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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아브라함을 방문한 세 천사

8229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6-17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아브라함을 방문한 세 천사

 

 

오늘은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입니다. 성경에서 삼위일체의 신비는 창세 18장에 먼저 암시됩니다. 아브라함이 헤브론 마므레의 참나무 아래 천막을 치고 살 때 길손 셋이 방문해온 일입니다. 헤브론은 예루살렘에서 남쪽으로 30km가량 떨어진, 광야에 인접한 도시입니다. 지명의 뜻은 ‘연합하다’ ‘묶다’로 추정되는데요, 주변의 정착촌 넷이 연합했다는 뜻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입니다. 성경은 헤브론의 옛 이름을 “키르얏 아르바”(창세 23,2; 여호 14,15)로 소개하는데, 이는 ‘넷의 도시’라는 의미입니다.

 

이 일화에서는 두 가지가 눈에 띕니다. 하나는 세 길손이 참나무 아래 천막을 친 아브라함을 찾아왔다는 점입니다. 상수리나무인 참나무는 우리나라에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도토리를 제공해준 나무라 ‘진짜 나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히브리어로는 [엘론]인데, 이름에 하느님을 뜻하는 ‘엘’이 들어 있어 고대에는 신성한 나무로 여겨졌습니다(판관 9,37의 “점쟁이 참나무” 참조).

 

다른 하나는 길손들이 방문해온 때가 “한창 더운 대낮”(1절)이었다는 점입니다. 당시 길손은 바깥 소식을 전해주는 반가운 존재였지만, 더운 날의 오후 시간은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고 낮잠을 자던 때입니다. 이런 시간에 방문해왔다는 것 자체가 일단 범상치 않습니다. 하지만 아브라함은 귀찮은 기색 없이 손님을 맞아들이고 발 씻을 물을 내놓습니다(4절). 광야를 오래 걷다 보면 발이 금세 더러워지기 때문에, 발을 씻고 피로를 풀도록 물을 제공하는 건 큰 환대였습니다(창세 24,32; 루카 7,44). 또한 아브라함은 빵을 좀 가져오겠다며 안으로 들어가 풍성한 식사를 준비해 나옵니다. 세 손님이 어디서 온 누군지는 모르지만, 먼 길 오느라 시장했을 마음을 헤아린 것입니다. 이런 환대에 보답하듯 세 길손은 사라의 잉태 소식을 전합니다. 아브라함이 손님의 정체를 알아챈 것도 이때입니다. 늙은 나이에 수태고지를 접한 사라가 숨어서 웃는 걸 길손이 꾸짖자(창세 18,12-13) 그들이 천사들임을 알아본 것입니다. 이를 암시하듯 2절에는 길손이 “세 사람”으로 나오지만, 13절에서 호칭이 “주님”으로 바뀝니다.

 

이렇게 아브라함을 방문한 세 손님 가운데 둘은 이후 소돔으로 갑니다(창세 19,1). 소돔의 악행 때문에 원성이 하늘까지 닿자, 주님께서 ‘내가 직접 내려가 확인해 보겠다.’(18,20-21) 하신 데에 따른 행보일 것입니다. 다만 손님 하나는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그는 18장 후반부에서 아브라함과 대화하신 하느님인 듯합니다. 말하자면, 세 천사 가운데 둘은 소돔으로 가고, 나머지 한 분이신 성부께서 아브라함과 협상하시며 그곳에 의인이 열 명만 있어도 그들을 보아 소돔을 멸망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하신 것입니다. 소돔은 결국 그 열 명이 없어 망하지만, 헤브론은 아브라함을 방문한 세 길손에게서 성부와 성자, 성령의 신비를 미리 알아보게 해준 소중한 성지입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5년 6월 15일(다해)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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