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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오순절의 성령 강림 사건

8188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6-12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오순절의 성령 강림 사건

 

 

오늘은 성령 강림 대축일입니다. 성령 강림 사건은 사도행전에 소개됩니다. 사도행전은 루카 복음서의 후속 편이라 할 수 있는데요, 사도 1,1에 언급되는 “첫 번째 책”이 바로 루카 복음서입니다. 실제로 사도행전은 루카 복음서의 맺음말 대목인 예수님의 승천에서부터 시작합니다(1,2). 그리고 오순절에 사도단을 중심으로 교회가 탄생하여 지중해 연안의 전 지역으로 퍼져 나가는 과정을 서술합니다.

 

사도 1,11에 따르면, 예수님께서 올리브산에서 승천하신 뒤 제자들이 하늘만 보고 서 있자 천사가 나타나 질책합니다. 하늘만 보고 있을 게 아니라, 이제는 그들이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승천 때 하신 말씀처럼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 그리고 땅끝에 이르기까지”(8절) 주님의 증인이 되어야 하고, 실제로 이 순서대로 예루살렘에서 활동을 시작합니다. 이때 성령 강림 사건이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데요, 이를 기점으로 제자들이 두려움을 떨치고 온 세상에 복음 전파를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령 강림 대축일은 교회의 생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령께서 강림하신 날이 오순절(五旬節)인 점도 의미심장합니다. 오순절은 구약성경에 나오는 “주간절”(週間節; 신명 16,9-12)과 같은 명절입니다. 주간절은, 파스카 축제가 끝나고 일곱 주간 곧 49일이 지나고 50일째 맞는 명절입니다. 이것이 제2성전기에 들며 ‘오순절’로 호칭이 바뀝니다. 기원전 4세기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주변 지역을 정복하며 퍼뜨린 헬레니즘의 영향으로 이를 그리스어 [펜테코스테](Πεντηκοστή)라 칭한 까닭입니다. 이 명칭이 우리말 ‘오순절’로 옮겨지게 되었습니다.

 

성령 강림은 오순절에 사도들이 이층방에 모여 있을 때 일어납니다(사도 2장). 주간절은 모세가 시나이산에 올라가 하느님에게서 십계명을 받아온 일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모세가 십계명을 받아온 “셋째 달”(탈출 19,1)은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서 탈출한 ‘첫째 달 중순’(12,2.6)부터 약 50일째 날에 해당합니다. 이런 병행성을 시사하듯, 사도 2,2-3에서는 오순절에 “갑자기 하늘에서 거센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내려앉았다.”라고 묘사합니다. 마치 하느님께서 시나이산으로 내려오실 때 우렛소리와 더불어 불 속에서 현현하셨듯 말입니다(탈출 19장). 더구나 모세가 주간절에 십계명을 받은 것처럼, 신약 시대에는 오순절에 사도들이 성령을 받습니다. 말하자면, 성령 강림은 시나이산에서 이스라엘 백성과 계약을 맺으신 하느님께서 백성 가운데 현존하시며 새 백성을 태어나게 하신 사건처럼 묘사된 셈입니다. 바로 교회의 탄생 말입니다. 이렇게 구약 시대 주간절의 의미를 완성한 오순절을 다시 맞이하며, 우리 모두 교회의 생일인 오늘을 기념하고 축하합시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5년 6월 8일(다해) 성령 강림 대축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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