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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다시 만난 신약 성경: 엠마오

9593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6-05-20

[다시 만난 신약 성경] 엠마오

 

 

루카 복음에서 예수님은 예루살렘을 향해 가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24장에서 두 제자는 예루살렘을 떠나 엠마오로 갑니다.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이 두 사람은 “나자렛 사람 예수님”을 “행동과 말씀에 힘이 있는 예언자”로 믿고 있었고, 그분이 “이스라엘을 해방하실 분”이라고 기대했습니다(24,19.21). 그런데 그분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이미 사흘째가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믿음도 있고 희망도 있었는데, 믿고 바랐던 것과 다른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예수님을 찾아 나서지도 않습니다. 이미 여자들이 무덤에 갔다가 천사들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도, 더 알아보거나 예수님을 찾아보려는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고 예루살렘을 떠나갑니다. 사도들 역시 여자들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적어도 베드로는 그 말을 확인하러 무덤으로 달려갔다는 것과도 대조됩니다(24,12).

 

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만, 예수님은 이미 예루살렘에서 일어날 일을 알고 그곳을 향해 가셨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예루살렘에서 사람들이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형 선고를 받아 십자가에 못 박히시게”(24,20) 한 것이 마땅하고 당연한 일이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른 가능성은 없었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인간의 죄가 필연적인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예수님은 이들에게, “그리스도는 그러한 고난을 겪고서 자기의 영광 속에 들어가야 하는 것”(24,26)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근거는 구약 성경입니다. 예언자들이 당신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는 것입니다. 예루살렘이 예언자들을 거부해 온 역사를 돌아본다면(13,34 참조), 예수님의 죽음은 그분이 메시아이심을 의심하게 할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이 두 제자는 구약 성경에 다시 귀를 기울이면서 변화되기 시작하고, 예수님이 빵을 떼시는 순간에는 부활하신 분을 알아보기에 이릅니다.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은 ‘어정쩡한’ 상태에 있습니다. 예루살렘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목적지에 도달한 것도 아니고, 그저 예루살렘을 떠나가는 중입니다. 예수님이 부활하셨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그것을 믿고 있지도 않습니다. 루카 복음 24장은 어쩌면 이들과 똑같이 ‘어정쩡한’ 상태에 있는 이들을 위한 말씀일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미 부활하셨지만(그것이 어제이든 이천 년 전이든), 그리고 예수님의 부활에 관한 복음을 듣지 못한 것도 아니지만, 아직 부활하신 분에 대한 분명한 믿음을 갖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 복음은 믿음과 희망에 이르는 길을 알려 줍니다. 예루살렘을 떠나가고 있던 이들, 믿음에서 오히려 멀어지고 있던 이들이 어떻게 길을 돌이키게 되었는지를 보고, 우리도 그 길을 따라가게 해 줍니다. 그리고 그 비결은 말씀과 성찬 안에 있습니다. 예수님의 삶과 죽음과 부활을 비추어 주는 말씀 안에서,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요약해 주는 성찬 안에서 우리는 예수님께 일어난 일이 뜻밖의 일이거나 믿음을 잃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엠마오로 가던 길을 돌이켜 다시 예루살렘을 향한 이 두 제자의 발걸음은, 방황하는 우리가 뒤따라갈 지침이 됩니다.

 

이렇게 해서 루카 복음은 다시 예루살렘에서 끝나고, 그 이후의 이야기는 사도행전에서 이어집니다.

 

* 본문에 인용된 성경구절은 모두 루카 복음입니다.

 

* 안소근 실비아 수녀 : 성도미니코 선교수녀회, 저서 「이사야서」 「이사야서 쉽게 읽기」 「예레미야서 쉽게 읽기」 「구약의 역사설화」 등.

 

[2026년 5월 17일(가해)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의정부주보 2면, 안소근 실비아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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