재 사이의 괴리는 쉽게 극복되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이들이 말과 존재 사이의 거리를 자기 힘으로 좁힐 수 있다 자부했고 지금도 그렇게 스스로를 우상으로 세워대고 있습니다. 거짓을 토대로 세워진 현실의 한계는 창세기 3장의 아담이 겪어야 했던 고통, 외로움 등으로 여실히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말과 존재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매개이자 상징으로 우리 삶에 주어지시는 하느님 말씀을 끊임없이 찾아야 하겠습니다. 특별히 하느님 말씀과 온전히 합일됨을 받아들이셨던 어머니 마리아의 전구를 청하며, 말씀 그 자체이신 분을 받아 안으신 성모님의 품 안에서 평온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2024년 7월 21일(나해) 연중 제16주일(농민 주일) 가톨릭마산 8면, 조우현 십자가의 요한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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