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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성경에서 희년을 보다: 희년

7759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1-07

[성경에서 희년을 보다] 희년

 

 

우리 가톨릭교회는 새 세기를 시작하는 2000년을 ‘대희년’으로 기념하였습니다. 특히 한 천 년을 마무리하고 새 천년을 맞이한 해라 더욱 뜻깊었습니다. 이번에도 교황님은 칙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를 발표하며 정기 희년을 선포하셨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의 구원이라는 확실한 희망을 … 일깨우는 하느님의 사랑을 강렬히 체험하도록 모든 이를 초대하기 위하여” 결정하신 희년입니다. 이런 희년은 어떤 배경에서 시작된 관습일까요?

 

우리의 희년은, 예수님이 나자렛 회당에서 선언하신 “은혜로운 해”(루카 4,16-21)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는 레위기 25장의 ‘희년법’에 기초합니다. 레위기 25장 9절부터 10절에 따르면, 희년은 오십 년마다 나팔을 불어 그 시작을 알려야 하는 해방의 해입니다. 백성이 가난 탓에 상속받은 땅을 팔고 자신까지 팔았어도 이 해에 자유를 되찾고 재산도 환원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두가 경제적 곤란에서 해방될 수 있으므로 희년(禧年), 곧 ‘복된 해’인 것입니다. 사실 가난해진 백성이 땅을 팔고 자신을 팔아도, 그의 형제나 친족이 나서서 언제든 대신 대가를 치르고 속량해 줄 수 있습니다. 그래도 다른 가정의 재산을 대속하다 보면 경제적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기에, 희년에는 원주인에게 재산을 돌려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본인도, 친족도 능력이 없어 되찾지 못한 경우에는 하느님께서 희년에 그의 친족 또는 후견인처럼 행세하시어 땅을 대신 속량해 주시는 것입니다.

 

이런 제도는, 천지의 창조주이신 하느님이 온 땅의 주인이시며(레위 25,23) 이스라엘은 그분의 종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합니다(레위 25,55). 더구나 하느님은 이스라엘을 혹독한 종살이에서 구해 주셨으므로, 백성은 그때를 기억하여 하느님을 한결같이 섬기고 궁핍해진 형제들을 가혹하게 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즉, 백성은 임금에게 만 탈렌트를 빚졌다가 탕감받은 자와 같고, 백성 가운데 가난해진 형제는 동료에게 백 데나리온을 빚진 자와 같은 셈입니다(마태 18,23-35 ‘매정한 종의 비유’ 참조). 이에 이스라엘은 오십 년마다 토지의 소유권을 원위치시켜, 하느님이 땅의 원주인이자 이스라엘의 구원자이심을 천명해야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에는 우리가 ‘희년’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요? 희년에서 전달하는 메시지는 ‘약자 보호’에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사회 보장 제도, 인권 보호, 평등한 기회 제공 등의 노력과 같은 맥락입니다. 하지만 이에 더해 우리는 교황님께서 칙서에서 강조하시듯 약자 구제 방안을 더 촘촘하게 마련하여 자본 중심의 신자유주의 경제의 덫에 걸린 형제들을 도와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런 노력 속에서 교회에서 추구하는 시노달리타스, 곧 ‘하느님의 백성이 함께 걷는 여정’도 실제로 펼쳐갈 수 있을 터이기 때문입니다.

 

[2025년 1월 5일(다해) 주님 공현 대축일 수원주보 4면, 김명숙 소피아(광주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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