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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성경 인물 이야기: 백인대장

8342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7-06

[함신부가 들려주는 성경 인물 이야기] 백인대장 (1)

 

 

성경에는 여러 백인대장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부터 살펴볼 인물은 예수님께 종의 치유를 청한 백인대장입니다. 이 백인대장의 이야기는 마태오 복음서(8,5-13)와 루카 복음서(7,1-10)에 나오는데, 우리는 루카가 기억하는 백인대장의 모습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말씀드릴 것은, 비록 우리가 백인대장에게 주목하지만, 예수님과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항상 예수님이시라는 사실입니다. 즉, 백인대장의 인물됨이 어떠하든, 그것은 예수님과의 관계 안에서만 의미가 있다는 말입니다.

 

이야기는 예수께서 평지설교를 마치시고 공생활의 중심지여서 예수님의 고을(마태 9,1)로까지 불리는 카파르나움으로 돌아오셨을 때 시작됩니다. 예수님에 관한 소문(아마 능력이 뛰어난 치유자가 나타났다는 소문이었을 것입니다)을 들은 백인대장 한 사람이 병명은 알 수 없지만,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심각하게 아픈 종의 치유를 부탁하기 위해 유다의 원로들을 보냅니다.

 

예수님 시대에 로마의 속주였던 이스라엘의 중요 지점에는 로마 군대가 주둔하고 있었는데, 시리아와 이집트를 이어주는 국제 도로인 Via Maris(바닷길)의 경로에 있어 무역의 요충지였던 카파르나움에도 로마군 요새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리고 백인대장은 80명으로 이루어진 로마 부대의 지휘관으로서 평민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군대 계급이었습니다. 한 군단에는 60명의 백인대장이 있었으니, 그들이 이끄는 총 병사의 수는 4,800명 정도였습니다. 카파르나움에는 한 개의 백인대가 주둔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주 임무는 치안 유지와 세금 징수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백인대장은 부대원들의 투표로 뽑혔습니다. 이 말인즉슨, 백인대장은 병사들의 신뢰를 받을 만한 인물이었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이들은 군단의 위와 아래를 이어주는 중추적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대체로 공정한 인물들이어서 심지어 속주의 유다인들로부터도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성경과 교회의 전승은 백인대장들을 우호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사도행전은 베드로 사도를 만난 신실한 백인대장 코르넬리우스의 이야기를 전하고, 교회 전승은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의 옆구리를 찌른 후 회개하여 성인까지 된 백인대장 롱기누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로마 군대에는 종들이 배속되었는데, 이들은 보급품을 옮기는 일, 군마를 보살피는 일, 칼과 방패를 드는 일 등 전쟁에 관련된 일뿐 아니라, 온갖 자질구레한 일상적인 일까지 도맡아 했습니다. 이러한 종의 치유를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는 백인대장은, 종을 말이나 소처럼 소유물로 간주하던 당시 문화를 고려하면, 참 정이 많은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백인대장은 왜 아픈 종을 위해 의사를 찾지 않고 예수님을 청했을까요?

 

고대 근동에서 대개의 병은 신적인 기원이나 악마적인 기원을 가진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의술과 주술 사이의 경계가 모호했습니다.

 

유다에도 이미 바빌론 유배 이전부터 의사가 있었지만(예레 8,22), 시신은 물론 다수의 병자도 부정하게 여겨 접촉을 제한한 율법이 의술의 발전을 크게 저해했습니다. 그러니 주변의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보다 의사의 신뢰도가 훨씬 낮았습니다.

 

그 가운데에 열두 해 동안이나 하혈하는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는 숱한 고생을 하며 많은 의사의 손에 가진 것을 모두 쏟아부었지만, 아무 효험도 없이 상태만 더 나빠졌다(마르 5,25-26). [2025년 7월 6일(다해) 연중 제14주일 가톨릭안동 3면]

 

 

[함신부가 들려주는 성경 인물 이야기] 백인대장 (2)

 

 

하혈병에 대한 유다 의사들의 처방이 탈무드에 나옵니다:

 

1. 타조알을 태운 재를 천에 싸서 가지고 다니기!

