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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성경 73 성경 통독 길잡이: 마르코

7547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11-09

[성경 73 성경 통독 길잡이] 마르코

 

 

70년 전후에 작성된 마르코 복음서는 내용이 짧고 간결하며 4복음서 가운데 가장 먼저 작성되었습니다. 또한 예수님을 둘러싼 여러 사건들을 단순 나열한 듯 보이지만 마르코 복음서가 전하고 있는 지리적 표지들을 쫓아가보면 갈릴래아 일대와 이방인 지역에서의 활동기, 그리고 예루살렘 일대에서의 활동기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마르코 복음사가가 예수님께서 가난하고 소외된 지역에서 먼저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셨으며, 선택받은 백성이라고 여겼던 유다인들 뿐만 아니라 이방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을 구원으로 이끄시는 메시아라는 것을 분명하게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장 1절-8장 30절은 예수님의 갈릴래아 활동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마르코 복음 1장 1절은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라고 말함으로써 마르코 복음서의 결론을 앞당겨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며 구원의 기쁜 소식 그 자체라는 것입니다. 갈릴래아에서의 예수님의 활동은 다시 두 부분으로 나뉘어지는데, 1장 1절-4장 34절은 갈릴래아 호수 기준 서쪽 지방에서의 예수님의 활동을 전하고 있으며 4장 35절-8장 30절은 갈릴래아 호수 기준 동쪽 지방인 이방인들 지역에서의 예수님의 활동을 다루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으시면서 본격적인 공생활을 시작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1,15)라고 말씀하시면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십니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회개와 복음을 믿는 것인데, 세례자 요한의 회개가 죄에 대한 회개였다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회개는 보다 더 근원적인 것으로서 삶의 중심을 자신에게서 하느님으로 옮겨 가는 것을 뜻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여러 곳을 다니시면서 마귀를 쫓아내시고 병자들을 고쳐주시면서 복음을 선포하셨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율법에 따르면 죄인에 해당하는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식사를 하시기도 했으며, 안식일 규정을 어긴 채 병자들을 고쳐주시기도 함으로써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과 논쟁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때마다 참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가르치셨고, 여러 치유 기적들과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이 넘는 군중을 먹이시는 기적 등을 통해서 당신이 메시아이심을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교도인 시리아 페니키아 어인의 딸을 낫게하셨고, 데카폴리스 지역에서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고쳐주셨으며, 일곱 개의 빵으로 사천 명이 넘는 군중을 먹이시는 등 이방인들 지역에서도 당신의 활동을 똑같이 이어가셨습니다. 이를 통해 유다인들 뿐만 아니라 이방인을 포함해서 모든 사람을 구원하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보여주셨습니다.

 

8장 31절-10장 52절까지는 갈릴래아에서 출발하여 예루살렘으로 이동하는 여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세 번에 걸친 수난과 부활을 예고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버리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하며, 죄의 유혹을 단호하게 물리치는 가운데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면서 가장 낮은 모습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가르치십니다. 하지만 제자들은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 예고를 알아듣지 못합니다. 8장 27-30절에서 베드로는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하였지만 9장에서 예수님께서 거룩한 변모의 모습을 보여주셨을 때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른 채 산 위에서 머무르자고 말했을 만큼 십자가를 통해 세상을 구원하고자 하시는 예수님의 뜻을 다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님께서 영광을 받으실 때 좌우에 있게 해달라고 청했을 만큼 다른 제자들 역시도 십자가를 지기 위해서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예수님의 뜻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11장부터 16장까지는 예수님의 마지막 한 주간으로서 예루살렘 활동기를 들려줍니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예수님께서는 가장 먼저 성전을 정화하십니다. 환전상과 비둘기를 파는 상인 등 기도하는 공간을 어지럽힌 것들을 바로잡으시는데, 이러한 예수님의 모습은 성전의 모든 것들 총괄하는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의 권위에 반하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들, 율법 학자들, 사두가이들, 수석 사제들과 계속해서 논쟁을 이어가면서 하느님의 참뜻을 선포하십니다. 그리고 마지막 때가 다가왔으니 깨어서 기도하라고 가르치십니다. 제자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하시면서 성찬례를 제정하신 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의 부인(否認)을 예고하십니다. 그 후 유다의 배반으로 인해 겟세나미에서 기도하시던 중 잡히셨으며 최고 의회와 빌라도 앞에서 신문을 받으십니다. 지금까지 신원에 대한 질문에 침묵하셨던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찬양받으실 분의 아들 메시아요?”(14,61)라고 묻는 대사제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을 하십니다. 그리고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15,2)라고 묻는 빌라도의 질문에도 “네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15,2)라고 말하면서 예수님의 신원을 밝히고 계십니다. 유다인들에게 있어서 하느님의 아드님이며, 메시아라고 말하는 예수님의 대답은 신성모독에 해당하는 발언이며, 로마인(빌라도)에게 유다인들의 임금이라고 말하는 예수님의 대답은 정치적 반란과도 같은 발언이기에 결국 예수님께서는 사형을 선고 받습니다. 자신들에게 해방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군중들은 예수님에게서 자신들이 기대했던 것들이 충족되지 않자 예수님을 조롱하였으며, 예수님께서는 안식일 전날 오후 세 시에 골고타에서 십자가 죽음을 맞이하십니다. 안식일이 지나고 예수님의 시신에 향료를 바르기 위해서 여인들이 무덤을 찾지만 무덤은 열려 있었고 하얗고 긴 겉옷을 입은 젊은이로부터 예수님의 부활에 대한 소식을 전해듣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마리아 막달레나와 두 제자들에게 나타나셨고, 그들은 제자들에게 가서 소식을 전했지만 제자들은 믿지 못했습니다. 마침내 열 한 제자가 모여 있을 때 예수님께서는 다시금 나타나시어 그들의 완고한 마음을 꾸짖으신 뒤 온 세상에 가서 복음을 선포하라는 사명을 맡기신 뒤 하늘로 오르셨습니다.

 

마르코 복음서는 메시아로서의 예수님의 신원에 대해서 놀라운 기적 등이 일어났을 때에는 계속 비밀로 하다가 수난의 때에서야 비로소 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메시아의 비밀). 이는 메시아의 참모습은 놀랍고 신비로운 능력만을 통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따라 많은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바칠 때 온전히 드러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예수님께서 당시 유다인들이 기대했던 것과 같이 정치적 지도자, 영광의 메시아가 아니라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의 동반자로 이 땅에 오셨음을 의미합니다.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24년 11월호, 노현기 신부(사목국 행정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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