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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파스카 축제

7737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12-31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파스카 축제

 

 

오늘 복음에는 파스카 축제를 맞아 예루살렘 성전을 방문하고 그곳에 홀로 남았던 어린 예수님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예루살렘과 예수님 유년기의 고장인 나자렛은 버스로 두 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입니다. 부모는 어린 아들을 잃고 매우 당황하였지만, 정작 예수님은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루카 2,49) 하고 반문하였지요.

 

성가정이 성전을 방문한 때인 파스카 축제는 이집트 맏배들에 내린 재앙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기적적으로 구원받은 일을 기념하는 명절입니다. 파스카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페싸흐]는 보통 ‘건너뛰다’라는 뜻으로 옮겨집니다. 그래서 한자로 ‘과월절’(過越節)이라고 하는데요, 사실 이보다 더 정확한 뜻은 ‘보호하다’ ‘방어하다’입니다. 그래서 탈출 12,13의 “내가 이집트를 칠 때, 그 피를 보고 너희만은 거르고 지나가겠다.”라는 구절은 ‘그 피를 보고 너희만은 보호하겠다.’라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파스카 축제는 또한 “무교절”이라고도 칭해졌는데(탈출 12,15-20 등), 이는 탈출 당일 급히 집을 나가느라 누룩 없는 빵을 먹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탈출 12,21에 따르면, 파스카는 본래 가족 단위로 지내던 명절입니다. 곧 초창기에는 파스카를 지내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올라갈 필요가 없었다는 뜻입니다. 그러다 기원전 7세기, 곧 왕정 시대 후반부에 들면서 국가적 축제로 탈바꿈합니다. 당시 남왕국을 다스리던 요시야 임금이 예루살렘 성전에서 신명기로 추정되는 율법 두루마리를 발견한 뒤, 그 율법 규정(신명 16,2.7 등)에 따라 모든 경신례를 성전에서 지내는 것으로 통합하였기 때문입니다(2열왕 23,21-23). 이후, 파스카를 비롯한 주요 명절들도 성전에서 함께 지내게 되었습니다. 기원후 1세기 역사가 요세푸스의 「유다 전쟁사」에 따르면, 당시 곧 예수님 직후 시대에 파스카를 지내려고 예루살렘으로 모여든 사람들은 삼백만 명가량 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이는 과장된 수치이지만, 엄청난 인파가 모였던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파스카 축제는, 무교절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농경 절기이기도 하였습니다. 이즈음 이스라엘에서는 보리 수확을 시작하였습니다(탈출 9,31-32 참조). 하지만 보리 수확철임에도 백성은 마냥 기뻐할 수 없었는데요, 왜냐하면 파스카 이후 건기로 접어들면 농부들이 걱정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직 한창 밀이 자라는 중인데, 이때 비라도 내리면 밀 농사를 망칠 수 있었습니다(1사무 12,17 참조). 그래서 옛 이스라엘에서는 파스카의 마지막 날 온 공동체가 모여 이런 아슬아슬한 기간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기도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바빌론 유배에서 돌아와 새 성전을 봉헌한 후, 곧 제2성전기에 들어 이런 분위기가 바뀌게 됩니다. 왜냐하면, 그때부터는 농경에만 의지하지 않고 상업에 종사하는 이들도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다수의 백성이 파스카 때도 걱정 없이 성전 순례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목수 요셉도 파스카를 맞아 가족을 데리고 예루살렘으로 올라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어린 예수님이 성전을 방문한 일에는 이런 배경이 숨어 있습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4년 12월 29일(다해)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가정 성화 주간)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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