2. 암나귀의 배설물에서 발견된 보리알을 지니고 다니기!

 

이런 방법으로 병이 치유될 리가...

 

토빗은 눈에 문제가 생겨 의사들을 찾아갔다가 아예 실명하게 되었습니다(토빗 2,10).

 

그러니, 오늘날 몸이 아픈 사람이 병원에는 가지 않고 성당을 찾아오는 경우와는 달리, 의사 대신 예수님을 찾은 백인대장의 선택은 비합리적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종을 가리키기 위해 루카 복음서의 저자가 사용한 단어와 백인대장 자기 말을 친구들이 전하는 데 사용된 단어가 다르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복음서 저자는 종을 의미하는 둘로스(7,2)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백인대장은 파이스(7,7)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파이스는 종이라는 뜻도 되지만, 그 단어에는 아들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백인대장은 종을 아들처럼 여긴 것일까요?

 

어쩌면 그랬을 수도 있겠습니다. 백인대장이 되기 위해서는 군에서 20년 이상을 복무해야 했는데, 일반 병사에게는 결혼이 금지되었습니다. 그래서 백인대장이 되면 이미 혼기를 놓쳐 가정을 꾸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자식이 아니라 동료가 세운 백인대장의 묘비가 종종 발견되는 이유입니다. 그러니 백인대장이 종을 아들처럼 여겼을 수도 있겠습니다. 아들이 없는 아브라함이 조카 롯이 아닌 종 엘리에제르에게 유산을 물려주려고 했듯이 말입니다(창세 15,2-3).

 

복음서 저자도 그가 주인에게 소중한(엔티모스) 사람이었다고 합니다(7,2). 엔티모스는 감정적 유대를 나타내는 단어입니다. 그렇다면 백인대장은 종을 단지 쓸모있는 사람 이상으로 여겼다는 말입니다. 신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종을 도구가 아닌 목적으로 대했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 백인대장은 유다 회당까지 지어준 것을 보면 ‘하느님을 경외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도행전 8장에 나오는 에티오피아 내시처럼 말입니다. 그는 유다인도, 유다교 개종자도 아니었기에 성전 안뜰에서 이루어지는 예배에 참석할 수 없으면서도, 먼 길을 마다치 않고 예루살렘까지 순례를 왔고 성경을 읽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하느님을 경외하는 사람’이라 불렀습니다.

 

그런데 백인대장은 급한 마음에 예수님을 병자가 있는 자기 집으로 청하기는 했지만, 뒤늦게 중요한 사실 하나를 떠올립니다. 바로 경건한 유다인은 이방인과의 만남을 삼갔다는 점입니다: “유다 사람에게는 다른 민족 사람과 어울리거나 찾아가는 일이 불법임을 여러분도 알고 있습니다.”(사도 10,28) 특히 이방인의 집에 들어가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었는데, 부정함은 닫힌 공간에 함께 머무는 것만으로도 옮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백인대장은 급하게 친구들을 다시 보내 예수님이 오시지 않도록 합니다.

 

그런데 그는 예수님을 만나지도 못하면서, 즉 안수하고, 손을 잡고, 침을 바르는 등의 주술적 효과가 있어 보이는 행위가 일체 제한된 상태에서 치유를 어떻게 기대할 수 있었을까요?

 

백인대장은 말씀의 힘만으로도 치유가 일어나리라 믿었습니다. 사실 모든 말씀에는 실행하는 힘이 있는데, 말하는 주체의 권위가 클수록 말씀의 힘도 큽니다. 중국 황제의 말은 만리장성도 생겨나게 할 수 있었습니다. [2025년 8월 3일(다해) 연중 제18주일 가톨릭안동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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