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 성경 입문12-13: 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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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16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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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입문] (12) 정경 ① 믿음의 토대
성경을 지칭하는 흔하지 않은 이름 중에는 ‘정경(正經)’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올바른 경전’이라고 풀어 쓸수 있는 이 개념은 라틴어 카논(canon)과 그 어원인 그리스어 카논(κανῶν)을 번역한 말입니다.
그리스어 카논은 본래 ‘갈대’라는 말입니다. 곧게 자라고 마디가 있는 갈대가 길이를 재는 측량 도구로도 활용되었기 때문에, 카논은 ‘표준’이라는 확장된 의미로도 사용됩니다. 사물의 길이와 부피, 무게를 뜻하는 도량형(度量衡)의 기준인 원기(原器)를 정하듯 신앙의 토대인 계시 진리를 담은 글들 가운데 신앙 진리에 부합하는 글들을 가려 모은 것을 정경이라 합니다.
믿음의 공동체인 교회는 그 믿음의 내용을 온전히 담고 있는 글과 그렇지 않은 글들을 구분합니다. 이로써 참된 신앙을 증진하고 그릇된 이단의 위험으로부터 공동체를 보호합니다. 교회가 공인한 글들 만이 그 거룩함을 인정받아 ‘성경’이라는 지위를 얻습니다. 계시헌장 11항은 ‘정경’과 관련된 중요한 사실들을 잘 정리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계시는 성령의 감도로 성경에 글로 담기고 표현되어 보존된 것이다. 그러므로 거룩한 어머니인 교회는 사도의 신앙에 따라 구약과 신약의 모든 책을 그 각 부분과 함께 전체를 거룩한 것으로, 또 정경으로 여긴다. 그 이유는 이 책들이 성령의 감도로 기록된 것이고(요한 20,31; 2티모 3,16; 2베드 1,19-21; 3,15-16 참조), 하느님께서 저자이시며, 또 그렇게 교회에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성경을 저술하는 데에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선택하시고, 자기의 능력과 역량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활용하신다.
하느님께서 몸소 그들 안에 또 그들을 통하여 활동하시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모든 것을, 또 원하시는 것만을 그들이 참저자로서 기록하여 전달하도록 하셨다.(계시헌장, 11항)
하느님께서 세상에 전달하고자 하는 당신의 뜻, 곧 계시는 하느님께서 선택하신 사람들을 통해서 글로 기록되고 전달됩니다. 그런데 간혹 성경을 읽다 보면 “정말 그런가?”라는 의심을 하게 만드는 글들도 있습니다. “이것이 정말 하느님의 뜻이 담긴 글이 맞긴 한 건가?”라는 의혹이 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성경과 같은 시대에 쓰이고 전해지는 글들 가운데에는 “왜 이 책은 성경에 포함되지 않은걸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손색이 없어 보이는 글들도 있습니다. 도대체 그 기준이 무엇일까요?
가장 중요한 개념이 ‘성령의 감도’, 곧 영감(靈感, inspiratio)입니다. “성령(Spiritus) 안에서(In)”라는 뜻을 지닌 이 용어는 정경을 확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준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글이 성령의 감도로 쓰인 것인지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역사 속에서 체험하는 하느님께 대한 믿음, 그리고 그 믿음의 뿌리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사도전승의 전통성(사도성)은 정경 확정에 있어 결정적 기준입니다. 더구나 이 결정은 어느 한순간에 특정한 몇몇 사람들에 의한 결정이 아닙니다. 정경 확정의 역사는 다양한 공동체가 체험한 하느님께 대한 숱한 대화와 논쟁 끝에 서서히 합의하고 결정한 역사입니다.
