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말라키의 예언과 성전 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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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17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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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말라키의 예언과 성전 제사
오늘 제1독서의 말라키는 세례자 요한의 등장을 미리 예고한, 우리에게 친숙한 예언자입니다: “보라, 내가 나의 사자를 보내니 그가 내 앞에서 길을 닦으리라. ··· 주님의 크고 두려운 날이 오기 전에 내가 너희에게 엘리야 예언자를 보내리라”(말라 3,1.24). 여기에 언급된 엘리야가 세례자 요한을 암시합니다. 2열왕 2,1-18에 따르면, 엘리야는 죽지 않고 하느님 품으로 갔기에, 주님의 날을 준비하러 다시 올 예언자로 여겨졌습니다. 주님의 날에 백성을 준비시키려고 “나의 사자”를 보내시겠다는 신탁을 전한 말라키는 그 이름 뜻 자체가 ‘나의 사자’입니다. 더구나 말라키서는 구약성경의 맨 끝에 있어 신약성경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룹니다.
말라키서는 바빌론 유배에서 돌아와 성전을 재건한 뒤 신심이 약해지고 타락한 유다 사회를 질책하며, 정의로운 심판을 예고한 책입니다. 사실 책의 서두에 말라키의 개인사나 연대와 관련된 정보가 나오지 않지만, 예언서 전체 내용을 보면 그 활동 시기는 페르시아 시대 곧 제2성전기로 추정됩니다. 말라키 예언자는 합당한 성전 전례와 예물 봉헌을 강조합니다: “해 뜨는 곳에서 해 지는 곳까지, 내 이름은 민족들 가운데에서 드높다. 내 이름이 민족들 가운데에서 드높기에, 곳곳에서 내 이름에 향과 정결한 제물이 바쳐진다”(1,11).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성전은 세상의 중심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창조 전의 상황을 묘사하는 창세 1,2은 한처음 자리했던 혼돈의 세력을 세 가지로 언급하는데요, 불모지와 어둠 그리고 심연의 물입니다. 주님의 영이 이런 혼돈을 제압하고 생명의 공간을 마련하신 사건이 바로 천지창조입니다. 그리고 이 질서가 이후에도 와해되지 않도록 창조주께서 통제하시며 바로잡아 주시는 상징적 장소가 바로 성전입니다.
그리하여 이스라엘 백성은 예부터 성전에서 합당한 전례와 제물을 바침으로써 창조 질서 유지에 동참하고 세상의 평화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몇몇 사람이 성전을 두고 “아름다운 돌과 자원 예물로 꾸며졌다고” 찬양하듯이 말입니다. 다만, 말라 1,13 등에서는 훔친 짐승, 병든 짐승 등은 주님께서 달가워하지 않으신다고 역설합니다. 이때, 짐승에게 흠이 있고 없고를 떠나 주님께서 짐승을 제물로 요구하시는 자체가 의문시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창조하시고 세상 피조물들 가운데 일부를 양식으로 삼게 해주셨습니다. 이에 인간은 그 가운데 가장 좋은 몫을 돌려 드림으로써 주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표한 것입니다. 더구나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미풍양속이 있지요. 좋은 것이 생기면 가장 큰 어른을 위하여 몫을 마련하는 것 말입니다. 그래서 성전에서도 흠 없는 제물로만 제사를 드려 주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이 그처럼 좋음을 드러내고 가장 높으신 창조주께 예를 표하게 한 것입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5년 11월 16일(다해) 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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