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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마르코와 함께 떠나는 복음 여행: 섬기는 사람, 모든 이의 종이신 예수 그리스도(마르 10,35-45)

7311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08-13

[마르코와 함께 떠나는 복음 여행] 섬기는 사람, 모든 이의 종이신 예수 그리스도(마르 10,35-45)

 

 

갈릴래아에서 얼마나 멀리 왔을까? 예루살렘에 가까워질수록 제자들의 마음속에는 두려움과 기대가 뒤엉켜만 갑니다. 이미 갈릴래아를 중심으로 복음을 선포하시면서 예수님께서는 율법 학자들과 헤로데 당원들에게 정치적으로 위협적인 인물로 드러났기 때문에, 그들이 어떠한 정치적 계략으로 자신의 스승을 해하려 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 스승님은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잡혀 사형을 선고받고 비참하게 죽게 될 것이라고 벌써 세 번이나 말씀하시니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기적을 일으키신 예수님의 놀라운 권능으로 사람들을 모아 잔혹한 로마제국의 압제를 물리치고 민족의 진정한 정치적 자유를 얻게 될 것이라는 희망이 그들의 귓가에서 소곤거립니다.

 

제자들이 이런 생각에 발걸음을 옮기던 순간 갑자기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님께 청을 드립니다. “스승님께서 영광을 받으실 때에 저희를 하나는 스승님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게 해 주십시오.”(마르 10,37) ‘이런 약아빠진 사람들을 보았나.’ 다른 제자들은 불쾌한 마음을 감추지 않고 두 사람을 쏘아붙입니다. “너희가 뭔데 우리는 빼놓고 스승님께 높은 자리를 달라는 것이냐. 너희 형제만 스승님의 제자냐?”

 

이미 그들 가운데 서열을 다투며 논쟁을 벌이다가 스승님의 마음을 아프게 했음에도(마르 9,33-37 참조) 제자들은 아직도 예수님의 가르침을 잘못 이해하고 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삶으로 또 말씀으로 그동안 수도 없이 가르치셨지만, 제자들은 당신이 겪으셔야 할 수난과 죽음이 무엇을 뜻하는지, 또 그 끝에 어떤 영광이 자리하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자들은 자신의 스승이 지상에서 메시아의 왕국을 세울 것이고, 그때가 되면 권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높은 자리만 차지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섭섭함, 아니 답답한 마음마저 드셨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다시금 제자들을 다독이며 가르치십니다. “너희는 너희가 무엇을 청하는지 알지도 못한다.”(마르 10,38) 그러면서 당신이 받아야 하는 잔, 당신이 받으셔야만 하는 세례를 받을 수 있냐고 물으시자, 야고보와 요한은 “할 수 있습니다.”(마르 10,39)라고 장담합니다. 과연 두 제자는 스승님의 말씀을 올바로 이해한 것일까요?

 

예수님께서 마시는 잔과 세례는 인간을 구원하시려는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순명으로 겪게 될 그분의 수난과 죽음을 상징합니다. 이는 세속적인 영예와 영광이 아닌 오로지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면서 겪어야 할 고통입니다. 대답은 시원하게 잘했지만, 두 제자는 이를 온전히 깨닫지 못한 듯합니다. 다른 제자들이라고 해서 나을 것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 그들에게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오히려 당신이 영광스럽게 부활할 때, 당신이 온 삶으로 보여주신 사랑으로 다른 이를 섬기고 다른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고. 그렇게 사랑으로 완전히 자신을 내어줄 때, 비로소 하느님 안에서 진정 높은 사람, 첫째가 되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사랑으로 섬기고 서로에게 낮은 자가 되겠다고 결심하면서도 늘 높은 자리, 영예로운 자리, 힘을 휘두를 수 있는 자리만을 원하는 우리를 보시고 예수님께서는 지금 어떤 마음이실까요?

 

[2024년 8월 11일(나해) 연중 제19주일 서울주보 4면, 이영제 요셉 신부(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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