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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요르단강과 주님 세례 축일

7777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1-14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요르단강과 주님 세례 축일

 

 

요르단강은 히브리어로 [나하르 야르덴]입니다. 여기서 ‘야르덴’은 《바빌로니아 탈무드》 (베코롯 55ㄱ)에 따라 ‘내려오다’라는 뜻의 [야라드]와 ‘단’의 합성어로 봅니다. 이는 ‘단에서부터 내려오다’ 곧 ‘옛 단 지파의 성읍에서 내려오는 강’이라는 뜻입니다. 또한 ‘야르덴’을 ‘야라드’ 동사의 명사형으로 보아 ‘내려오는 것’으로 풀이하기도 합니다.

 

요르단강은 옛 가나안의 자연적인 경계선이었습니다. 40년간의 광야 방랑 뒤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은 요르단강을 건너 가나안으로 들어갑니다(여호 3장). 강의 수원지는 이스라엘의 가장 북쪽, ‘단’ 옆에 자리한 헤르몬산입니다. 이 산은 최고봉이 2800미터에 달하며 5월까지 눈이 쌓여 있습니다. 시편 133,3에는 “헤르몬의 이슬”을 찬양하는 구절이 나옵니다: “시온의 산들 위에 흘러내리는 헤르몬의 이슬 같아라. 주님께서 그곳에 복을 내리시니 영원한 생명이어라.” 이 구절이 암시하듯, 헤르몬산은 요르단강의 어머니라 할 수 있습니다. 헤르몬의 이슬은 강을 따라 남하해 갈릴래아 호수와 사해까지 채워줍니다. 하지만 강의 규모가 크지는 않아서 야곱이 말한 것처럼 “지팡이 하나만 짚고”(창세 32,11) 건널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남북으로는 길지만, 걸어서 건널 만큼 얕게 흐르는 강입니다. 하지만 중간중간 깊은 데가 있어 옛날에는 배도 탔던 듯합니다(2사무 19,19).

 

바로 이 요르단강에서 예수님께서 세례 받으신 이유는 무엇이며, 여기에는 어떤 상징이 있을까요? 우선 예수님이 제2의 여호수아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가나안에 들어오지 못한 모세와 다르게 여호수아는 요르단강을 건너 약속의 땅에서 새 삶을 펼치게 되지요. 이처럼 예수님께서도 요르단강에서 공생활을 시작하시어 이스라엘 땅에 하느님 나라를 펼쳐 보이셨습니다. 또한 예수님의 세례에는 당신의 신원을 드러내는 상징성도 있습니다. 성경 시대에는 물이 죽음과 혼돈의 세력으로 여겨졌습니다. 이런 사실은 태초에 주님의 영이 심연의 물 위를 감돌고 계셨다는 창세 1,2의 서술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영이 물 위를 감돌고 계셨다는 건 혼돈의 힘을 내리누르고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혼돈을 제압하신하느님께서는 물 한가운데에 궁창이 생겨나게 하여 물과 물 사이를 가르시고(창세 1,6-7) 피조물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셨습니다. 이처럼 예수님의 세례 때도 요르단 강물 위로 성령이 임하십니다(루카 3,21-22). 이때 예수님께서 물속에 잠기심은 그분의 죽음을, 물에서 다시 나오심은 부활을 예고합니다.

 

예수님의 세례 이후, 우리도 세례성사를 통해 옛 자아를 벗고 새 삶을 시작하며 새로운 이름을 받습니다. 묵은 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맞이한 지금, 예수님의 세례 축일은 다사다난했던 지난 해를 보내고 다시 한 해를 시작하도록 우리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줍니다. 오늘도 성지를 흐르는 요르단강을 떠올리며, 새해에는 한층 더 주님의 제자다운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5년 1월 12일(다해) 주님 세례 축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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