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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성경 속 희망의 순례자들: 불행이 희망을 멈추게 하는가?

8508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8-13

[성경 속 희망의 순례자들] 불행이 희망을 멈추게 하는가?

 

 

구약성경의 인물들 가운데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온갖 종류의 고통을 다 겪은 인물을 하나 꼽는다면 그것은 야곱일 것입니다. 장자가 아닌 데다 고대사회가 요구하는 건장한 신체 조건을 갖추지 못했던 야곱은 불콩 죽 한 그릇 값으로 형 에사우의 장자권을 받아내고, 아버지의 마지막 축복마저 가로챕니다. 이 때문에 그는 형을 피하여 달아나야 했습니다. 두려움에 차서 홀로 낯선 길을 가던 야곱은 베텔에서 하느님을 만납니다. 하느님은 야곱에게 땅과 후손과 축복을 약속하시고, 늘 야곱과 함께하면서 그를 지켜 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약속대로 야곱은 무사히 하란에 있는 라반 삼촌 댁에 도착합니다. 그러나 이곳에서의 삶도 녹록지 않았습니다. 그는 삼촌의 속임수 때문에 라헬을 아내로 얻기 위해 14년을 일해야 했습니다. 이후에도 삼촌은 열 번이나 품삯을 속였습니다. 게다가 그는 사랑하는 아내가 불임으로 고통받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라헬은 오랜 기다림 끝에 귀한 아들 요셉을 낳았지만 훗날 벤야민을 낳다가 죽고 맙니다.

 

결국 야곱은 모든 식솔을 데리고 라반의 집에서 달아났습니다. 야뽁강에서는 엉덩이뼈를 다쳐 다리를 절뚝거리게 되었습니다. 두렵기만 했던 형 에사우와의 만남은 다행히 잘 지나갔지만, 야곱의 삶은 이후에도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스켐에서 그의 외동딸 디나는 강간을 당하였고, 시메온과 레위가 이를 잔인하게 복수하는 바람에 그곳을 떠나 베텔로 달아나야 했습니다. 하느님은 베텔에서 다시 한번 나타나셔서 그를 축복해 주셨습니다. 베텔에서 베들레헴으로 가는 길에서 라헬이 죽어 그를 길가에 묻고 떠나야 했습니다.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맏아들 르우벤이 자신의 소실인 빌하와 동침하는 불상사가 일어났습니다. 또 야곱이 편애하던 요셉은 형들의 미움으로 이집트에 노예로 팔려 갔고, 요셉이 죽은 줄만 알았던 그는 오랫동안 상실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습니다. 가나안 땅에 심각한 기근이 닥쳐오자 이집트로 곡식을 사러 보낸 자식 중에서 시메온은 옥에 갇히고, 다시 곡식을 사기 위해 이번에는 벤야민마저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마침내 요셉이 살아있을 뿐만 아니라 이집트의 재상이 되어 그들을 보살펴줄 수 있게 된 것을 알고, 야곱은 이집트로 이주하게 됩니다. 그가 헤브론을 떠나 이집트로 가던 중 브에르 세바에서 하느님은 다시 한번 나타나셔서 언제나 그와 함께하실 것이며, 그를 다시 데리고 올라오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드디어 그는 사랑하는 아들 요셉을 만납니다. 130세에 이집트로 내려간 그는 147세에 그곳에서 세상을 떠납니다.

 

그는 인생의 대부분을 나그네로 살았고, 고통에 익숙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하느님의 약속을 믿었고, 하느님과 함께 인생의 모든 불행을 겪어냈습니다. 그의 불행은 하느님의 약속에 대한 그의 희망을 멈추게 하지 못하였습니다. 애가의 시인처럼 야곱도 이렇게 말하였을 것입니다. “주님은 나의 몫, 그래서 나 그분께 희망을 두네.”(3,24)

 

[2025년 8월 10일(다해) 연중 제19주일 서울주보 4면, 김영선 루시아 수녀(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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