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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넘쳐흐르는 시내처럼

8343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7-06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넘쳐흐르는 시내처럼”

 

 

이사 66,12에는 “예루살렘에 ··· 민족들의 영화를, 넘쳐흐르는 시내처럼 끌어들이리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이는 예루살렘의 위치와 그 주변 지형을 떠올리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구절입니다. 여기서 “시내”는 일명 ‘와디’로 알려진 곳인데요, 보통 때는 말라 있지만 우기에 비가 내리면 일시적으로 시내가 되어 흐르는 계곡을 말합니다. 이런 와디는 우리말 성경에 “마른내”(민수 34,5 등)로도 옮겨지는데, 보통 때는 말라 있어 어찌 보면 사막의 신기루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언자 예레미야는 하느님을 “가짜 시냇물”(예레 15,18)이라 칭하며 자신의 고통을 토로한 적이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하느님을 생수의 원천이라 가르치지만, 이때 예레미야는 자신이 백성의 미움을 받아 구원을 청하는데도 주님께서 당장 구해주시지는 않으니 신기루와 다름없다고 한탄했던 것입니다. 또한 다수의 예언자들이 하느님은 당신 백성에게 재앙을 보내시는 분이 아니라며 태평성대를 예고한 것(예레 6,14; 14,13 등)과는 달리, 홀로 죗값에 따른 혹독한 심판을 전달함으로써 따돌림을 받게 되었으니, 자신이 듣는 목소리가 하느님의 것이 맞는지도 의심스러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은 자신을 박해하는 이들의 번영이야말로 가짜 시냇물, 와디 같은 환상임을 인식하지 못한 거였습니다.

 

이사 66,12의 배경은 우기입니다. 빗물이 넘치게 흘러 광야에 홍수를 일으키는 강과 같은 “시내”가 언급됩니다. 예루살렘은 해발 고도 700~750m 정도에 자리해 있고, 해 뜨는 방향으로 광야를 따라 30km가량 가면 세상에서 가장 낮은 지점, 곧 수면이 해저 400m 정도인 사해가 나옵니다. 예루살렘과 고도 차가 1km 이상 나는 셈이지요. 그래서 우기에는 예루살렘의 빗물이 큰 시내가 되어 광야를 휩쓸고 마지막에는 사해로 들어갑니다. 곧 이사 66장의 말씀은 예루살렘이 민족들의 영화를 마치 홍수처럼 향유하게 되리라는 예고, 다시 말해 세상 민족들이 이스라엘의 하느님을 주님으로 섬기게 되어 예물을 들고 홍수처럼 예루살렘을 찾아와 찬미하리라는 예언이었습니다.

 

홍수 같은 와디의 시냇물은 예언자 에제키엘이 전한 ‘사해의 부활’(에제 47,1-12) 신탁도 실감나게 그려보게 합니다. 생명력을 지닌 성전수가 큰 강처럼 되어 사해(死海)를 살아나게 하고, 지나는 광야마다 기름지게 변화시키리라는 예고입니다. 이런 사해의 부활은 기원전 6세기 바빌론에서 유배살이하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매우 적절한 메시지였는데요, 당시 고향에서 끌려간 유다인들은 마치 죽음의 바다에 빠진 듯 희망을 잃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곧 사해는 무덤 같은 유배살이를 암시하는 장소였던 셈입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당신 백성을 용서하시며 예루살렘 성전으로 다시 돌아오시고, 성전에서 솟아난 생명수를 통해 이스라엘을 도로 살아나게 하리라 약속하셨습니다. 이 생명수의 신탁이 전하는 바처럼 ‘오늘도 하느님의 백성인 우리 모두에게 평화와 자비가 강물처럼 넘쳐흐르기를 빕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5년 7월 6일(다해) 연중 제14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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