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벳사이다와 오병이어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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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41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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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벳사이다와 오병이어의 기적
갈릴래아 호수는 예수님께서 공생애의 중심지로 삼으셨던 곳입니다. 당시 이 지역에는 유다인 마을이 크게 세 군데 있었는데요, 카파르나움과 코라진 그리고 벳사이다입니다. 이 가운데 벳사이다는 베드로, 안드레아, 필립보의 고향으로서(요한 1,44) 그 지명 뜻은 ‘어부의 동네’ ‘사냥꾼의 동네’입니다. 구약 시대에는 이곳이 ‘그수르’ 땅에 해당하였습니다. 다윗의 아들 압살롬의 외가가 있던 곳이지요. 압살롬은 다윗이 헤브론 임금이던 시절 셋째 아들로 태어나는데(2사무 3,3), 그의 어머니가 그수르 임금 탈마이의 딸 마아카였습니다. 당시 그수르가 이스라엘의 봉신 국가여서 다윗이 정략 결혼을 한 듯합니다. 압살롬은 친누이 타마르가 이복 형 암논에게 욕을 당하자 형을 죽이는데, 이때 도망간 곳이 그수르입니다(13,37). 하지만 그는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뒤, 끝내 아버지를 거슬러 반역하다가 비극적 운명을 맞게 되지요(18,15).
예수님 시대에는 이곳이 벳사이다로 일컬어지게 됩니다. 지명 뜻이 ‘어부의 동네’이듯 배가 드나드는 고장이었다고 합니다. 베드로, 안드레아, 필립보 모두 어부 출신이지요. 다만 벳사이다는 이스라엘의 다른 성지들에 비해 상당히 늦게 발견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벳사이다 유적지가 갈릴래아 호수에서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2,000년이란 세월이 흐르는 동안 지각 변동을 겪으며 내륙으로 바뀐 걸로 추정됩니다.
예수님께서 오천 명 이상의 군중을 먹이셨다는 기적의 장소도 바로 벳사이다입니다. 사실 오병이어의 기적을 기념하는 성당이 갈릴래아 호수 북서쪽 ‘타브가’라는 곳에 따로 있지만, 루카 9,10에 따르면 벳사이다입니다. 이집트에서 탈출하여 광야로 나간 이스라엘 백성을 하느님께서 만나와 메추라기로 배불리셨듯이(탈출 16장), 예수님께서는 벳사이다에서 빵과 물고기로 군중을 배불리 먹이신 것입니다. 요즘 경제 사정이 안 좋아진 탓에 ‘먹고사니즘’이라는 말이 돌지만, 몇십 년 전에도 우리나라에는 보릿고개가 있었지요. 우리 부모님과 조상님들은 굶기를 밥 먹듯 하는 자녀를 보며 파종할 씨앗으로 배고픔을 달랠지, 다음 농사를 기약할지 치열하게 고민하였을 것입니다. 옛 이스라엘에서도 상황이 비슷하여, 주린 배를 부여잡고 씨를 뿌린 이들이 수확하며 기뻐한다는 내용이 시편에 나옵니다: “눈물로 씨 뿌리던 이들 환호하며 거두리라. 뿌릴 씨 들고 울며 가던 이, 곡식 단 들고 환호하며 돌아오리라”(126,5-6).
성경을 보면, 예수님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늘 측은지심입니다(마태 14,14; 마르 1,41 등). 여기서도 예수님은 일상화된 배고픔에 시달리는 백성을 가엾이 여기시어 배불리 먹이십니다. 이렇게 하느님 나라가 어떤 곳인지 미리 맛보게 해 주십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세상 만민을 위하여 당신 자신을 하늘의 빵과 음료로 내놓으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지내며 이를 기념하는 것입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5년 6월 22일(다해)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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