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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성경에서 희년을 보다: 모압 여자 룻의 속량과 수숙혼(嫂叔婚)

8338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7-05

[성경에서 희년을 보다] 모압 여자 룻의 속량과 수숙혼(嫂叔婚)

 

 

룻기는 구약성경에서 드물게 이방인의 이름이 제목으로 붙은 책입니다. 이 책은 베들레헴의 기근을 피해 모압으로 이주했다가 남편과 아들을 잃은 나오미와 귀향하는 그를 끝까지 따라가 봉양한 모압 며느리 룻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고부의 운명을 반전시킨 배경은 옛 이스라엘에 존재했던 속량 제도입니다. 레위기의 희년법(25,23-31)에 따르면, 속량 제도는 ‘백성이 가난 등의 이유로 가산을 팔았어도 언제든 되살 수 있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본인에게 능력이 없으면 형제나 친족이 대신 치러줄 수 있는데, 이런 대속자를 성경에서는 “구원자”(레위 25,25)라 칭합니다. 룻은 나오미의 조언에 따라 위험을 무릅쓰고 보아즈 곁으로 가서 “어르신은 저의 구원자이십니다.”(룻 3,9)라며 자신을 거두어 줄 것을 청하였습니다.

 

룻기에는 나오미의 밭과 룻의 수숙혼이 모두 속량의 대상으로 나오는데(4,3-6), 수숙혼이 속량과 관련되는 일은 룻기에만 등장합니다. 수숙혼이란 신명기 율법(25,5-10)에 따른 것으로, 고인이 된 형제의 아내를 맞아들여 대신 자식을 낳고 망자의 이름을 이어주는 옛 관습입니다. 밭의 속량은 레위기(25,23-31)에 나오지만, 과부 속량법은 오경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신명기(25장)의 수숙혼도 직계 형제 간의 율법으로, 고인의 형제가 수숙혼을 거절한다고 그 의무가 다음 형제나 친족에게 넘어가는 것도 아닙니다. 신명기에 따르면(25,7) 과부가 나서서 시숙의 수숙혼을 촉구할 수 있는데, 룻기에서는 룻도 나오미도 보아즈에게 그런 촉구를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들은 ‘밤을 틈타’ 보아즈의 구원자 권리 수행을 유도하는데, 보아즈가 스스로 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룻에게는 보아즈보다 “더 가까운 구원자”(룻 3,12)가 있었으며, 그 역시 밭의 속량뿐 아니라 ‘과부의 속량’, 곧 룻도 구원해야 함을 모르고 있었습니다(4,5-6)

 

룻의 수숙혼은, 유다인 시어머니와 이방 며느리 사이에 형성된 특별한 고부 관계에 감동한 보아즈가 자비심으로 행한 일로 보입니다. 보아즈는 밭의 속량권에 룻의 수숙혼이 포함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친족으로서 도덕적 의무감에 둘을 묶은 듯합니다. 다시 말해,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그 임무를 행하여 고인이 된 나오미의 남편 엘리멜렉의 이름을 잇고 나오미에게는 며느리와 자손을, 룻에게는 보호막을 제공해준 것입니다.

 

상대에 대한 연민과 자비가 사랑으로 발전한 보아즈와 룻의 후손은 다윗 가문으로 이어지며, 마침내 죽음보다 강한 사랑으로 인류를 위해 스스로 희생하신 구세주의 계보로 성화되기에 이릅니다.

 

[2025년 7월 6일(다해) 연중 제14주일 수원주보 4면, 김명숙 소피아(광주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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