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을 해주세요.

로그인
닫기
성경자료
크게 원래대로 작게
글자크기
[성경] 성경에서 희년을 보다: 나자렛 회당

7814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2-02

[성경에서 희년을 보다] 나자렛 회당

 

 

나자렛은 예수님이 어린 시절을 보내신 고향 마을입니다. 올해 우리가 기념하는 희년과 관련된 곳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희년은 나자렛의 회당에서 예수님이 선언하신 “은혜로운 해”(루카 4,19)에서 비롯된 관습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회당은 유다인들이 예배를 드리는 장소이자 과거에는 토라 공부나 재판 등의 활동도 하였던 곳입니다. 예수님의 유년기 고향은 나자렛이므로, 어린 시절 예수님이 예배드리고 말씀 공부도 했던 곳이 나자렛에 자리한 회당일 것입니다. 지금 남아 있는 회당은 십자군 시대에 재건한 건물입니다.

 

이 회당에서 예수님이 선언하신 ‘은혜로운 해’는 레위기 25장의 ‘희년’에 뿌리를 둔 것입니다. 해당 율법의 8절에 따르면 희년은 ‘안식년을 일곱 번 지낸 뒤 맞이하는 해’이므로, 대안식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사십구 년째로 계산되며(8-9절 참조) 구약 외경 가운데 하나인 『희년서』에서도 희년을 사십구 년째로 셈하였습니다. 하지만 레위기 25장에서는 안식년의 주기를 마감한다는 상징성을 갖추기 위해 오십 년째를 대신 규정한 듯합니다(11절).

 

대안식년에 해당하는 희년에는 가난 때문에 가산을 팔고 자기 자신도 판 백성이 자유와 재산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는 사회의 기초 단위인 가정이 흩어지지 않도록 보호하여 이스라엘 전체를 보호하려던 조치입니다. 다만 성경 시대에는 이런 희년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역대기 하권 36장 21절 등에 따르면, 안식년도 지켜지지 않았으니 대안식년인 희년이 지켜졌을리 만무합니다. 하지만 옛 예언자들은 희년을 하느님 나라에 대한 신호탄으로 삼아 예고하였는데요, 이사야서 61장 1절과 2절에서 대표적 예를 보여줍니다. 예수님께서 안식일을 맞아 나자렛 회당으로 가셨을 때, 그 자리에서 봉독하시며 그 실현을 선언하신 예언도 바로 이 대목입니다.

 

희년의 의미를 고려하면, 예수님께서 나자렛 회당에서 선언하신 은혜로운 해는, ‘서로를 형제처럼 대하고 과한 재산 욕심에서 벗어나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어느 누구도 너무 부유해지지 않고 너무 절망적인 가난의 굴레에도 빠지지 않는다면 하느님 나라가 그와 같으리라는 것입니다. ‘재물을 땅에 쌓지 말라.’는 예수님의 가르침(마태 6,19-21)도 희년의 정신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마태 22,21)라는 말씀이 예수님께서 선언하신 희년의 정신과 가장 가까울 것입니다. 왜냐하면, 삼라만상을 지으신 분은 하느님이시기에 내 소유도 실은 내 것이 아니고 창조주의 소유임을 인정한다면, 기꺼이 내 재물을 잘라 이웃을 돕고 하느님 나라에도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5년 2월 2일(다해) 주님 봉헌 축일(축성 생활의 날) 수원주보 4면, 김명숙 소피아(광주가톨릭대학교 교수)] 


0 33 0

추천  0

TAG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로그인후 등록 가능합니다.

0 / 500

이미지첨부 등록

더보기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