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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 자비와 죄
  • 1846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드러난 죄인들에 대한 하느님 자비의 계시이다.(86) 천사는 요셉에게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마태 1,21) 하고 일러 준다. 속량의 성사인 성체성사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마태 26,28).
  • 1847 “하느님께서는 그대 없이 그대를 창조하셨습니다. 그러나 그대 없이 그대를 구원하지 않으십니다.”(87) 우리가 하느님의 자비를 받으려면 우리 죄를 고백해야 한다. “만일 우리가 죄 없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자신을 속이는 것이고 우리 안에 진리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죄를 고백하면, 그분은 성실하시고 의로우신 분이시므로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를 모든 불의에서 깨끗하게 해 주십니다”(1요한 1,8-9).
  • 1848 바오로 사도가 확언하는 바와 같이 “죄가 많아진 그곳에 은총이 충만히 내렸다”(로마 5,20). 그러나 은총이 그 작용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죄를 드러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은총은 우리 마음을 회개시켜,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를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주는 의로움으로 지배하게 한다”(로마 5,21). 상처를 치료하기 전에 상처를 검진하는 의사처럼,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말씀과 성령을 통해 생명의 빛으로 죄인을 비추신다.
  • 회개는 죄에 대한 자각을 요구한다. 회개는 그 자체로 양심의 내적인 판단을 내포하고 있다. 회개는 진리의 영이 사람의 가장 깊은 마음속에서 활동하시는 증거이며, 동시에 은총과 사랑의 새로운 선물이 시작됨을 뜻한다. “성령을 받아라.” 이처럼 “죄를 드러내는 일” 안에서 우리는 두 가지 은혜를 찾을 수 있다. 그것은 양심의 진리라는 선물과 속량의 확실성이라는 선물이다. 진리의 성령은 변호자이시다.(88)
  • II. 죄의 정의
  • 1849 죄란 이성과 진리와 올바른 양심을 거스르는 잘못이다. 죄는 어떤 것에 대한 비뚤어진 애착 때문에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참다운 사랑을 저버리는 것이다. 죄는 인간의 본성에 상처를 입히고 인간의 연대성을 해친다. 죄는 “영원법에 어긋나는 말이나 행위나 욕망”(89) 이라고 정의되어 왔다.
  • 1850 죄는 하느님에 대한 모욕이다. “당신께, 오로지 당신께 잘못을 저지르고 당신 눈에 악한 것을 제가 하였나이다”(시편 51〔50〕,6). 죄는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거슬러 맞서며, 우리 마음을 하느님에게서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한다. 최초의 죄와 마찬가지로 죄는 선과 악을 알고 규정하는 “하느님처럼”(창세 3,5) 되겠다는 헛된 의지로 하느님께 복종하지 않고 반항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죄는 “하느님을 업신여기고 자기를 사랑하는 것”(90) 이다. 죄는 교만스럽게도 자신을 이렇게 높이는 것이므로, 구원을 이룩하신 예수님의 순명에 정반대되는 것이다.(91)
  • 1851 그리스도께서는 수난 중에 당신 자비로 죄를 이기시는데, 그 수난을 통해서 죄의 폭력성과 다양성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불신, 살인적인 증오, 지도자들과 백성들의 거부와 조소, 빌라도의 비열함, 병사들의 잔인함, 예수님께는 큰 아픔이었던 유다의 배반, 베드로의 부인과 제자들의 도망 따위가 그대로 폭로된다. 그러나 바로 어둠의 시간, 이 세상 권력자의(92) 시간에 그리스도의 희생은, 드러나지는 않지만, 우리 죄에 대한 용서가 끊임없이 베풀어지는 원천이 되는 것이다.
  • III. 죄의 다양성
  • 1852 죄는 매우 다양하다. 성경은 여러 번 죄를 열거하고 있다. 갈라티아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은 육정의 행동을 성령의 열매와 대조한다. “육의 행실은 자명합니다. 그것은 곧 불륜, 더러움, 방탕, 우상 숭배, 마술, 적개심, 분쟁, 시기, 격분, 이기심, 분열, 분파, 질투, 만취, 흥청대는 술판, 그 밖에 이와 비슷한 것들입니다. 내가 여러분에게 이미 경고한 그대로 이제 다시 경고합니다. 이런 짓을 저지르는 자들은 하느님의 나라를 차지하지 못할 것입니다”(5,19-21).(93)
  • 1853 다른 모든 인간 행위와 마찬가지로, 죄도 그 대상이나 과도함이나 부족함을 통해서, 그 악과 대립되는 덕에 따라서, 위반하는 계명에 따라서 구분할 수 있다. 죄가 하느님께 관련된 것인지 아니면 이웃이나 자기 자신에 관련된 것인지에 따라 나눌 수도 있고, 정신적인 것과 육체적인 것으로 나눌 수도 있으며, 또는 생각이나 말이나 행위나 궐함으로 짓는 죄로 구분할 수도 있다. 주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죄의 뿌리는 인간의 마음속에, 그의 자유 의지에 있는 것이다.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살인, 간음, 불륜, 도둑질, 거짓 증언, 중상이 나온다. 이러한 것들이 사람을 더럽힌다”(마태 15,19-20). 선하고 깨끗한 행동의 근원인 사랑도 마음속에 있는데, 이것을 죄가 해치는 것이다.
