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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성경, 다시 보기: 물고기와 생선

7372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09-04

[성경, 다시 보기] 물고기와 생선

 

 

우리말 사전에 물고기를 찾으면, “어류에 속하는 척추동물의 총칭”이라고 하고, 생선을 찾으면, “말리거나 절이지 않은, 물에서 잡아낸 그대로의 물고기”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기 전에, 몇몇 지인들에게 물고기와 생선의 차이에 대해 물어보니, 거의 다가 하는 말은, 물고기는 우리 말이고, 생선은 한자 말이다, 또는 물고기는 세 글자이고 생선은 두 글자이다. 물고기는 살아있는 것이고, 생선은 죽은 상태의 고기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저도 같은 생각을 가집니다. 물고기 하면 바다에 살든 민물에 살든, 살아서 펄쩍펄쩍 뛰는 물고기가 연상이 되지만, 생선 하면 시장통에서 아줌마들이 파는 염장한 고기든지, 북어처럼 말린 고기가 머리 안에 그려집니다. 이 말에 동의한다면, 글을 계속해 보겠습니다.

 

신약성서에서 물고기를 뜻하는 단어가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익흐튀스(ιχθυς)라고 하는데 19번, 네 복음서와 1코린토에 1번 언급되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옵사리온(οψαριον)이고 6번, 모두 요한복음에서만 언급됩니다. 성서 희랍어에서 물고기를 뜻하는 단어가 이렇게 두 가지로 나오니, 이것을 우리말로 번역할 때, 그냥 물고기로 번역할 것이 아니라, 구별하여 번역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빵의 기적 이야기를 보면, 공관복음에서는 모두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라고 하는데(마태오 14장; 마르코 6장; 루카 9장) 여기서는 다 같이 “익흐튀스”라는 단어가 씌어 있지만, 요한 복음에서는 “여기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라고 하는 대목에서, “익흐튀스”가 아니고 “옵사리온”이 씌어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 구별을 짓고자 “익흐튀스”는 물고기로 “옵사리온”은 생선으로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요한 21장에 일곱 제자들이 고기 잡으러 갔는데, 밤새 한 마리도 못 잡았습니다, 새벽녘에 예수님께서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고 하시자, 그들이 그물을 던져 너무 많은 물고기를 잡아 그물을 끌어 올릴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여기서 물고기는 “익흐튀스”입니다(6절). 그런데 “그들이 뭍에 내려서 보니, 숯불이 있고 그 위에 물고기가 놓여있고 빵도 있었다”라고 하는데, 숯불 위에 놓인 물고기는 “옵사리온”이라고 합니다(9절). 그리고 예수님은, “방금 잡은 고기를 몇 마리 가져오너라.”고 하시는데 여기서는 “옵사리온”이 사용되고 있습니다(10절). 그리고 베드로가 끌어 올린 그물 속에는 “백쉰세 마리의 큰 물고기”가 들어 있었다고 하는데, 이때는 “익흐튀스”가 사용되고 있습니다(11절). 요한 사도는 “익흐튀스”와 “옵사리온”을 구별하여 사용하는 데, 예수님은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정리를 해 보면, 빵의 기적 이야기에서 어떤 아이가 가진 그 물고기는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죽어서 구워져 있었거나, 소금에 절여,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일 겁니다. 그러면 요한 사도가 말했듯이, “옵사리온”은 물고기보다 생선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한 21장에서는 “익흐튀스”와 “옵사리온”이 다 같이 나오는데, 숯불 위에 놓인 고기는 “옵사리온”이라 하여 죽은 생선을 연상할 수 있겠으나, “방금 잡은 고기”에서는 “옵사리온”이라 하고, 베드로가 끌어올린 그물 속에 있는 고기는 “익흐튀스”라고 하니, 이 대목에서는 살아있거나 죽어있거나 상관없이, 즉 “익흐튀스”도 “옵사리온”도 모두 물고기를 뜻하고 있습니다. 두 단어의 사용이 엄격히 구별된다고는 할 수 없지만, 200주년 성서는 “익흐튀스”를 물고기로 “옵사리온”은 생선으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2024년 9월 1일(나해) 연중 제22주일(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가톨릭마산 8면, 황봉철 베드로 신부(성사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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