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사도 바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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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08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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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사도 바오로
신약성경의 네 복음서가 구약성경의 오경에 견주어진다면, 사도행전은 구약성경의 역사서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구약의 역사서가 옛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를 다루었다면, 사도행전은 새 이스라엘인 교회의 역사를 다루기 때문입니다. 특히 베드로와 바오로의 선교 활동을 중심으로 초대 교회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전합니다.
사도 21,39에 따르면, 바오로의 출생지는 킬리키아의 타르수스입니다. 바오로도 여느 디아스포라 유다인들, 곧 이스라엘 바깥의 땅에 흩어져 거주하는 유다인들처럼 이름 두 개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사울이라는 유다식 이름과 바오로라는 그리스-로마식 이름입니다. 그의 유다인 이름 사울은 이스라엘의 첫 번째 임금 이름과 같습니다. 이스라엘의 첫 임금 사울은 벤야민 지파 출신이었는데, 바오로도 벤야민 지파 출신으로 소개됩니다(필리 3,5). 그리고 열성적인 바리사이였던 그가 회심한 뒤 바오로라는 이름을 쓰게 되는 건 제1차 선교 여행 때입니다. 바오로의 제1차 선교 여행은 사도 13,4―14,28에 나오는데요, 이방 선교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이때부터는 로마식 이름이 더 어울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이름을 바꿈으로써 중대한 사명을 부여받았음을 강조하는 목적도 있었을 듯합니다(마태 16,18 참조).
사도행전은 총 세 번에 걸친 바오로의 선교 여행을 보고하여 복음이 땅끝까지 전해지는 과정, 곧 로마에까지 전해지는 과정을 전해줍니다. 당시 로마는 세상의 중심이었고, 예루살렘에서 활동을 시작한 사도들의 입장에서는 그곳이 땅끝, 다시 말해 세상의 끝과 같은 장소였습니다. 그래서 온 세상 사람들이 모이는 로마에 복음이 전해지면, 세상의 모든 이에게 복음이 전파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바오로는 선교 여행 때마다 먼저 안식일에 회당을 찾아 유다인들과 성경에 관한 토론을 벌였습니다. 말하자면, 그는 이방인 선교에 앞서 유다인들을 회심시키려 노력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유다인들에게 배척당하고 이방인들에게는 환영받게 되지요. 이로써 바오로는 복음이 유다인들에게서 이방인들에게로 넘어가고 있음을 깨닫고 이를 주님의 계획으로 선언하기에 이릅니다.
다만 사도행전은 그 이야기가 미완성으로 끝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품게 합니다. 바오로가 유다교 율법과 관습을 무시했다는 오해를 받고 예루살렘에서 체포되어 카이사리아에서 감옥살이하다 로마로 압송된 뒤, 끝내 황제 앞에서 재판을 받았는지, 어떤 판결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냥 바오로가 로마에서 셋방살이하며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그리스도에 대해 가르쳤다고만 전하며 끝맺습니다. 이는 사도행전 저자가 자신의 관심사를 애초부터 바오로의 재판이 아닌 로마 선교에 둔 까닭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바오로의 활동이 로마를 마지막으로 끝난 뒤, 주님의 재림 때까지 하느님 나라와 그 복음을 세상에 전할 책임은 그 뒤를 잇는 모든 선교사, 곧 우리의 몫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5년 6월 29일(다해)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교황 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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