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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말씀의 우물: 룻은 누구입니까?

9232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6-02-09

[말씀의 우물] 룻은 누구입니까?

 

 

모압 여인 룻의 이야기를 담은 룻기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판관들이 다스리던 시대에, 나라에 기근이 든 일이 있었다. 그래서 유다 베들레헴에 살던 한 사람이 모압 지방에서 나그네살이를 하려고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길을 떠났다. 그 사람의 이름은 엘리멜렉(나의 하느님은 임금님)이고 아내의 이름은 나오미(나의 사랑스러움)이며 두 아들의 이름은 마흘론(질병)과 킬욘(허약)이었는데…”(룻 1,1-2)

 

모압 땅에 정착한 후 얼마 안 되어 남편 엘리멜렉과 사별한 나오미는 두 아들을 혼인시킵니다. “이들은 모압 여자들을 아내로 맞아들였는데 한 여자의 이름은 오르파이고 다른 여자의 이름은 룻(애정, 원기회복)이었다.”(룻 1,4) 10여 년이 지나자 두 아들은 자식을 낳지 못한 채 차례로 세상을 떠나서, 결국 세 여인만 남게 됩니다.

 

나오미는 서글픈 자신의 처지를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나를 나오미라 부르지 말고 마라(쓰라린 여인)라고 부르셔요. … 주님께서 나를 거칠게 다루시고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불행을 안겨주셨답니다.”(룻 1,20-21)

 

그러나 가슴 아픈 이야기는 1장에서 끝나고, 나머지 2장부터는 평화와 사랑과 축복이 넘쳐흐릅니다. 베들레헴 들판에서 펼쳐지는 보리와 밀 이삭줍기 이야기는 옛날 우리나라 논밭에서 펼쳐지던 이삭줍기를 떠오르게 합니다. 나아가 시어머니 나오미와 며느리 룻 사이에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는 따뜻하면서도 평화롭기 그지없습니다. 고향 베들레헴을 떠나면서 불행이 덮쳤다면, 고향으로 돌아오면서부터는 행복이 솟아오릅니다.

 

룻기는 판관기 끝에 배치돼 역사서로 분류되지만, 내용을 보면 주님의 섭리를 깨우쳐주는 교훈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분의 인도하심을 엿보게 해주는 장면을 봅니다. “주님께서 네가 행한 바를 갚아 주실 것이다. 네가 이스라엘의 하느님이신 주님의 날개 아래로 피신하려고 왔으니, 그분께서 너에게 충만히 보상해 주시기를 빈다.”(룻 2,12)

 

룻기는 기원후 아가, 코헬렛, 애가, 에스테르기와 함께 유다인들의 다섯 주요 ‘축제 두루마리(축제오경)’ 중 하나로 오순절이나 수확절에 봉독되기도 했습니다.(레위 23,15-21; 신명 16,9-11; 사도 2,1 참조)

 

룻기에서 우리는 주님께서 이루시는 구세사의 한 획을 보게 됩니다. “살몬은 라합에게서 보아즈를 낳고 보아즈는 룻에게서 오벳을 낳았다. 오벳은 이사이를 낳고 이사이는 다윗 임금을 낳았다.”(마태 1,5-6) 모압 여인 룻이 다윗 임금의 증조모가 되었기에 마태오복음 1장은 룻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룻기는 길이는 짧지만 그 내용이 더없이 따뜻하고, 풍요롭고, 평화가 넘칩니다. 그 덕에, 언제부터인가 저는 룻기를 읽거나 떠올릴 적마다 마음속 깊은 데서부터 솟아나는 행복함과 치유의 힘을 느낍니다.

 

세대 차이로 인한 갈등과 가족 간의 어려움을 겪는 분이 요즘 참 많습니다. 저는 그런 분들에게 룻기를 천천히 읽어 보시기를 곧잘 권하곤 한답니다. 제가 느끼는 행복과 치유의 힘이 여러분께도 전해진다면 좋겠습니다.

 

[가톨릭신문, 2026년 2월 8일, 신교선 가브리엘 신부(인천교구 원로사목·성사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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