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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성경 속 희망의 순례자들: 광야 속의 오아시스

7776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1-14

[성경 속 희망의 순례자들] 광야 속의 오아시스

 

 

예루살렘 성전이 불타고 성벽이 완전히 파괴된 기원전 587년의 사건과 이어진 바빌론 유배가 가져온 절망은 아주 깊었습니다. 바빌론 유배지의 유다인들에게 더는 내일이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실망과 좌절 속에 그들은 이렇게 읊조렸습니다. “주님께서 나를 버리셨다. 나의 주님께서 나를 잊으셨다.”(이사 49,14)

 

다행스럽게도 그들의 곁에는 한 예언자가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만, 그의 예언 말씀이 이사야서에 포함되어 있어서 편의상 그를 ‘제2이사야’라고 부릅니다. 바빌론 유배지에서 그는 유배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선포합니다.

 

주님께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그는 주님께서 결코 그들을 버리지 않으신다고 선언합니다. 주님께서 그들을 잊으셨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예언자는 주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여인이 제 젖먹이를 잊을 수 있느냐? 제 몸에서 난 아기를 가엾이 여기지 않을 수 있느냐? 설령 여인들은 잊는다 하더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이사 49,15)

 

또한 예언자는 주님께서 그들을 위해 하실 일을 선포합니다. “나는 광야를 못으로, 메마른 땅을 수원지로 만들리라. 나는 광야에 향백나무와 아카시아 도금양나무와 소나무를 갖다 놓고 사막에 방백나무와 사철가막살나무와 젓나무를 함께 심으리라.”(이사 41,18ㄴ-19) 당시 유배민들의 삶이 광야요 메마른 땅과 같았다면, 하느님께서 그들의 삶을 못이나 수원지처럼 생명력이 풍부해지도록 만들어주시겠다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사막이 못으로 변하는 것이 가능합니까? 메마른 땅이 수원지가 될 수 있습니까? 광야에 온갖 나무들이 자라는 것이 가능하기나 하겠습니까? 전혀 가능할 것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예언자가 선포한 하느님의 말씀은 도무지 믿을 수 없는 말로 들립니다. 저는 이스라엘의 엔 게디 국립공원을 가 보기 전까지는 이 말씀을 비유적으로만 이해하였습니다. 유다 광야의 동쪽, 사해 서쪽 해안가에 위치한 엔 게디에는 이스라엘 남부의 유일한 오아시스가 자리합니다. 처음, 이 오아시스를 보았을 때 끝없이 이어지는 황량한 광야 속에 이런 오아시스가 있다는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이 오아시스는 자그마한 샘이 아닙니다. 폭포수가 흐르고 푸른 잎의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어서 잠시나마 광야 가운데 있음을 잊게 만들었습니다. 광야에 내린 비와 이슬이 땅으로 스며들어 물길을 만들고 그 작은 물길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합쳐지고 합쳐져서 이 오아시스를 형성한 것이라고 합니다. 과연 사막이 못이 될 수 있고, 메마른 땅이 수원지가 될 수 있습니다.

 

예언자의 말대로 이스라엘은 회생하였습니다. 유배민들은 본국으로 돌아와 제2 성전을 짓고 다시 하느님을 예배할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이 없음을 굳건히 믿으며 그분께 희망을 두는 이들에게는 이런 기적이 계속해서 일어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피곤한 줄도 지칠 줄도 모르시고 이런 창조를 계속하실 것입니다.

 

[2025년 1월 12일(다해) 주님 세례 축일 서울주보 4면, 김영선 루치아 수녀(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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