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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새해 축제

8716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10-01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새해 축제

 

 

지난 9월 22일부터 24일은 이스라엘의 새해 축제 기간이었습니다. 가을에 웬 새해인지 의아할 수 있지만, 유다인들은 예부터 민수 29,1에 언급되는 “일곱째 달 초하룻날”을 새해 첫날로 지내왔습니다. 서로에게 [샤냐 토바]라고 인사하며 ‘복된 새해’를 기원하고 송구영신하는 때입니다. 새해의 나날들이 달고 풍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꿀에 사과를 찍어 먹거나 석류를 쪼개 먹습니다. 특히 석류는 알갱이가 613개라는 전승으로 풍요를 뜻하고, 유다인들이 지켜야 하는 613 가지의 율법도 상징합니다.

 

그런데 가을에 새해를 맞는 관습은 이스라엘에만 존재했던 건 아닙니다. 고대근동에서도 가을에 새해 축제를 지냈습니다. 이는 이스라엘과 그 주변 지역이 지닌 기후의 영향으로 보입니다. 메마른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온 세상이 부활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건기 동안 누렇게 뜬 산과 들이 비를 맞으며 다시 푸릇푸릇해지는 가을을 예부터 한 해의 시작으로 여겼을 터입니다. 마치 천지가 다시 창조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까닭입니다. 성경에서는 가을에 내리는 비를 “이른 비”(예레 5,24 등)라 칭합니다.

 

이스라엘 동쪽에 자리한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이런 자연의 순환을 설명하는 신화가 존재하였고, 그에 맞는 전례도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에제 8,14에 언급된 ‘탐무즈 신 애도’입니다. 탐무즈는 메소포타미아에서 생명과 풍요의 신이었습니다. 그곳 사람들은 봄이 지나 건기가 시작되면, 풍요의 신 탐무즈가 죽어 저승으로 내려가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탐무즈가 부활하면, 가을에 비가 내리며 천지가 도로 살아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탐무즈의 부활을 기다리며 애도하는 전례를 거행한 것입니다. 이런 전례가 고대 근동에서 얼마나 인기를 끌었는지, 에제키엘서에도 언급됩니다. “그분께서는 나를 주님의 집 북쪽 대문 어귀로 데려가셨는데, 그곳에서는 여자들이 앉아서 탐무즈 신을 애도하고 있었다.” 이는 주님의 성전에까지 와서 우상을 숭배하는 백성을 꾸짖으려고, 에제키엘이 환시로 본 내용을 전달한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새해 축제는 우리 설날처럼 즐거운 기간이지만, 심판과 기억의 때이기도 합니다. 전통 유다인들은, 새해가 되면 하느님께서 왕좌에 앉으시어 모든 인간의 행위를 적은 책을 검열하신다고 믿습니다. 한 해 동안 살아온 모습과 그 결과에 따라 선인과 악인 그리고 중간 단계로 나누어 심판하신다고 봅니다. 그래서 유다인들은 새해가 되면, 서로 [하티마 토바] 곧 ‘좋은 결과를 바랍니다.’ 하고 축복해 줍니다. 이는 심판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 복이 넘치는 새해를 맞으라는 기원입니다. 그리고 새해 첫날 오후에는 지난 해 동안 지은 죄를 씻는다는 의미로 흐르는 물에 손을 담그거나 빵 조각 혹은 돌멩이를 던져 넣기도 합니다(사진 참조).

 

한 해의 봄과 여름을 보낸 우리도 이제 가을과 겨울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또한 순조롭고 평화롭게 보낼 수 있도록 주님께 청하며, 성경의 새해 축제를 기념합시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5년 9월 28일(다해) 연중 제26주일(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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