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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구원의 뿔

7606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12-03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구원의 뿔

 

 

성경에서 뿔은 힘의 상징, 특히 하느님께서 지니신 힘의 상징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대표적으로 2사무 22,3에 나오는 다윗의 찬양이 있습니다: “저의 하느님, … 제 구원의 뿔, … 저를 구원하시는 분.” 이스라엘 주변의 민족들도 이처럼 생각해 우상의 머리를 뿔로 장식하곤 하였습니다. 말하자면, 신의 힘을 뿔 달린 짐승의 힘에 빗대었던 것입니다(민수 23,22 참조).

 

뿔이 힘의 상징, 특히 하느님께서 지니신 힘의 상징이라는 사실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러 보복 살해의 위험에 빠진 이들이 ‘제단의 뿔’로 피신해 주님의 용서와 보호를 바랄 수 있게 한 옛 관습에서도 엿보입니다(1열왕 1,50; 2,28). 하느님과 백성을 연결하는 구실을 했던 제단(1열왕 8,30-32)은 성막과 성전에서 지성소만큼은 아니지만 “가장 거룩한 것”(탈출 29,37)으로서 전례의 중심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그곳에서 제물을 바쳐 속죄하고(레위 4,13-21 등), 하느님께서는 그곳에서 당신의 존재를 드러내셨습니다(레위 9,23-24; 1열왕 18,38). 이러한 제단에서 하느님의 힘과 자비를 가장 잘 드러내 준 부분은 네 귀퉁이의 뿔이었습니다. 아모 3,14에는 뿔을 자르면 제단 전체가 파괴되는 것으로 암시됩니다. 그만큼 뿔은 하느님의 힘과 신성이 깃든 상징이었고, 백성은 그것을 잡으면 주님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이런 배경에서 이스라엘은 예부터 하느님의 현존을 시청각적으로 드러내고자 뿔 나팔을 불곤 하였습니다. 하느님께 드리는 예배 때뿐 아니라 주님을 대리하여 백성을 다스릴 임금의 즉위식에도 뿔 나팔을 불어 새 군주의 탄생을 알렸습니다(2사무 15,10 등). 축일과 축제 때도 뿔 나팔로 그 시작을 알렸습니다(시편 81,4 등). 특히 레위 25,9에 따르면, 50년마다 돌아오는 희년을 선포할 때는 뿔 나팔을 불어야 했습니다. 희년에 분 나팔은 숫양의 뿔이었던 걸로 보이는데요, 이는 희년을 뜻하는 히브리어 [요벨]이 숫양의 의미로 추정되기 때문입니다. 희년이 되면, 가난 때문에 가산을 팔고 자신까지 판 백성이 자유를 되찾고 재산도 환원 받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사회의 기초 단위인 가족을 보호하여 온 이스라엘을 보호하려 한 것입니다. 이때 숫양의 뿔을 불어 주님의 현존을 환기한 뒤 토지의 소유권을 본래의 자리로 되돌려 놓음으로써, 땅의 원주인이자 백성의 구원자는 하느님이심을 천명하였습니다.

 

뿔이 지닌 이런 의미는 이후 성자 예수님에게 와서 육화하기에 이릅니다. 루카 1,69의 “당신 종 다윗 집안에서… 힘센 구원자를 일으키셨습니다.”에 나오는 “힘센 구원자”는 직역하면 ‘구원의 뿔’입니다. 구약성경의 뿔 나팔에 대응하는 신약성경의 그리스어는 [살핑크스]인데요, 살핑크스 역시 ‘나팔 소리가 들릴 때 주님께서 친히 하늘에서 내려 오시리라.’는 1테살 4,16 등에 반영되어 그 의미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살핑크스가 언제 울릴지 우리는 알지 못하므로, 오늘 복음 말씀처럼 “늘 깨어”(루카 21,36) 있어야 하겠습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4년 12월 1일(다해) 대림 제1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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