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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열두 소예언서의 지혜: 즈카르야 예언서

8745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10-09

[열두 소예언서의 지혜] 즈카르야 예언서

 

 

제1즈카르야와 제2즈카르야

 

즈카르야 예언서를 읽어보면 1장부터 8장까지는 ‘성전 재건이 중요한 주제’로 등장하며 즈루빠벨과 예수아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9장에서 14장을 보면 성전 건축 시대는 이미 지나갔으며 역사 안에 펼쳐지는 하느님의 활동과 하느님이 직접 세상을 심판하기 위하여 개입하실 종말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이렇듯 시기와 내용의 차이만이 아니라 문체도 현저한 차이를 보이는 구분을 두고 학자들은 전반부를 하까이 예언자와 동시대에 살았던 ‘제1즈카르야’라 부릅니다. 한편 후반부는 훨씬 후대인 기원전 4~3세기에 즈카르야의 정신을 이어받은 ‘제2즈카르야’의 작품으로 여겨집니다. 이번 호에서는 제1즈카르야에 해당하는 전반부의 내용을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시대 배경의 이해 

 

지난 호에 다루었던 하까이 예언자의 활동 시기는 “다리우스 임금 제 이년 여섯째 달 초하룻날”(하까 1,1)이었습니다. 그리고 즈카르야 예언서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다리우스 제 이년 여덟째 달에 주님의 말씀이 이또의 손자이며 베레크야의 아들인 즈카르야 예언자에게 내렸다.”(1,1. 기원전 520년 10-11월) 눈치채셨듯이 하까이와 즈카르야, 두 예언자의 활동 시기는 상당한 접점이 있습니다. 유배에서 돌아온 귀환 공동체는 기원전 536년에 성전의 기초를 놓지만 성전 재건은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같은 상황을 배경으로 하는 두 예언서입니다. 단지 차이점이 있다면 하까이는 성전 재건을 시작하라는 말씀을 선포했고, 즈카르야 예언자는 시작된 성전 재건의 완성과 더불어 시작될 이스라엘의 회복과 희망을 선포합니다.

 

 

여덟 개의 환시 : 절망 속에 선포된 희망

 

즈카르야 예언서를 보면 백성들을 향한 회개의 외침에 이어 여덟 개의 환시가 등장합니다. 예언자가 본 환시의 의미를 주님의 천사가 설명해 주는 방식으로 구성된 여덟 개의 환시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첫 번째 환시에서는 붉은 말을 탄 사람과 그 사람 뒤를 따르는 붉은 말들, 검붉은 말들, 흰 말들이 등장하고, 말 탄 사람들이 세상을 돌아보고 온 세상이 평온하다고 주님께 보고를 드립니다. 악에 대한 심판도 없고, 하느님의 구원을 기다리는 이에게 아무런 응답도 없는 이런 상태를 두고 천사가 “만군의 주님, 당신께서는 예루살렘과 유다의 성읍들을 가엾이 여기지 않으시고 언제까지 내버려 두시렵니까?”(1,12)하고 묻습니다. 그러자 하느님께서는 ‘다정하고도 위로가 되는 말씀’으로 대답하십니다. “나는 동정심을 가지고 예루살렘에 돌아왔다. 그 안에 나의 집이 다시 지어지리라.”(1,16) “내 성읍들은 다시 좋은 것으로 넘쳐흐르리라.”(1,17)

 

