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약] 성경에 빠지다90: 야고보 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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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49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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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90) 야고보 서간
하느님의 지혜를 삶의 근본으로 삼아야
- 야고보 서간은 하느님의 지혜이신 말씀이 그리스도인의 삶 전체를 지탱해 주는 힘이라고 강조합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복음을 실천함으로써 완성되고 구원받는 사람들입니다. 초대 예루살렘 교회 주교이며 야고보서 저자로 전해지고 있는 주님의 형제 야고보 성인 이콘.
신약 성경 가운데 야고보 서간과 베드로의 첫째·둘째 서간, 요한의 첫째·둘째·셋째 서간, 그리고 유다 서간을 ‘가톨릭 서간’이라고 부릅니다. 이 일곱 서간을 가톨릭 서간이라 부르는 이유는 특정인이나 개별 교회를 위해 쓴 것이 아니라 보편 교회의 모든 신자에게 쓴 편지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들 서간 첫머리에 수신자가 나옵니다. 야고보 서간은 “세상에 흩어져 사는 열두 지파”(야고 1,1), 베드로 서간은 “폰토스와 갈라티아와 카파도키아와 아시아와 비티니아에 흩어져 나그네살이를 하는 선택된 이들”(1베드 1,1), 요한의 둘째 서간은 “선택받은 부인과 그 자녀들”(2요한 1절), 요한의 셋째 서간은 “가이오스”(3요한 1절)이라고 수신인이 명시돼 있지만, 바오로 사도 서간의 수신인보다 훨씬 보편적인 교회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이들 서간을 ‘가톨릭 서간’으로 처음으로 부른 이는 2세기 말 아폴로니우스입니다. 그는 2세기 중엽 소아시아 프리기아 지방에서 종말론에 심취해 곧 그리스도께서 재림하니 세상을 멀리하고 회개해 단식과 생식을 하고, 독신 생활을 하며 성생활을 자제하고, 자선과 순교를 권했던 몬타누스 이단에 맞서 정통 신앙을 수호했던 교부입니다.
야고보 서간(이하 야고보서)의 저자는 자신을 “하느님과 주 예수 그리스도의 종 야고보”(1,1)라고 밝힙니다. 야고보는 히브리어로 ‘야곱’입니다. 이사악의 아들이자 이스라엘 12지파의 조상과 같은 이름이죠. 예수님과 사도 시대 당시 팔레스티나 지방에서는 야고보 곧 야곱이라는 이름이 매우 흔했습니다.
신약 성경에는 세 명의 야고보가 등장합니다. 제베대오의 아들이며 요한 사도의 형인 야고보(마태 10,2; 마르 1,19-20)와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마르 3,18; 루카 6,15; 사도 1,13) 그리고 바오로 사도가 “주님의 형제”(사도 12,17; 15,13-21; 21,18-25; 갈라 1,19)이자 “교회의 기둥”(갈라 2,9)이라고 불렀던 예루살렘 교회의 지도자 야고보입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주님의 형제 야고보가 야고보서를 저술했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성경학자들은 주님의 형제 야고보는 팔레스티나 사람으로 헬라 문화와 상당히 거리가 멀었기에 헬라어와 헬레니즘 문화와 사상에 능통한 그의 협력자가 야고보의 말을 대필했거나 그의 이름을 빌려 썼다고 봅니다. 그는 62년께 순교했고 갈라티아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이 대략 50년께 쓰인 것으로 보아 50년대 말에 야고보서가 쓰였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헬라어 신약 성경은 ‘Ιακωβου’(야코보),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는 ‘Iacobi’,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펴낸 우리말 「성경」은 ‘야고보 서간’으로 표기합니다.
야고보서가 “세상에 흩어져 사는 열두 지파”에게 인사하는 것으로 보아 이방계 그리스도인들이 아니라 팔레스티나 지역을 떠나 세상에 흩어져 사는 유다계 그리스도인들 특히 유다교 회당과 계속 관계를 유지하던 그리스도인들에게 보낸 서간입니다. 아울러 부자들을 혹평하고(5,1-6), 가난한 사람들이 믿음의 부자가 되어 하느님 나라를 상속하게 되었다(2,5)는 내용, 그리고 누추한 옷을 입은 가난한 사람보다는 금가락지를 끼고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과 어울리려 했고(2,1-4 참조), 어떤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그날 먹을 양식조차 없는데 여러분 가운데 누가 그들의 몸에 필요한 것을 주지 않았다(2,15-16 참조)고 나무라는 것을 보아 부자는 아니더라도 먹고 사는 데는 걱정이 없는 일반적인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에게 쓴 서간인 듯합니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야고보서는 유다계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분열이나 반목을 해결하기 위해 쓰였습니다. 야고보서는 믿음으로 사는 삶이 어떠한지를 제시합니다. 무엇보다 그리스도인은 시련과 시험을 통해 모든 면에서 모자람 없는 완전하고 온전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려면 하늘에서 오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하늘에서 오는 지혜는 순수하고 평화롭고 관대하고 유순하며 자비와 좋은 열매가 가득하고 편견과 위선이 없습니다.(3,17) 그러하기에 그리스도인은 끊임없이 하느님께 지혜를 청해야 합니다. 아울러 지혜에서 오는 온유한 마음을 가지고 착하게 살아, 자기의 실천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3,13)
야고보서는 또 하느님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은 세상 사람들과 다른 가치관을 갖고 살아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사람을 차별해선 안 되고 교만하지 않고, 자비를 베풀어야 하며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여라”는 지고한 법을 이행해야 합니다.(2,1-13 참조)
야고보서는 나아가 그리스도인은 자기들 안에 심어진 말씀을 공손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하느님께서는 겸손한 이들에게 은총을 베푸십니다.(4,6) 이기적이고 세속적인 지혜는 다툼과 분열을 가져다주고 참신앙과 거리가 멉니다.(4,1-12 참조) 주님 앞에서 자신을 낮추고 무엇보다 형제를 심판하지 말며, 자만하지 말고 허세를 부리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그러면서 주님의 재림을 인내하며 기다리고, 고통을 겪는 이들, 아픈 이들, 죄지은 이들, 교회 원로들을 위해 기도하라고 권고합니다.(5장 참조)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9월 29일, 리길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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