교회는 사도전승에 따라서 어떤 문서들이 성경 목록에 포함되어야 할지를 판단하였다. 이렇게 결집된 목록을 성경의 ‘정경’(正經)이라고 부른다. 이 목록에는 구약 성경 46권과 신약 성경 27권이 들어 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20항)
그러나 이천 년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다양한 분열과 반목을 막을 수 없었던 탓에 교회마다 정경의 범위는 미소한 차이를 지니게 됩니다. 동서방 교회의 정경 목록에 차이가 있고, 서방교회의 경우 구교(로마 가톨릭)와 신교(프로테스탄트, 개신교) 사이에도 구약 정경의 범위에 대한 다른 판단이 존재합니다. 개신교의 경우 유다교가 정경으로 확정한 39권 만을 구약성경으로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2025년 3월 2일(다해) 연중 제8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이정석 라파엘 신부(전주가톨릭신학원)]
[성경 입문] (13) 정경 ②
신앙 공동체가 경전을 확정한다는 것, 곧 ‘정경목록’을 정한다는 것은 곧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내적으로는 신앙 공동체의 공동 고백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며, 외적으로는 이러한 기준을 척도로 삼아 이질적이거나 변질된 신조들(이단)을 구별하고 경계하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정경의 확정은 공동체의 신앙 고백문, 곧 신경의 형성과 매우 닮은 면이 있습니다.
정경, 곧 공인된 성경은 원래부터 지금의 형태로 뚝딱 생겨난 것이 아닙니다. 한 권의 책이 아니라 여러 권의 책들이 오랜 기간 동안 신앙인 공동체에서 읽혀오던 책들 가운데 몇몇 책들은 다른 책들과는 구별되는 지위를 획득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특별한 책들은 각각의 신앙 공동체마다 그 선집(選集)의 구성도 달랐습니다. 곧, 어느 곳에서는 거룩한 책, 하느님의 말씀으로 자주 읽히고 설명되던 책들이 어느 곳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채 시간이 흘러간 기간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공동체마다 서로 다른 선집들, ‘권위 있는 책들의 목록’은 점차 공동체들의 대화와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통일된 방향으로 간추려집니다. 우선은 같은 신앙의 기준을 통일시키기 위함도 있지만, 반대로 과장되거나 왜곡된 신앙을 바로잡기 위해서 경계해야 할 ‘가짜’들, 곧 신앙의 본질에서 벗어난 책들은 시급히 그 목록에서 제외해야 할 사정도 생기게 됩니다. 큰 줄기에서 지금의 정경의 대부분은 보편적으로 어느 지역에서나 존경과 권위를 인정받은 책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몇몇 책들의 경우 그 정경으로서의 가치가 의심받거나 거부된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앙 공동체들은 통일된 하나의 경전 목록을 마련해 나가며 자신들의 신앙의 내용을 확인, 공포하게 됩니다. 이토록 성경은 오랜 역사의 터전에서 자라나고 꼴을 갖추게 된 역사를 지닙니다. 그러므로 성경은 공동체의 신앙의 흐름 속에서 읽고 해석해야 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게시헌장」 12항은 성경을 읽는 올바른 방식을 두 가지 차원에서 제시합니다. 하나는 “인간을 통하여 인간의 방식”으로 기록된 것이므로 각각의 성경 저자들의 진술 의도를 알아내기 위해 “성경 저자가 제한된 상황에서 그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당시의 일반적인 문학 유형들을 이용하여 표현하려 하였고 또 표현한 그 뜻을 연구해야함”을 강조합니다. 이렇게 세상 속에서 세상의 언어와 문화적 배경 속에서 성장하고 전달된 ‘신앙의 유산’으로서의 성경을 대할 때 고려할 점 중의 하나는 도대체 왜 신앙 공동체는 이 책들에 특별한 권위를 부여했는가? 이 책들을 단순한 인간의 창작이 아니라 하느님의 영감으로 기록된 책으로 선별된 이유는 무엇일까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때로, 독자들의 문화와 제도, 관습과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나 내용이 어리둥절하게 하더라도, 문자 너머에서 울려오는 역사의 메아리를, 옛 신앙 선조들이 물려주려 했던 원초적 신앙 체험과 깨달음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함께 들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헌장은 그 역사의 주인이신 하느님의 섭리로 쓰인 이 책을 “성령의 도우심으로” 읽고 해석할 것을 강조합니다. 성경은 인간의 언어로 쓰인 기록이지만 동시에 하느님의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성령 안에서 성경을 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전체교회의 살아 있는 전통’과 ‘신앙의 유비’, ‘성경 전체 내용과 일체성에 대한 고려’라는 세 가지 기준으로 세분해서 설명합니다. [2025년 9월 7일(다해) 연중 제23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이정석 라파엘 신부(전주가톨릭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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