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 성경, 다시 보기: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마태 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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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38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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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다시 보기]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마태 6,13)
어릴 때 “주모경”을 기도로 외울 때는 “기도했다”라는 것이 단연코 중심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기도문을 외울 때는 매번은 아니지만 자주 그 내용을 살피고 묵상하게 됩니다. 그 가운데,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라는 이 대목을 읊조릴 때는 이렇게 묵상합니다: 주님, 저는 유혹에 빠지기 쉽고 의지가 약합니다, 그러니 제게 유혹이 다가오지 않게 해 주십시오.
- 유혹(πειρασμος 페이라스모스)이란 단어는 신약성경에서 모두 20번 나오는데, 그 가운데서 4 복음에만 9번 나옵니다. 그리고 눈에 띄는 것은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기도하라”고 일러주십니다(마태 26,41; 마르 14,38; 루카 22,40.46).
- 그리고 그 단어 앞에는 언제나 정관사 “그”가 없이 그냥 “유혹”입니다. 그러니 그 유혹이란 것이 정해진 어떤 것이 아니고 그 내용이 무엇인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즉,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유혹을 한번 이기고 나면 그 후로는 그에 대한 면역이 생겨, 다시는 그 유혹에 빠져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도 사십 일 동안 유혹을 당하신 후에, “악마는 모든 유혹을 끝내고 다음 기회를 노리며 그분에게서 물러갔다”(루카 4,13)고 했습니다. 또 오고 올 수 있다는 것이지요.
- 저는 “성사전담신부”가 된 이후 가끔은 그 유명한(?) “묻지마 관광”에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물론 사복을 하고서 말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어느 본당에서 지인이 영세한다고, 그분이 저에게 꼭 그 미사에 참석해 달라고 해서, 저는 가게 되었습니다. 그 본당은 내가 사목한 본당이 아니었기에, 내가 사복을 하고 가면 신부라는 걸 못 알아볼 것이란 생각으로 사복을 하고 가기로 작정했습니다. 신자들의 인사받기가 민망하기도 했고요. 막상 그날이 되자 망설이게 되었습니다. 이랬다, 저랬다 몇 번 옷을 갈아입다가, 결국은 사복을 하고 가게 되었습니다. 조용히 갔다 오리라는 생각으로. 그런데 그 성당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어떤 형제님이 “신부님이 여기 어쩐 일입니까?”하고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성당 입구에서 또 다른 형제님이 저를 알아보고 같은 인사를 하는 것입니다. 성당 안에 들어서니 누가 일렀는지, 그 본당신부님이 직접 와서 같이 미사를 하자는 것입니다. 저는 사복이라 안 된다고 하니, 제의실에 가면 다른 장백의가 있으니, 그것만 입으면 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제대 위로 올라서 같이 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미사 중 세례식에서 “죄를 끊어 버립니까? 죄의 유혹을 끊어 버립니까? 전능하신 천주 성부를 믿습니까?....”라는 신앙고백문을 들었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 묻지마 관광은 이제 틀렸다. 사복을 해도 신자들이 나를 알아보니 말이다. 그렇구나, 신분을 감추고 묻지마 관광을 갈 생각을 할 것이 아니라, 그 유혹을 물리치기 위해서 기도해야 한다.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여라.”(마태 26,41)고 하시지 않았는가? 신앙인은 기도를 통해 유혹을 물리쳐야 하는 것이다. 물론 그 기도에 전제가 되는 건 말할 것도 없이, 믿음이다. 그러니까 결국 그 신앙심이 나를 보살펴 주고, 보호해 주는 것이다.’
미사 끝에 공지사항 시간에 본당신부님의 양해를 얻어 한마디 했습니다.
“믿음 안의 기도를 통하여 주님께서 우리를 보살펴 주심을, 여러분도 굳게 믿으십시오.”
[2025년 10월 5일(다해) 연중 제27주일 가톨릭마산 8면, 황봉철 베드로 신부(성서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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