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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아카시아 나무

7396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09-10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아카시아 나무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광야에서는 물이 터져 나오고, 사막에서는 냇물이 흐르리라.”(35,6)는 말로 이스라엘 백성의 회복을 예고합니다. 이사 41,19에는 “광야에 향백나무와 아카시아, 도금양나무와 소나무를… 사막에 방백나무와 사철가막살나무와 젓나무를 함께 심으리라.”는 말씀도 나옵니다. 이는 이스라엘 백성이 곧 경험하게 될 구원이 ‘제2의 이집트 탈출’과 같으리라는 예언입니다. 이집트 종살이에서 풀려난 백성이 광야에서 전전하던 당시에 주님께서 그들을 인도하시고 갈증을 해결해주신 기적이, 바빌론 유배에서 해방되는 시대(기원전 6세기)에도 되풀이되리라는 것입니다. 바로 여기서 아카시아를 비롯한 여러 나무가 광야에서 자라나 백성의 귀향길을 축복할 거라는 신탁이 주어지는데요, 이때 우리는 하얀 꽃이 향기롭게 피는 아카시아가 향백나무, 도금양나무 등과 함께 자라나는 광경을 상상하게 됩니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아카시아라는 이름의 나무가 있지만, 성경에 언급되는 아카시아는 키가 크지 않은 관목으로 이름만 같을 뿐, 다른 나무입니다. 원래 아카시아는 광야에서 잘 자라는 나무인데, 히브리어로는 [시타]라고 합니다. 그 복수형 [시팀]은 성경에 지명으로도 종종 등장하는 단어입니다(민수 25,1 등).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이는 아카시아는 그 본래 이름이 ‘아까시’ 또는 ‘아카시’입니다. 학명은 ‘로비니아 슈도아카시아’(Robinia pseudoacacia)인데, ‘아카시아를 닮은’ ‘가짜 아카시아’라는 뜻입니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로서 생장 속도가 빨라 6.25 전쟁이 끝난 뒤 황폐해진 우리 산에 많이 심겼다고 합니다. 그런데 6.25 전쟁 이후 대규모 산림 녹화산업이 진행될 때 ‘가짜’(pseudo)라는 단어는 빠지고 ‘아카시아’로만 전해지며 그 명칭이 굳어진 것이지요.

 

우리나라의 아까시 나무와는 다른, 성경의 아카시아는 이집트 탈출기와 관련이 깊은 나무입니다. 십계명 돌판을 보관할 계약 궤를 제작할 때 쓰였을 뿐 아니라 광야 성막에도 이 나무가 주로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탈출 25-26장). 성막을 짓는 곳이 광야였으니, 광야에서 조달 가능한 목재를 택해야 했을 터입니다. 다만 아카시아는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줄기가 가늘고 비스듬하게 비틀려서 자랍니다. 그런데 성막 제작에 쓰인 널빤지의 크기는 열 암마나 되는 경우도 있었으니(탈출 26,16) 광야의 아카시아로는 만들기가 상당히 어려웠을 것입니다. 참고로, ‘암마’는 본래 ‘팔뚝’을 뜻하는 단어인데, 길이를 잴 때 사용되던 단위입니다. 팔꿈치부터 가운데 손가락까지의 길이로서, 한 암마는 43센티미터 정도입니다. 굵지도 곧게 자라지도 않는 아카시아 나무를 깎고 다듬어 널빤지로 제작하는 데 백성이 들였을 수고와 노력이 얼마나 대단했을까요.

 

한편, 이렇게 목재가 되기 어려운 아카시아 나무가 계약 궤와 성막의 재료로 귀하게 쓰였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줍니다. 바로 나 자신이 아무리 작고 하찮게 여겨지더라도 주님 눈에는 훌륭한 도구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4년 9월 8일(나해) 연중 제23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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