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약] 성경에서 희년을 보다: 성문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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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67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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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서 희년을 보다] 성문 앞에서
룻기에 따르면, 보아즈는 나오미의 밭을 속량하고, 베들레헴의 자기 밭에서 이삭을 줍던 룻을 아내로 맞습니다. 이는 희년 법에 포함된 속량 제도(레위 25,25)를 따른 것입니다. 이 제도는 가난해진 백성이 땅이나 자기 자신을 팔아도 언제든 되살 수 있게 보장한 것으로, 형제나 친족이 대신 값을 치를 수 있었습니다. 레위기 25장 25절에서는 이런 대속자를 “구원자”라 칭하며, 룻기에서는 보아즈가 그런 구원자로 등장합니다. 다만 릇에게는 보아즈보다 “더 가까운 구원자”(룻 3,12)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보아즈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베들레헴 ‘성문’으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그곳에 자신보다 더 가까운 구원자를 부르고, 원로들도 앉게 한 뒤 롯과의 혼인 문제를 해결합니다.
이렇게 법적 문제를 해결한 장소가 성문 앞인 점은 흥미롭습니다. 구약 시대 이스라엘의 최북단인 ‘단’에도 제1성전기 당시의 성문 유적 앞에 임금이나 판관이 앉았던 왕좌가 있습니다. 일견 궁궐이 아닌 성문 앞에 왕좌가 있어 이상해 보일 수 있지만, 구약 시대에는 중요한 사람들은 자주 성문 앞에 앉았습니다. 롯은 소돔 성문에 앉아 있었고(창세 19,1), 압살롬은 아버지 다윗을 반역하기 전 성문 앞을 어슬렁거리며, 재판하려고 임금을 찾아오는 사람을 볼 때마다 자신이 더 잘 할 수 있다며 마음을 사려 하였습니다(2사무 15,2-4). 압살롬의 반역이 실패한 뒤에는 다윗이 예루살렘으로 돌아가기 전 마하나임 성문 앞에 좌정하였습니다(19,19). 이는, 성문 앞에 지도자들이 주로 앉아 민생을 돕는 재판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보아즈의 시대는 임금이 없던 때였으므로 원로들이 앉았습니다. 원로들은 연륜과 경험이 풍부해 조언자 역할을 맡았고(1열왕 12,6), 재판도 담당하였습니다(신명 22,13-19 참조).
성문 앞에서는 시장도 열렸습니다. 아브라함이 사라를 매장할 막펠라 동굴을 헤브론 성문에서 구입하고 그곳에 있던 이들이 매매를 인증해 준 일이 일례입니다(창세 23,10.18). 이렇게 백성이 성문 앞에서 재판도 하고 시장도 연 까닭은, 군중이 모일 만한 광장이 성문 앞에만 있었기 때문입니다. 옛 이스라엘은 성읍을 요새처럼 만들었고, 성 밖의 사람들은 전쟁이 나면 성 안으로 대피하였습니다(예레 4,5-6 참조). 그래서 성 안은 거주지로 조밀해 군중이 모일 만한 장소가 없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성문 앞은 늘 번화한 곳으로, 그곳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일은 부유층만 누릴 수 있던 특권이었습니다. 바깥 소식을 제일 먼저 접할 수 있어 그렇게 얻은 정보가 권력이 되었겠지요.
이런 성문의 역할은 잠언에도 나타나 ‘하느님의 지혜가 성문 어귀에서 가르침을 전달하는 것’으로 그려집니다(1,20-23 등), 곧 잠언은 하느님의 지혜를 여인으로 의인화하고 성문 앞에서 백성을 지도하는 현인의 모습으로 묘사한 셈입니다.
[2025년 8월 3일(다해) 연중 제18주일 수원주보 4면, 김명숙 소피아(광주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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