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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카나의 혼인 잔치

7786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1-22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카나의 혼인 잔치

 

 

이스라엘을 순례하다 보면 포도주 먹을 일이 많습니다. 북쪽의 골란 고원부터 남쪽의 유다 광야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포도밭이 자리해 있어, 포도가 가나안의 일곱 토산물(신명 8,8) 가운데 하나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요한 2,1-11에 따르면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첫 표징도 포도주와 관련됩니다. 갈릴래아 지방 카나에서 혼인 잔치를 연 신랑신부를 위해 포도주로 첫 기적을 행하신 일입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예수님과 성모님 그리고 예수님의 제자들이 혼인 잔치에 초대받아 가셨는데, 포도주가 떨어집니다. 성모님께서는 이 사실을 아시고 예수님께 “포도주가 없구나.” 하셨습니다. 잔칫집에 술이 떨어져 당황하였을 혼주들을 걱정하신 말씀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아직 당신의 때가 오지 않았다고 답하시지만, 성모님은 일꾼들에게 예수님께서 시키시는 대로 하라고 이르십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물을 포도주로 바꾸시며 혼인 서약을 하는 부부를 축복해 주셨습니다.

 

다만 이 이야기에서 의문을 품게 하는 점은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부르신 호칭입니다. 당신의 어머니에게 “여인이시여”라고 칭하신 것입니다. 교부들은 창세 3,15에 근거해 이를 풀이하였는데요, 바로 “여자의 후손은 너(뱀)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고 너는 그의 발꿈치에 상처를 입히리라.”라는 내용입니다. 말하자면, 성모님이 이 구절에 나오는 “여인”이라는 의미입니다. 퍽 설득력 있는 해석이지요?

 

카나의 혼인 잔치 성당은 프란치스코 수도회에서 관리하는데요, 이 수도회에 내려오는 전승에 따르면, 당시 혼인 잔치의 신랑은 예수님의 제자 바르톨로메오 곧 ‘나타나엘’이었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요한 21,2에서 나타나엘은 “카나 출신”으로 소개됩니다. 지금도 카나에 가면 나타나엘을 기념하는 성당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한 2,1-11에 따르면, 혼인 잔치에 예수님은 물론 성모님과 제자들이 모두 초대받았다고 하지요. 이들 모두가 혼주 가족과 상당한 친분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에 카나 출신 사도인 나타나엘을 신랑으로 추정하는 것입니다.

 

요한 15,5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포도나무에 비유하십니다. 이 포도나무 안에 머물지 않는 가지는 말라서 불태워지지만, 합당한 열매를 맺으면 나무를 가꾸신 하느님이 영광스럽게 되실 거라고 하십니다(6.8절). 한편, 예부터 포도주는 하느님께서 내리신 복으로 여겨졌습니다(신명 7,13; 시편104,15).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포도주를 매개로 행하신 첫 표징은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주시는 복을 표상한다고 하겠습니다. 더구나 요한 복음에는 공관 복음에서와 달리 성찬례 제정 곧 최후의 만찬 대목이 빠져 있는데요, 15장의 포도나무 비유가 이를 대신 채워주는 구실을 합니다. 요한 6장에 나오는, 예수님께서 당신을 생명의 빵에 비유하신 담론과 함께 말입니다.

 

과음으로 방탕해지지 않고(에페 5,18) 포도주를 즐기는 삶은 주님께서 주신 복 중 하나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성찬 전례에서 주님의 성혈을 받아 모시며 당신 자신을 음료로 내어 주신 그 신비를 맛볼 수 있습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5년 1월 19일(다해) 연중 제2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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