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 성경에서 희년을 보다: 만물의 영장이 행하는 공정과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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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17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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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서 희년을 보다] 만물의 영장이 행하는 공정과 정의
희년의 기본 정신은 ‘공정과 정의 실현’에 있습니다. 사실 공정과 정의 실현은 성경 곳곳에서 언급되듯이, 우선 임금이 지닌 직분입니다(2사무 8,15; 1열왕 10,9 등). 성경에서 공정과 정의는 의미하는 바가 매우 거창할 것 같지만, 실은 매우 단순합니다. 바로 타자의 몫을 부당하게 빼앗지 않는 것, 특히 수탈당하기 쉬운 약자를 착취하지 않는 것입니다. 예레미야 예언자도 유다 임금에게 다음과 같은 신탁을 전달하였습니다.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고 착취당한 자를 압제자의 손에서 구해주어라. 이방인과 고아와 과부를 괴롭히거나 학대하지 말고, 이곳에서 무죄한 피를 흘리지 마라”(예레 22,3). 공정과 정의는 위기에 처한 이의 상황을 개선해 주는 일. 착취자를 처벌하고 제거하는 일도 포함합니다(시편 72,2.4; 이사 11,4 등). 말하자면, 공정과 정의는 ‘약자 보호’와 관련된 덕목으로써, 만왕의 왕이신 하느님이 수탈 · 착취당한 약자를 구해 주시듯(탈출 22,26; 시편 146,7-9 등) 지상의 임금도 피지배 계층에게 그렇게 하여 창조 질서 유지를 돕고 이어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피조물 세상에서 임금과 같은 존재로 세우셨습니다. 창세기 2
장 7절에 따르면, 하느님께서 맨 처음 지으신 생명체가 인간입니다.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 이때 인간에게만 당신의 숨을 직접 불어넣어 주심으로써 우리가 만물의 영장임을 표시하셨습니다. 창세기 1장에도 인간이 만물의 영장임을 밝히는 내용이 나옵니다. ‘사람이 하느님의 모습대로 만들어졌다.’는 26-27절이 그것이며, 28절에서는 타 피조물들을 다스리라는 하느님의 축복도 받습니다.
하지만 임금의 직분이 공정과 정의 실현이듯, 이는 우리가 세상의 피조물들을 제 것처럼 여겨 남용하라고 지배자로 세우신 것은 아닙니다. 창세기 2장 7절에서도 사람은 한낱 흙에서 만들어진 존재임을 밝혀 겸손을 배우게 합니다. 시편 104편에서는 인간을 세상의 중심이 아닌 대자연의 일부로 묘사하여, 타 피조물들과의 조화로운 공존을 강조합니다. 곧 이 시편에서는 인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우리 인간은 피조물 세상에서 임금과 같지만, 만왕의 왕이신 하느님의 모습처럼 지어진 대로 주님을 본받아 공정과 정의를 실천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이는 더 편하고 부유한 삶을 도모하기 위해 수탈당하기 쉬운 타 피조물들의 몫이나 생존권을 쉽게 빼앗아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왜냐하면 시편 104편에서 암시하듯, 세상의 피조물들은 우리 인간에게 단순히 먹을거리나 도구가 아닌 우리와 공존하도록 더불어 창조된 운명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겪는 극심한 기후 변화는 자신의 몫을 빼앗긴 생태계가 신음하는 결과일 것입니다.
올해 희년을 지내며, 우리는 과연 서로에게 본래의 몫을 돌려주어야 하는 희년의 정신을 타 피조물들에게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2025년 11월 2일(다해)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 수원주보 4면, 김명숙 소피아(광주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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