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 다시 만난 신약 성경: 족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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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13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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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신약 성경] 족보
참석한 미사의 복음이 마태오 복음 1장인 날에는 처음에 몇 구절 듣다가 그다음에는 흘려듣기 쉽습니다. 아브라함, 이사악, 야곱, 그 뒤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지요. 하지만 이것이 마태오 복음 1장, 신약 성경의 첫 장이라면 분명 중요한 본문일 것입니다.
구약성경에도 족보들이 여럿 나옵니다. 긴 족보들로 말하자면, 먼저 창세기 여러 곳에 족보들이 등장합니다. 여러 조상에 관한 이야기들이 이 족보들을 따라 엮여 있지요. 민수기는 이스라엘 안에서도 여러 집안의 족보를 전해 주어, 후대의 사람들이 거기에서 자기 집안을 찾아볼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다시 긴 족보 하나를 찾는다면, 역대기를 말할 수 있습니다. 한 마디 덧붙이면, 히브리어 구약성경의 경우 흔히 역대기가 구약의 마지막에 자리합니다. 그다음에 마태오 복음 1장에서 다시 족보를 이어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마태오 복음 1장에서 이 족보는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가 됩니다. 역사의 한 시점에 그리스도(메시아)께서 등장하시는데, 그냥 ‘어느 순간 갑자기’가 아니라 인간의 긴 역사를 당신 것으로 취하면서 나타나십니다. “다윗의 자손이시며 아브라함의 자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마태 1,1). 신약 성경의 첫 구절, 이것이 마태오 복음을 왜 썼는지를 보여 줍니다. 지난주에 말씀드린 대로 “왜 썼을까?”라는, 우리에게 핵심이 되는 질문입니다. 이 긴 족보는 왜 썼을까요? “다윗의 자손이시며 아브라함의 자손이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네 복음서를 쓴 사람들은 대개 그 첫머리에서 자기가 쓴 복음서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밝힙니다. 마태오 복음서에서 예수님은 다윗과 아브라함에게 주어졌던 약속을 실현하신 분입니다. 하느님은 다윗에게 영원한 왕좌를 약속하셨고, 아브라함에게는 그를 통해서 모든 민족이 복을 받으리라고 약속하셨습니다. 이 약속들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실현된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마태오는 복음서를 썼습니다.
하지만 이미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셨던 것처럼, 그 약속이 실현되는 건 이스라엘만을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의 족보에 나오는 라합은 여호수아 시대에 이스라엘이 땅을 정복하기 전 그 땅에 살던 사람이었고, 룻은 모압 여자로서 이스라엘의 하느님 날개 아래로 들어온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태어나신 예수님을 경배하러 동방에서부터 박사들이 왔다는 것도(이는 마태오 복음에만 나옵니다) 그분의 탄생이 이스라엘 백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말해줍니다. 이스라엘만 아브라함과 다윗에게 하신 약속을 믿고 족보를 들여다보며 그리스도를 기다린 게 아니었습니다. 동방 박사들은 하늘의 별을 살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유다인의 임금이 태어나셨음을 알았고, 그렇게 찾아왔습니다. 그분을 통해 선포되는 복음은 장차 이방인들에게도 주어질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유다인과 이방인, 양편 모두가 그리스도를 받았습니다. 눈앞에 계신 그리스도께 어떻게 응답할 것인지 양편 모두에게 질문이 던져질 것입니다. “다윗의 자손이시며 아브라함의 자손”으로 태어나신 예수님이 그리스도이심을 믿을 것인가? 이제 마태오 복음이 질문을 던집니다.
* 안소근 실비아 수녀 : 성도미니코 선교수녀회, 저서 「이사야서」 「이사야서 쉽게 읽기」 「예레미야서 쉽게 읽기」 「구약의 역사설화」 등.
[2025년 12월 14일(가해) 대림 제3주일(자선 주일) 의정부주보 2면, 안소근 실비아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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