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황금 등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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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72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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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황금 등잔대
이스라엘에 가면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장식물이 있습니다. 바로 황금색 등잔대입니다. 예루살렘에 있는 국회 의사당의 깃발에도 장식되어 있고, 유다교의 최고 성지인 ‘통곡의 벽’ 입구에도 세워져 있습니다. 기념품 가게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이스라엘의 대표 상징 가운데 하나인 셈인데요, 오늘 제2독서에도 언급되는 황금 등잔대는 어디서 기원하였을까요?
탈출 25,31-40에 따르면, 황금 등잔대는 주님의 성소를 비추기 위해 만들어진 기물입니다. 히브리어로는 [메노라]라고 하는데, 그 어근은 ‘불타다’ ‘빛나다’라는 뜻입니다. 탈출기 율법은 메노라를 ‘순금’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순금 덩어리 하나를 마치로 두드려 편도나무 모양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메노라를 편도나무 모양으로 만들도록 규정한 까닭은 이렇게 추정됩니다. 편도나무는 아몬드 나무인데, 겨울이 채 가시지 않은 1월 말부터 2월에 만개하는 꽃나무입니다. 곧 근동 지방에서 맨 먼저 피는 봄꽃이라 예부터 부활과 갱생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래서 봄의 전령이자 갱생의 상징인 편도나무는 황금 등잔대의 ‘빛’과 더불어, 생명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성소 안에서 암시해줄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바빌로니아 탈무드」에는 “메노라의 불은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 안에 현존하고 계심을 증명해주는 표상이다.”(샤밧 22ㄴ)라는 구절도 나옵니다. 메노라의 등잔 숫자는 완전수 일곱이고, 등잔 역시 편도 꽃 모양으로 제작해야 하였습니다.
메노라가 자리했던 옛 성막과 성전이 에덴 동산을 상징하는 공간이었다는 점도 의미심장합니다. 이들 사이에는 여러 공통점이 있습니다. 원조들이 에덴 동산에서 하느님을 자유롭게 뵐 수 있었듯이, 성막과 성전도 하느님께서 인간을 만나 주시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곳 모두 죄가 없는 상태, 곧 정결한 상태여야 들어갈 수 있었다는 공통점도 존재합니다. 원조들이 에덴 동산에서 쫓겨난 건 죄를 지어 합당한 정결함을 잃어서였고, 옛 이스라엘인들은 성전에 들어가기 전 반드시 정결 예식을 거쳐야 하였습니다. 커룹의 존재도 공통됩니다. 에덴 동산 입구에는 커룹들이 불 칼과 함께 그곳을 지켰고(창세 3,24), 성전에서는 지성소에 모셔진 계약 궤에 커룹이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원조들이 에덴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커룹들이 지켰듯이, 지성소 또한 커룹이 자리하여 백성의 출입을 제한하는 상징적 구실을 하였던 것입니다.
이 모두를 감안하면, 편도나무 모양의 황금 등잔대는 에덴 동산의 상징인 성막과 성전에서 생명나무처럼 자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성소 기물들 가운데 완전한 순금으로 만들어져 죄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상태를 상징하였습니다. 그래서 메노라는 비록 기원후 70년 로마 장군 티투스가 예루살렘 성전을 파괴할 때 자취를 감추지만, 그 존재감은 계속 유지되어 오늘날도 성지를 비추는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5년 4월 27일(다해)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 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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