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을 해주세요.

로그인
닫기
성경자료
크게 원래대로 작게
글자크기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지도자의 모범을 세운 모세, 느보산에서 잠들다

8741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10-08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지도자의 모범을 세운 모세, 느보산에서 잠들다

 

 

창세 37-50장에는 야곱 집안이 이집트로 가게 된 사연이 소개됩니다. 요셉에 대한 야곱의 편애와 다른 아들들의 질투, 열일곱이나 먹은 요셉의 고자질(창세 37,2)과 철없는 꿈 자랑 탓에 요셉이 이집트로 팔려 가지만, 이 일로 야곱 집안은 이집트로 피신해 가나안의 기근을 넘기게 됩니다. 그러나 이후 요셉을 알지 못한 파라오가 이집트의 새 주인이 됩니다. 그는 이스라엘의 번성을 보고 위협을 느껴 강제노역으로 옭아매고, 사내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죽였습니다(탈출 1장). 이에 이스라엘이 신음하자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당신의 계약을 “기억”하십니다(2,24). 이는 당신께서 맺으신 계약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하셨다는 뜻입니다. 그 첫걸음으로 주님께서는 모세를 이스라엘의 지도자이자 예언자로 삼아 파견하셨습니다(3,1-12).

 

사실 성경에서 예언자라 일컬어진 최초 인물은 아브라함이지만(창세 20,7), 정식으로 소명을 받고 백성에게 말씀을 전달하기 시작한 이는 모세입니다. 주님께서 떨기나무 사이에서 그를 부르며 당신을 드러내신 뒤(탈출 3,1) 그는 이스라엘을 인도해 이집트에서 끌어내게 됩니다. 가나안의 입구에 해당하는 모압 벌판까지 인도하며, 노예 집단에 지나지 않던 이들을 한 민족으로 성장시킵니다. 신명기의 마지막 대목은 예전에도 앞으로도 모세만 한 이는 나오지 않으리라고 전합니다(34,10).

 

이런 모세가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하게 된 건 민수 20장에 나오는 마싸와 므리바 사건 때문인데요, 이 일에서 모세가 죄를 지은 것입니다. 다만 그의 죄는 흔히, 주님께서 모세에게 바위에 “명령”하여 백성을 위해 물을 내어주라 하셨는데, 모세가 지팡이로 바위를 ‘쳐서’ 물을 낸 데 있다고 풀이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 해석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위를 두드리지 않을 거면 하느님께서 왜 지팡이를 집어 들게 하셨느냐는 점입니다(8절). 오히려 모세의 죄는 “우리가 이 바위에서 너희가 마실 물을 나오게 해주랴?”(10절)라고 한 데 있습니다. 말하자면, 물을 내게 하는 힘은 하느님께 있는데, 모세는 주님의 거룩함을 드러내지 않고 그 힘이 마치 자신과 아론에게 있는 양 포장한 것입니다. 이 일로 모세는 약속의 땅 앞에 도착해서도 그곳을 바라보기만 하다가, 가나안 바로 맞은편에 자리한 모압의 느보산에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신명 34장).

 

모세는 주님의 대변인이자 백성의 지도자로서 큰일을 하지만, 안타깝게도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해 끝까지 책임진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는 예언자들의 전형일 뿐 아니라 후대의 지도자들에게도 훌륭한 모범이 됩니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는 영광과 명예만 원할 뿐 자신이 맡은 책임에는 불성실한 위정자들이 많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고생한 보람도 없이 가나안에 들지 못하지만 주님께 끝까지 복종했던 모세가 잠든 느보산에서는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루카 17,7)이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5년 10월 5일(다해) 연중 제27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0 24 0

추천  0

TAG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로그인후 등록 가능합니다.

0 / 500

이미지첨부 등록

더보기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