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 성경, 다시 보기: 내 주시오, 내 천주시로소이다(요한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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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72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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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성경, 다시 보기: “내 주시오, 내 천주시로소이다”(요한 20,28)
부활하신 예수님이 두 번째로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토마스에게 그분이 말씀하십니다: 네 손가락을 여기 대 보고 내 손은 보아라, 네 손을 뻗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아라. 그리고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 부활하신 주님의 이 말씀에 대한 토마스의 대답이: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이었습니다(성경 2005년 번역). 위에 인용된 “내 주시오, 내 천주시로소이다”는 1960년 가톨릭 출판사에서 번역한 말입니다. 그 외 우리말 번역으로는 가톨릭, 개신교 할 것없이 모두: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으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나의 주님”이냐, “저의 주님”이냐, 또는 “내 주시오”라는 것들 가운데 어느 것이 더 맞느냐 하는 시대적인 문법의 문제가 아니라,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처음으로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평화의 인사를 하시며, 제자들의 과거(배반하고 도망간 사실)를 묻지 않으시고, 아버지의 뜻에 따라(요한 20,21) 그 제자들에게 어떤 꾸중도 나무람도 없이 용서해 주었을 때, 그때 토마스는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나중에 제자들이 토마스에게 이 사실을 전하자, 토마스의 반응은, 내가 직접 그분을 내 눈으로 그리고 내 손으로 만져서 확인하지 않고는 결코 못 믿겠다고 했습니다. 이 말은 정말로 제자들이 본 그분이 부활하신 예수님이시라면, 어떻게 제자들의 배반과 도망에 대한 아무런 질책도 없고 조건 없이 그렇게 용서해 주실 수 있느냐 하는 의구심을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이 됩니다.
그런데 여드레 뒤에 그분이 다시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인사를 하고는 토마스에게 주님이 직접 눈으로 그리고 손으로 당신을 확인해 보라고 하시자, 그때 토마스가 한 말씀이, “내 주시오, 내 천주시로소이다”입니다. 이 말씀은 과연 당신은 주님이시고 하느님이시라는 것인데, 그 의미는 당신이 정말 하느님이 아니고서야, 그들의 잘못에 대해 어떤 나무람이나 빈정거림의 일언반구도 없이 그렇게 깔끔히 용서해 줄 수 있으실까 하는 것일 겁니다(참조. 마르 2,7).
그렇습니다. 저는 매년 부활 제2주, 자비의 주일의 이 복음(요한 20,19-31)을 읽을 때마다, 두 가지 의문이 생기곤 합니다. 그 첫째가 부활하신 주님께서 만나기도 싫어했던(요한 20,17) 그 제자들에게 먼저 찾아가시어 무조건 용서해 주셨다는 것과 둘째는 당시 유다 백성의 지도자들(대사제들, 바리사이들 그리고 율법 학자들)이 작당하여 그분을 모함하고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는데, 어찌하여 그분은 부활하신 뒤에, 그들을 찾아가지도, 만나지도 않으시고, 그들을 속 시원하게 보복하는 장면이나 말씀이 전혀 없으신가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삶 안에서 “철천지 원수(撤天之 怨讐)”라는 복수의 말을 자주 들어왔고, 그것이 자기의 가족이나 명예에 관계되는 일이라면,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던 말입니다.
당신의 제자들이야, 미우나 고우나 당신이 직접 뽑으시고, 가르쳤던 사람들이기에, 당신이 먼저 찾아가서 용서라는 것을 본으로 보여주시고, 그분의 부활에 대해 ‘긴가민가’하는 제자들이 자신들의 옛 삶의 터전으로 되돌아가고자 할 때, 베드로를 비롯한 다른 제자들을 다시 불러 주시는 사랑과 은총을 베풀어 주셨다고 하지만(참조: 요한 21장), 어찌 그 “철천지 원수”들인 그 대사제들과 바리사이들 그리고 율법 학자들을 찾아가서 보복하지 않으셨는지가 의문스럽고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다시 당하실까 봐서? 아니면 악순환의 연속을 깨트리기 위해서? 아니면 그분의 가르침(참조: 마태 5,38-48)을 살고자 하는 우리도 그렇게 하라고?
[2025년 6월 1일(다해)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가톨릭마산 12면, 황봉철 베드로 신부(성사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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