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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마르코와 함께 떠나는 복음 여행: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십시오(마르 14,36)

7486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10-15

[마르코와 함께 떠나는 복음 여행]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십시오(마르 14,36)

 

 

제자들과 함께한 마지막 식사를 뒤로 한 채, 예수님께서는 무거운 마음으로 겟세마니로 향하십니다. 복음 선포 여정 중에 중요한 순간이면 늘 함께 데리고 가셨던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부르십니다. 그리고 당신이 기도하는 동안 곁에 머물러 있으라는 말씀을 남기시고 조금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옮겨 기도하십니다.

 

멀리서 그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제자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파스카 만찬 중에 빵과 포도주를 당신의 몸과 피라 하신 말씀이나, 또 제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당신을 배반할 것이라 하신 말씀이 마음에 걸립니다. ‘화가 나신 걸까? 우리가 스승님 마음을 불편하게 해드린 것이 뭐지?’ 평소와는 너무 다른 모습으로 고개를 푹 숙인 채 기도에 전념하시는 예수님의 뒷모습에 마음 깊은 곳이 아려옵니다. 그러나 축제 음식 때문인지 제자들의 몸이 점점 무거워집니다. 쏟아지는 잠을 막지 못한 채 등을 붙이고 그렇게 눈을 감습니다.

 

마르코는 기도하는 예수님께서 ‘공포와 번민’에 사로잡힌 모습이셨다고 묘사합니다. 죄인이라 손가락질받던 이들을 용서하시고 가난과 고통으로 신음하던 수많은 이들을 위로하시며 사랑을 베푸셨을 때도, 위선과 완고함에 사로잡혀 하느님의 뜻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했던 당시 종교 지도자들과 논쟁을 벌이실 때도, 예수님께서는 두려움 없이 복음을 선포하셨는데, 그 당당함은 사라지고 여느 인간과 똑같이 두려움에 짓눌려 기도하십니다.

 

죄 말고는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어 오신 예수님. 그래서 자신에게 주어진 수난과 죽음을 이겨내기에는 너무나 무서우셨던 것일까요? 작은 고통도 참지 못하고 분노하거나 울음을 터뜨리는 우리네 모습을 떠올려 보면, 예수님께서 느끼셨을 고통, 그것은 분명 어떠한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었을 것입니다. 단지 육신이 겪어야 할 아픔보다 당신이 사랑하시던 제자들, 그래서 당신의 몸과 피 모두를 내어주고자 했던 제자들에게 버림을 받아야 하는 배신감, 나약한 인간의 간교함에서 흘러나오는 비난과 모욕을 견뎌내야 하는 비참함이 주님을 더 아프게 했을 것입니다.

 

그 때문인지 하느님 아버지께 간절히 기도합니다. ‘당신께서는 무엇이든 하실 수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니 제가 마셔야 할 이 수난과 죽음의 ‘잔’을 거두어 주십시오.’(마르 14,36 참조) 그렇게 당신의 간절한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했지만, 인간을 사랑하시는 성부 하느님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 잘 아셨습니다. 나아가 당신 아들이 겪게 될 고통에 당신 또한 함께 아파하실 것을 너무나도 잘 아셨기에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 모든 것을 맡기십니다. “그러나 제가 원하는 것을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십시오.”

 

온갖 형태의 굴욕을 사랑이라는 이유로 묵묵히 받아들이신 예수님. 우리가 그분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분의 성심(聖心)이 우리의 마음이 된다면, 그래서 모든 유혹을 이겨내고 잠에서 깨어나 그분 곁에서 함께 눈물을 흘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 비로소 그분이 걸으신 구원을 향한 십자가의 길을 우리도 함께 걷게 될 것입니다.

 

[2024년 10월 13일(나해) 연중 제28주일(군인 주일) 서울주보 4면, 이영제 요셉 신부(문화홍보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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