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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성경 속 희망의 순례자들: 하바쿡 예언자의 희망

8115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5-14

[성경 속 희망의 순례자들] 하바쿡 예언자의 희망

 

 

남유다 왕국 말기에 예언 활동을 하였던 하바쿡 예언자 역시 신바빌로니아 제국의 군대가 유다 왕국을 제압하던 과정을 목격한 불운한 시대의 예언자였습니다. 그는 여느 예언자들처럼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전한 예언자가 아니라 납득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하느님께 항의하고 따져 물었던 특이한 예언자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목격한 폭력과 불의, 재난과 부정 앞에서 제발 무엇인가를 하시라고 하느님께 호소합니다. 법은 스러지고 공정은 왜곡되는데 왜 하느님은 바라보고만 계시는지 따져 묻습니다. 그러자 하느님께서는 “사납고 격렬한 민족 칼데아인들”(하바 1,6), 곧 신바빌로니아 제국을 통해 악인을 벌하시겠노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무자비한 신바빌로니아 제국 군대의 폭력 앞에서 하바쿡은 다시 하느님께 부르짖습니다. 유다를 벌하기 위하여 더 악한 제국의 군대를 끌어들이시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 따져 묻습니다. 하느님께서 악인은 제 악으로 멸망하고 말리라고 응답하십니다.

 

하바쿡 3장은 ‘하바쿡의 노래’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이 노래는 하느님께 불평했던 예언자의 기도 체험을 담고 있습니다. 기도 중에 그는 당신의 힘과 권능을 떨치시며 오시는 놀라우신 하느님을 목격합니다. 그리고 그는 깨닫습니다. 오직 하느님의 길만이 영원하다는 것을.(3,6 참조) 신바빌로니아 제국의 힘이 당장에는 대단해 보일지라도 그것 역시 한 때일 뿐이며, 스러져 갈 힘에 불과합니다. 당신 백성을 구원하시려고, 당신의 기름부음받은이를 구원하시려고 나오신 하느님에 의해 그들은 파멸되고 말 것임을 그는 압니다. 그래서 그는 그들을 공격하는 백성에게 들이닥칠 환난의 날을 조용히 기다리겠노라고 말합니다.(3,16 참조)

 

그의 현실은 전쟁으로 무화과나무가 꽃을 피우지 못하고, 올리브나무에도 딸 것이 없는 모습입니다. 밭에는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고, 외양간에는 소 떼도 없습니다. 모든 것이 파괴되고 손실된 상황이지만 그는 “주님 안에서 즐거워하고 내 구원의 하느님 안에서 기뻐하리라.”(3,18)고 말합니다. 이런 절망적 상황에서도 그가 기뻐하며 즐거워할 수 있는 이유는 주님께서 바로 그의 힘이시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참으로 희망을 품고 사는 사람들의 삶의 특징이 아닐까요?

 

우리의 삶에는 하느님이 계시지 않다면, 하느님께로 시선을 두지 않는다면, 절망하고 좌절할 이유들이 즐비합니다. 최근에 일어난 산불로 모든 것을 잃은 이들의 상황은 하바쿡이 고백하는 상황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들에게 하바쿡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뻐하고 즐거워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절망적 상황에서도 하느님이 힘이 되어주심을 믿고, 그것 때문에 희망하기를 멈추지 않은 하바쿡 예언자의 모습은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절망과 좌절에 이르는 길은 크고 넓지만 희망으로 다시 일어서는 길은 좁습니다. 그리고 역사는 그 좁은 길을 선택한 이들이 있음을 증언합니다. 고통에 대한 연대와 나눔, 격려와 지지는 더 많은 이들이 희망의 좁은 길을 선택할 수 있게 하지 않을까요?

 

[2025년 5월 11일(다해) 부활 제4주일(성소 주일) 서울주보 4면, 김영선 루시아 수녀(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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