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을 해주세요.

로그인
닫기
성경자료
크게 원래대로 작게
글자크기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말씀은 너희에게 아주 가까이 있다

8371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7-13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그 말씀은 너희에게 아주 가까이 있다”

 

 

신명 6,8-9에는 다음과 같은 율법 말씀이 나옵니다: “이 말을 너희 손에 표징으로 묶고 이마에 표지로 붙여라. 그리고 너희 집 문설주와 대문에도 써 놓아라.” 예부터 유다인들은 이 규정을 지키려고 이마와 팔에는 성구갑을 만들어 매달고 집 문설주에는 [메주자](Mezuzah)를 붙였습니다. 이 가운데 성구갑은 신약성경에도 언급되어, 당시에 이 관습이 존재하였음을 보여줍니다. 반면, 메주자는 신약성경에 언급된 바 없는데, 사해 사본이 발견된 이스라엘의 쿰란 유적지에서 출토되어(BC 2세기~ AD 1세기) 이 역시 예수님 시대에 존재했던 관습임을 알려줍니다.

 

신명 6,9에서 말씀을 써 붙이라고 규정한 “대문”은 성문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당시의 가정 집에는 대문이라고 할 것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고대의 성문은 사람들로 붐비던 장소입니다(창세 23,10.18 등). 옛 이스라엘은 유사시에 대비하려고 성읍을 요새처럼 만들고, 성 밖에 사는 사람들은 전쟁이 나면 성 안으로 도피하였습니다(예레 4,5-6). 그래서 성안 내부는 거주지로 조밀해 군중이 모일 만한 장소가 없으므로, 넓은 공터가 자리한 성문 앞에 모여 재판도 하고 시장도 열었습니다. 신명 6,9의 규정은 이런 성문에 하느님의 가르침을 새겨 두어 성읍 주민이든 그곳을 방문한 외부인이든 하느님의 말씀을 익히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백성은 문맹이었지만, 성문에 붙은 말씀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를 생각하며 되새길 수 있었을 것입니다. 또한 지도자들은 성문 앞에 앉아 송사를 처리하고 민생을 돌볼 때(여호 20,4; 룻 4,1-13 등) 성문에 새겨진 율법을 현장에 적용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잠언 1,20-23에는 하느님의 지혜가 성문 어귀에서 가르침을 전달하는 것으로 그려집니다. 곧 하느님의 지혜를 의인화하여 성문 앞에서 백성을 지도하는 현인의 모습으로 묘사한 셈입니다.

 

다만 메주자가 주님 말씀을 마음에 새기려고 문설주에 붙인 것임을 고려하면, 초창기에는 성경 구절을 메주자 겉면에 새겨 성 안으로 들어갈 때마다 말씀을 바로 볼 수 있게 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다 제2성전기(BC 516년경~AD 70년) 후반에 들면서, 성경 구절 양피지를 돌돌 말아 상자 안에 넣는 형태로 바뀐 듯합니다. 쿰란에서 발견된 메주자가 그런 모양입니다. 가로 6.5cm, 세로 16cm인 이 유물은 메주자 관습이 실재했음을 알려주는 최초의 증거입니다. 메주자 안의 구절만 좀 더 깁니다. 요즘의 메주자에는 신명 6,4-9과 11,13-21이 들어가지만, 쿰란의 메주자 안에는 십계명과 신명 10,12-11,21 그리고 탈출 13장의 일부까지 적혀 있습니다.

 

문설주마다 메주자를 붙이는 이런 관습은 오늘의 제1독서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 말씀은 너희에게 아주 가까이 있다”(신명 30,14). 다만 우리는 말씀을 물리적으로 가까이 붙여 익히는 일 외에도 이를 행동으로 옮겨 “실천”하는 일이 참된 숙제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5년 7월 13일(다해) 연중 제15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0 4 0

추천  0

TAG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로그인후 등록 가능합니다.

0 / 500

이미지첨부 등록

더보기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