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카인과 아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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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68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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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카인과 아벨
이스라엘 땅의 절반은 광야입니다. 그래서 성경에는 목자가 많이 등장합니다. 유목(遊牧)은 옛 이스라엘에서 농경(農耕)과 함께 경제를 지탱한 기둥입니다. 농경은 아담이 에덴에서 살았던 이상적인 모습을 떠올려줍니다: “주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데려다 에덴 동산에 두시어, 그곳을 일구고 돌보게 하셨다”(창세 2,15). 한편, 유목은 인간이 짐승을 다스리는 위치에 있음을 드러냅니다(1,26). 따라서 농경과 유목은 주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의 질서와 잘 어우러집니다.
그런데 원조들이 선악과를 먹은 결과를 방증이라도 하듯, 인류 역사의 시작과 함께 살인이 발생합니다. 이 사건은 카인이 아벨을 질투한 데서 비롯된 일이지만, 이야기의 한 켠에는 농부와 목자 사이의 오랜 갈등이 숨어 있습니다. 카인이 아벨을 죽였듯이, 결과적으로 농부가 기름진 땅을 차지하고, 목자는 인적 없는 광야나 빈 들로 나가 짐승을 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예부터 경작지를 짓밟는 짐승에게서 농작물을 보호하려 한 농부와, 풀을 뜯겨 가축을 키우는 목자 사이에는 알력이 있었습니다(예레 12,10 참조). 지금도 목자는 광야에서 소량의 식물에 의지해 짐승을 키웁니다.
창세 4,1에서 “카인”의 이름 뜻은 ‘얻다’ ‘획득하다’로 암시됩니다. 하와가 카인을 낳고 “주님의 도우심으로 남자 아이를 얻었다.”라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더 정확한 뜻은 ‘빚다’ ‘단조(鍛造)하다’입니다. 카인은 “하늘과 땅을 지으신··· 하느님”(창세 14,19)이란 구절에서 “지으신”에 해당하는 단어 [코네]와 같은 어근으로, 그 뜻은 주님의 도우심으로 ‘빚어진’ 아이입니다. 그에 비해, 아벨의 히브리어 이름 [헤벨]은 창세 4장에 이름 뜻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는 ‘헤벨’이 성경에 흔한 단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허망’ ‘한숨’을 뜻하는 이 단어는 인생무상과 덧없음을 표현할 때 자주 쓰이고(시편 144,4: “한낱 숨결과도 같은 것”) 코헬렛에서는 “허무”로 옮겨졌습니다. 그렇다면, 아벨의 이름에는 짧게 지나가는 그의 허무한 삶이 예고되어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왜 아벨의 제물만 받으시고 카인의 제물은 굽어보지 않으셨을까요? 답은 이들이 바친 제물의 묘사에 있는 듯합니다: “카인은 땅의 소출을 ···, 아벨은 양 떼 가운데 맏배들과 그 굳기름을 바쳤다”(창세 4,3-4). 탈출 13,2과 29,13에 따르면, 짐승의 첫 새끼와 굳기름은 하느님께 봉헌해야 하였습니다. 그에 비해, 카인의 경우는 땅의 소출을 바쳤다고 나올 뿐 귀한 걸 바쳤다는 어감이 빠져 있습니다. 아마도 하느님께서는 마음에서 우러난 제물이 아니어서 카인의 것을 받지 않으신 듯합니다. 상대를 사랑하면 아까울 것이 없는데, 카인에게는 하느님이 그런 대상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결국 카인은 질투 끝에 동생을 없애고 자신이 살던 땅에서 쫓겨나 에덴의 동쪽 놋에 정착하게 됩니다. 이렇게 카인은 자신의 모자람을 성찰하기보다 경쟁상대를 없앰으로써 마음의 안정을 꾀한 셈인데, 이는 더 많이 가지려 상대를 견제하는 오늘날의 경쟁 사회에 경각심을 줍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5년 8월 3일(다해) 연중 제18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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