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 이스라엘은 땅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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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72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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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이야기] 이스라엘은 땅의 나라
작년 가을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을 공습해 많은 이들을 살해하고 인질들을 억류하는 충격적 사건이 발생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해 이 잡듯이 정찰하고 하마스를 완전히 무력화 하기 위해 엄청난 전투를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과 같은 역사를 가진 나라는 세계 또 없을 것이다. 사실 A.D 70년경 로마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은 세계지도에서 사라진 국가였다. 천연의 요새인 “마사다”에서 마지막 항전을 이어갔으나 73년 로마군에 항거하던 유다인 저항군이 로마군의 공격에 패배가 임박하자 전원 자살한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마사다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이며 이스라엘인들에게는 불굴의 정신을 드러내는 성지이자 관광지가 되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살던 이스라엘인들은 2차 세계대전 때 끔찍한 홀로코스트를 겪어내야 했다. 전쟁이 끝나자 많은 수의 이스라엘 사람들이 지금의 이스라엘 지역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문제는 팔레스티나 지역에는 이미 2천년 가까이 거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1947년 11월 29일, 유엔에서 영국의 위임 통치를 받던 팔레스타인의 강제적인 분할 계획을 채택하고 실행했다. 이미 이곳에 거주하던 아랍인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고 현재까지 분쟁의 씨앗으로 남아있다. 이스라엘은 1948년 5월 14일에 영국의 위임 통치에서 독립되어 이스라엘의 국가 수립을 선포한다. 국가가 사라진지 2천여년 만에 다시 세계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유일한 사례였다. 그리고 영국군이 철수하자마자 근처의 아랍 군대는 팔레스타인을 침공하고, 이스라엘 군대와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스라엘은 여러 번의 중동 전쟁을 승리하면서 요르단강 서안 지구, 시나이반도, 남레바논, 가자 지구와 골란 고원을 점령하면서 영토를 넓혀나갔다. 팔레스타인 거주 지역은 높은 담장으로 둘러쳐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감옥처럼 되어버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은 여전히 이 지역의 갈등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사람들은 한마디로 땅의 사람들이다. 이스라엘의 땅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도착한 땅이며 이스라엘인들이 치열하게 살고 싸우다가 죽어간 땅이다. 이스라엘 민족은 나라가 없던 시대, 바빌론 유배시절, 로마의 공격 등으로 수천년 디아스포라에서 떠돌며 고통을 겪었던 시절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성경에서 말하고 있는 팔레스티나 땅은 단순한 지리적, 정치적 차원을 넘어서 신학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아브라함이 ‘내가 장차 보여줄 땅’(창세 12,1 참조)을 선물로 받게 될 것이라는 하느님의 약속은 아브라함이 세겜에 이르러 그 땅에 이미 가나안 사람들이 살고 있음을 알았을 때(창세 12,6) 거의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은 아브라함에게 그 땅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신다. 따라서 구원사적인 입장에서 보면 하느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나안 땅을 허락해 준 것은 하느님의 구원 행위 가운데 하나라고 이스라엘은 주장한다. 즉 이스라엘이 땅을 차지한 것은 하느님의 선물이고 은총이며 선조들의 신앙의 결과로 주어진 특권이라는 것이다(창세 22,17-18 참조).
이스라엘과 땅과의 관계에서 특징적인 요소는 그 땅을 영원히 이스라엘에게 선물로 주겠다는 하느님의 약속에 대한 종교적 성격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받은 땅에서 안전하게 살기 위해서 땅을 주신 하느님의 뜻을 실현해야 한다. 이스라엘에게는 땅은 살고 있는 지역을 넘어서 백성들의 종교적 행동을 반영하는 일종의 증거이다. 땅의 거주가 하느님의 명령을 성실하게 지킴과 관련되어 있다.
‘내가 장차 보여줄 땅’을 선물로 받게 될 것이라는 하느님의 약속은 이스라엘 백성이 본래적으로 자신들의 것이 아닌 땅을 하느님으로부터 선물로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땅에 대한 처리 권한은 전적으로 하느님에게만 있다. 따라서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은 땅은 후손들에게 계속 이어지는 유산으로 다른 사람에게 양도될 수 없다(민수 36,7 참조). 바빌론 유배시절에 유다 땅에 남아있는 예루살렘 사람들은 바빌론에 있는 사람들을 향하여 유다 땅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한다(에제 11,15 참조). 즉 예루살렘 거주민들이 바빌론 포로들에게 약속의 땅에서 떠난 것 자체가 그 땅에 대한 소유권 상실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하느님의 땅이 남아있는 자신들에게 새롭게 주어졌음을 선포한 것이다. 그러나 바빌론 포로들은 예루살렘 거주민들을 향하여 오히려 너희는 그 땅과 상관없다고 비난하면서, 그 땅에서 멀리 떠나라고 경고한다.
바빌론에 끌려간 포로들은 하느님의 성전이 없는 상황에서 신앙을 지키기 위하여 과거의 종교 제도를 강조하며(안식일, 할례, 금식, 정결법 등) 새로운 종교 제도(회당의 등장과 족보의 강조 등)를 만든다. 국가와 왕이 없는 바빌론의 포로가 된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는데 큰 관심을 가진다. 포로들이 이방인과 구별짓게 하는 가장 주된 것이 할례와 안식일 준수였다. 팔레스티나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바빌론 포로들에게 ‘거룩한 시간’은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게 되어 안식일의 준수는 이방인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회개의 행동이 되었다. 바빌론의 포로들이 이스라엘로 귀환하는 것을 모든 것을 이전의 자리로 ‘되돌리다’라는 의미의 동사를 반복적으로 사용했다(예레 16,14-15 참조). 바빌론으로 끌려간 포로들은 하느님에 의해 자신들이 떠나왔던 땅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었다. 유배 이전에 자신들의 살았던 땅을 회복하는 것이고 하느님에 의해 조상에게 주어진 땅을 상속받아 이전의 영화로운 삶을 회복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이처럼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땅은 단순히 지리적인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물체이고 하느님께서 역사하시는 현장이다.
이스라엘인들은 팔레스타인을 하느님이 계시한 구원과 약속의 땅으로 굳게 믿고 있다. 그러나 본래 이곳에 살던 소수민족들에게도 팔레스타인은 포기할 수 없는 삶의 터전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영토분쟁이 끝나고 서로 공존하며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찾는 날은 언제쯤 오게 될까.
[평화가 넘치는 샘물(전국가톨릭경제인협의회 발행), 2024년 가을호(Vol. 34),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영성심리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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