두 번째 환시에서는 유다와 예루살렘을 흩어버린 네 개의 뿔과 그 뿔들을 던져 버릴 네 명의 대장장이를 통해 새 시대가 올 것임을 예고합니다. 세 번째 환시에서는 측량줄을 든 사람이 등장하여 예루살렘을 측량하는데, 천사가 나타나 ‘예루살렘은 성벽 없이 넓게 자리 잡을 것’이라 합니다. 그러자 주님의 말씀이 내리는데 “내가 예루살렘을 둘러싼 불 벽이 되고 그 한가운데에 머무르는 영광이 되어 주리라.”(2,9)라고 하십니다. 또 하느님께서는 예루살렘에 성전이 지어질 것이라 약속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딸 시온아 기뻐하며 즐거워하여라. 정녕 내가 이제 가서 네 한가운데에 머무르리라.”(2,14) 네 번째 환시에서 대사제 예수아는 더러운 옷을 벗고 새로운 예복을 입으며 깨끗한 터번을 쓰게 되고, 다섯 번째 환시에서 올리브 나무 두 그루가 등장합니다. 이는 귀환 공동체를 일으켜 세울 두 축이 예수아 대사제와 즈루빠벨 총독이며 특히 귀환 공동체에서 사제직이 중심이 될 것임을 암시합니다. 

 

여섯 번째 환시에 나오는 날아다니는 두루마리는 앞으로 제거될 죄인을 상징하고, 일곱 번째 환시에 나오는 뒤주 한가운데에 앉아있는 여자는 세상의 악을 의미하는데, 결국 이 악은 뒤주에 밀봉되어 바빌론으로 옮겨짐으로써 예루살렘이 정화됨을 보여줍니다. 끝으로 여덟 번째 환시에서 병거 네 대가 사방으로 흩어지는데, 그중 북쪽으로 가는 병거는 주님의 영을 북쪽 땅에 자리 잡게 합니다. 이는 북쪽에 남아있던 유배자들에게 주님의 영이 찾아가 그들이 예루살렘 성전 재건에 참여하도록 권고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각각의 환시가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하지만, 중심된 신탁은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이방 민족들의 지배에서 해방하시고 새로운 통치자를 세워 구원의 시대를 새롭게 열어주시리라는 약속을 담고 있습니다. 곧 환시의 내용은 이스라엘이 맞이할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요약됩니다. 그래서 즈카르야 예언자는 참된 단식에 관한 가르침에 이어 메시아 시대에 펼쳐질 행복을 약속하며 용기를 줍니다. “내가 너희를 구원하면 너희는 복이 되리라. 두려워하지 말고 힘을 내어라!”(8,13) 

 

짙은 색으로 표시된 성경 구절만 따로 한 번 읽어보십시오.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폐허 속 예루살렘의 재건이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 하느님의 도우심과 주님 구원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것 같은 절박한 상황 속에서 즈카르야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느님 구원의 소식을 전하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습니다. 이로써 이스라엘은 성전이 재건 되리라는 희망, 이스라엘이 회복되리라는 희망, 메시아가 올 것이라는 희망으로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즈카르야 예언자는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는 희망의 불을 지핀 희망의 전달자였습니다.

 

 

희망의 군단 레지오 마리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이렇게 평가합니다. “현대는 희망의 위기를 겪고 있다.” 현대는 제대로 배운 기술 하나로 성실히 일하면 잘 살 수 있었던 이전 세대와 분명 다릅니다. 그래서인지 ‘내가 마지막 세대다’라는 절망감에 빠져 희망을 갖는 것조차 포기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이런 시대에 희망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세상에 희망을 주는 그리스도인들의 중심에 레지오 마리애 단원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사랑하고 따르는 성모님은 인생의 가장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하느님 말씀에 희망을 두고, 하느님만을 희망하셨습니다. 그래서 역대 수많은 교황님이 성모님을 ‘희망의 여인’이라 칭송하며, 교회의 위기 순간마다 성모님의 전구를 바라며 묵주기도를 바쳤습니다. 

 

우리는 희망의 여인을 따르는 희망의 군대, 희망의 여인을 어머니로 모신 희망의 자녀입니다. 2500년 전, 절망 속에 지쳐있던 이스라엘 민족에게 즈카르야 예언자의 신탁이 희망이 되었듯이, 희망이 위기를 겪고 있는 이 시대에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의 기도와 활동이 새로운 희망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성모님의 군단, 2025년 9월호, 여한준 롯젤로 신부(대구대교구 성서사도직담당, 대구 Se.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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