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예리코에서 맞이한 해방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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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9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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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예리코에서 맞이한 해방의 해
올해 우리는 희년을 지내고 있습니다. 레위 25,10에 ‘해방의 해’로 소개되는 해입니다. 다시 말해, 가난 등의 이유로 가산을 팔고 종이 된 백성이 가산과 원래의 신분을 되찾는 해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맞이한 최초의 해방은 이집트 탈출이었습니다. 그 뒤 오랜 광야 생활을 거쳐 도착한 약속의 땅에서 맨 처음 정복하는 성읍은 예리코인데요, 이곳은 사해(死海)를 동쪽에 두고 유다 광야에 자리한 성읍입니다. 그런데 그 정복 이야기가 해방의 해인 희년의 모티프와 연결되어 있어 흥미롭습니다.
여호 6장에 따르면, 이스라엘 백성은 예리코 정복 당시 계약 궤와 뿔 나팔을 앞세우고 예리코 성을 하루에 한 번씩 돌았습니다. 이렛날에는 일곱 번 돕니다. 그런 다음 뿔 나팔을 불고 함성을 지르자 예리코 성이 무너지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이때 분 뿔 나팔은 하느님께 드리는 예배 때 자주 쓰이던 악기로 주님께서 현존하심을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여호 6장에서 뿔 나팔 [쇼파르]는 ‘숫양’을 뜻하는 히브리어 [요벨]과 함께 쓰입니다: “숫양 뿔 나팔”(4.6.8.13절). 레위 25,9에서는 요벨이 ‘희년’의 뜻으로 쓰였고요. 요벨이 뿔 나팔과 함께 쓰인 건 탈출 19,13에도 나오는데, 이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갖습니다. 이스라엘이 이집트 탈출에 성공한 직후 시나이산 아래 섰을 때 주님의 현현을 신호하는 ‘요벨’ 소리가 울려 퍼졌고, 백성이 주님의 약속대로 가나안을 차지하는 첫 과정에서도 ‘요벨’ 소리가 재차 울려 퍼졌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호수아기의 요벨 소리는 하느님의 약속이 마침내 실현되었음을 신호한 셈입니다.
또한 희년이 일곱째 해인 안식년을 일곱 번 지낸 뒤 맞이하는 해이듯이(레위 25,8) 예리코 정복에서도 같은 상징수가 반복됩니다. 사제들이 분 뿔 나팔의 수가 일곱이고, 백성이 예리코 성을 돈 날수도 이레입니다. 이렛날에는 일곱 번 돌았습니다. 이는 가나안의 첫 성읍인 예리코에서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위한 희년, 곧 ‘해방의 해’를 준비하셨음을 알려줍니다.
예리코 정복에 결정적으로 공을 세운 인물은 라합입니다. 그는 여호수아가 파견한 정탐꾼을 도운 예리코의 창녀입니다(여호 2장). 라합은 예수님의 족보(마태 1,1-17)에도 등장하는데요, 아마 이때 세운 공으로 들어가게 된 듯합니다. 가나안 여인인 라합이 동족이 아닌 이스라엘을 도운 건 비참한 창녀의 삶에서 벗어나고자 내건 일생일대의 도박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하느님께서 이집트의 한 노예 집단을 구해내 탈출시켰다는 소문을 듣고(여호 2,9-11) 자신도 같은 해방을 꿈꾼 건 아니었을까요?
여호 6장이 전하는 바 역시, 이스라엘 집안이 이집트 종살이에서 벗어나 주님께서 조상들에게 약속하신 땅을 차지하게 되는 첫 과정입니다. 그러므로 예리코에서 울려 퍼진 뿔 나팔 소리는 희년의 요벨 소리처럼 이스라엘 백성과 창녀 라합의 해방을 알리는 선포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5년 8월 10일(다해) 연중 제19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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