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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주님께서 당신의 영을

7446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10-01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주님께서 당신의 영을’

 

 

예루살렘의 시온산에는 성령강림을 기념하는 경당이 있습니다. 2,000년 전 오순절에 성령께서 불꽃 모양의 혀처럼 내려와, 바벨탑 사건 이후 다른 언어로 갈라진 이들이 서로의 말을 알아듣게 된 과정을, 그래서 모두가 한 목소리로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게 된 신비를 보여주는 성지입니다. 베드로는 성령강림 때, 요엘서의 예언이 성취되었음을 알리는 설교를 합니다(사도 2,1-36).

 

베드로가 언급한 예언은 요엘서 3장입니다. 과거에는 특정인에게만 주어지던 성령이 이제는 ‘백성 전체’에게 내려 남녀노소, 자유인과 종을 막론하고 모든 이가 예언자처럼 되리라는 것이었습니다(갈라 3,27-28). 옛 예언자들에게 주님의 영이 내려 그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전할 수 있었음은 이사 61,1과 에제 11,5 등에서 알려줍니다. 그런데 요엘 3장은 특별히 민수 11,1-12,8을 염두에 둔 예언으로 보입니다. 바로 이스라엘의 이집트 탈출을 지휘하던 모세가 소명의 무게를 무겁게 느끼자, 하느님께서 당신의 영을 모세만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원로들에게도 나누어주셨다는 대목입니다(민수 11,16-17.25). 그리고 주님의 영을 아무나 받을 수 없었던 그 시절, ‘엘닷’과 ‘메닷’이라는 사람이 주님의 영을 받고 예언하자 주변인들이 당황하게 됩니다(11,26-28). 하지만 모세는 다른 이들과 달리, 온 백성이 예언자처럼 되기를, 주님께서 모두에게 성령을 내려 주시기를 소망합니다: “온 백성이 예언자였으면 좋겠다. 주님께서 그들에게 당신의 영을 내려 주셨으면 좋겠다”(11,29). 바로 이 바람이 이루어지리라는 예고가 요엘서에 전달된 셈입니다. 그리고 요엘서의 예언은 사도 시대에 현실로 이루어진 것이지요. ‘성령이 백성 모두에게 내려 예언자처럼 되리라.’는 예고는 예레 31,33-34과도 맥을 같이 합니다. 주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의 가슴에 당신의 법을 새겨주시어 그들이 더 이상 주님 말씀에 대해 서로 가르칠 필요가 없게 되리라는 내용입니다. 더구나 요엘 3장은 나뉘어진 사회 계층의 경계를 허무는 급진성도 보입니다. 노인과 젊은이, 아들과 딸, 자유인과 종이 ‘똑같이’ 성령을 받으리라고 예고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또한 세상 만민이 하느님을 주님으로 받들어 섬기게 할 기폭제 같은 구실을 이스라엘이 하게 되리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런 예언이 사도 시대에 실현되었음을 고려하면, 이스라엘은 하느님께서 그들을 만민 가운데 맏아들로 뽑으신(탈출 4,22) 존재의 가치를 발휘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성령은 특정인의 전유물이 아닌 주님의 이름을 받들어 부르는 사람(요엘 3,5)이면 누구나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1코린 3,16 등에서 ‘우리가 하느님의 성전’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모든 이가 성령을 모신 성전이라는 뜻이지요. 요엘 3,1-2은 승천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에도 인용되었고(사도 1,8), 그 말씀대로 우리는 ‘성령께서 내리신 결과 모두 힘을 받아 땅 끝에 이르기까지 주님의 증인이 되었습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4년 9월 29일(나해) 연중 제26주일(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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