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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성경 속 기도 이야기6: 삶의 무게에 허덕일 때 드리는 기도(민수 11,11-16)

7328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08-21

[성경 속 기도 이야기] (6) 삶의 무게에 허덕일 때 드리는 기도(민수 11,11-16)


하소연과 넋두리도 기도로 봉헌할 수 있음을

 

 

- 베르나르디노 루이니 <시나이산에서 모세의 기도>

 

 

이스라엘 백성을 이끄는 모세는 백성 및 자신을 시기하는 동기, 아론과 미르얌을 위해서(민수 11,2; 14,13-19; 21,7; 12,1-2.13) 주님께 탄원합니다. 그들은 “주님께 기도해 주십시오”(민수21,7; 12,11-12)라고 모세에게 청합니다. 모세는 하느님이 내리시는 벌이 멈추도록 중재 역할을 충실히 합니다. 하지만 백성은 이미 이집트를 탈출하기도 전에(탈출 5,21), 탈출하면서(탈출 14,11-12), 또 탈출하자마자(탈출 15,24;16,2;17,3) 불평을 늘어놓았고, 시나이산에서 하느님을 만난 뒤에도 백성의 불평은 그치지 않습니다.(민수 11,1-6.10)

 

급기야 백성들의 성화에 탈진한 모세는 하느님께 하소연합니다. “어찌하여 당신의 이 종을 괴롭히십니까? 어찌하여 제가 당신의 눈 밖에 나서, 이 온 백성을 저에게 짐으로 지우십니까? 제가 이 온 백성을 배기라도 하였습니까? 제가 그들을 낳기라도 하였습니까? 그런데 어째서 당신께서는 그들 조상들에게 맹세하신 땅으로, 유모가 젖먹이를 안고 가듯, 그들을 제 품에 안고 가라 하십니까? 백성은 울면서 ‘먹을 고기를 우리에게 주시오.’ 하지만, 이 온 백성에게 줄 고기를 제가 어디서 구할 수 있겠습니까? 저 혼자서는 이 온 백성을 안고 갈 수 없습니다. 저에게는 너무나 무겁습니다. 저에게 이렇게 하셔야겠다면, 제발 저를 죽여 주십시오. 제가 당신의 눈에 든다면, 제가 이 불행을 보지 않게 해 주십시오.”(민수 11,11-15)

 

지칠 대로 지친 모세는 왜곡과 과장을 섞어 말합니다. 모세는 자신이 하느님의 눈에 들었음에도(탈출 33,12-13) 자신이 그분의 ‘눈 밖에 났다’(11,11)고 하고, 하느님이 자신에게 백성을 ‘유모가 젖먹이를 안고 가듯 품에 안고 가라’신다고(11,12) 넋두리하며 하느님의 능력을 의심하기까지(11,21-22) 합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곧바로 해결책을 마련해 주십니다. 일단 하느님은 이스라엘 원로 72명에게 영을 내리시어 모세의 짐을 나눠서 지게 하시고(11,16-17.24-30) 고기를 내려 주십니다.(11,18-20.31-33) 적게 거둔 사람이 열 호메르(대략 2000~3000리터)의 메추라기 고기를 모았을 정도로 하느님은 당신의 헤아릴 수 없는 능력을 다시 한번 보여주십니다.

 

백성은 하느님을 무시하면서 종살이하던 이집트에서의 삶을 그리워했습니다.(민수 11,4-6.10) 민수기 11장의 이야기는 단순한 음식 문제가 아니라 하느님과 함께 자유를 누릴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의 삶을 택할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문제입니다. 벌하시는 하느님은 용서하시는 하느님 상에 배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사람이 하느님 없이 온전한 삶을 누릴 수 없음을 우회적으로 보여줍니다.

 

우리는 소진한 삶, 번아웃 증후군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합니다. 모세의 기도는 그러한 상황에서 하느님께 하소연하는 것이 효용이 있음을, 아니 꼭 필요함을 보여줍니다. ‘사는 것이 힘들다’고, ‘자신의 십자가가 너무 무겁다’고 하느님께 넋두리하면 당장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무거운 짐과 걱정이 가벼워짐을 느낄 수 있고, 하느님은 나의 어려움을 이해해 주는 이를 보내 주십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이해해 주시고 무거운 짐을 덜어 주시는 분입니다. 화가 치밀고 미움이 끓어오를 때 우리는 그에 걸려 넘어질 것이 아니라 우리의 짐을 그분의 십자가 앞에 가져가며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합니다. 하느님은 비록 그것이 내 눈에 가려져 있더라도 내가 갈 길을 알고 계시고, 나를 위한 계획을 가지고 계십니다. 욕심과 불평이 아니라 생명, 건강, 소중한 사람들과 같이 하느님께서 내게 베푸신 선물이 우리 마음을 채울 때 우리는 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가톨릭신문, 2024년 8월 18일, 신정훈 미카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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