  • IV. 죄의 경중: 대죄(죽을죄)와 소죄(용서받을 죄)
  • 1854 죄는 마땅히 그 경중에 따라 평가해야 한다. 이미 성경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죽을죄(peccatum mortale)와 용서받을 죄(peccatum veniale)의 구별이(94) 교회의 전승 안에서도 인정되었고, 사람들의 경험도 이를 확증한다.
  • 1855 죽을죄(대죄)는 하느님의 법을 크게 어기어 인간의 마음에 있는 사랑을 파괴한다. 죽을죄는, 인간이 하느님보다 못한 것을 하느님보다 낫게 여김으로써 그의 최종 목적이며 행복이신 하느님께 등을 돌리게 한다.
  • 용서받을 죄(소죄)는 사랑을 어기고 해치기는 하지만 사랑을 사라지게 하지는 않는다.
  • 1856 대죄는 우리 안에서 생명의 원리인 사랑을 해치는 것인 만큼, 하느님 자비의 주도적 간여와 인간 마음의 회개가 필요하다. 이 회개는 보통 고해성사로써 이루어진다.
  • 우리의 의지가, 우리를 최종 목적을 향하도록 하는 사랑에 근본적으로 반대되는 것을 향해 나아갈 때,……죄는 하느님 모독이나 거짓 맹세와 같이 하느님에 대한 사랑을 어기는 것이거나, 살인이나 간통같이 이웃에 대한 사랑을 어기는 것이거나 간에, 그 대상 자체를 통해 대죄가 된다.……반면에 우리의 의지가, 쓸데없는 말이라든가 비웃음 따위와 같이 그 자체로 무질서를 내포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하느님에 대한 사랑이나 이웃에 대한 사랑에 어긋나지는 않을 때, 그런 죄는 소죄이다.(95)
  • 1857 어떤 죄가 대죄가 되려면 세 가지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중대한 문제를 대상으로 하고, 완전히 의식하면서, 고의로 저지른 죄는 대죄이다.”(96)
  • 1858 중대한 문제란 부자 청년에게 하신 예수님의 대답에서처럼, 십계명 안에 구체화되어 있다. “살인해서는 안 된다. 간음해서는 안 된다. 도둑질해서는 안 된다. 거짓 증언을 해서는 안 된다. 횡령해서는 안 된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여라”(마르 10,19). 죄는 무겁거나 가벼울 수 있다. 살인은 도둑질보다 더 무겁다. 침해를 당하는 사람의 신분도 문제가 된다. 부모에게 행한 폭력은 그 자체로 다른 사람에게 행한 폭력보다 더 무겁다.
  • 1859 대죄가 되려면 완전한 인식과 전적인 동의로써 저질러져야 한다. 대죄는 그 행위의 악한 성격과 그 행위가 하느님의 법을 거스른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을 전제로 한다. 대죄는 또한 그것이 개인적인 선택이 될 만큼 충분히 고려한 동의를 내포한다. 가장된 무지와 마음의 완고함은(97) 죄의 고의적인 성격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린다.
  • 1860 고의가 아닌 무지는 큰 잘못에 대한 책임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모든 사람의 양심에 새겨진 도덕률의 원칙을 모른다고 간주될 수는 없다. 감성의 충동과 감정들도 죄의 고의적이고 자유로운 성격을 줄일 수 있고, 외부에서 오는 압력이나 병적인 장애도 마찬가지로 그럴 수 있다. 악의로 짓는 죄, 고의로 악을 선택하여 짓는 죄가 가장 무겁다.
  • 1861 대죄는 사랑 자체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자유가 지닌 하나의 극단적인 가능성이다. 대죄는 사랑의 상실과 성화 은총의 박탈, 곧 은총 지위의 상실을 초래한다. 만일 대죄가 뉘우침과 하느님 자비로 속죄되지 않는다면, 하느님 나라에서 추방되고 지옥의 영원한 죽음을 당한다. 자유로운 인간은 돌이킬 수 없는 영원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행위가 그 자체로 중대한 죄라고 판단할 수는 있지만, 사람들에 대한 판단은 하느님의 정의와 자비에 맡겨야 한다.
  • 1862 가벼운 문제에 대해 도덕률이 정한 기준을 지키지 않거나, 중대한 문제에 대해 도덕률을 어겼지만 완전히 인식하지 못했거나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은 경우에는 소죄가 된다.
  • 1863 소죄는 사랑을 약화시키고, 세상 재물에 대하여 지나친 애착을 보이며, 윤리적 선의 실천과 영혼의 진보를 방해하며, 잠벌을 받게 한다. 고의로 짓고도 뉘우치지 않은 소죄는 점점 대죄를 지을 수 있게 한다. 그렇지만 소죄는 하느님과 맺은 계약을 파기하지는 않는다. 소죄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인간적으로 속죄할 수 있다. “소죄는 성화 은총, 하느님과 이루는 친교, 사랑과 영원한 행복을 박탈하지는 않는다.”(98)
  • 인간은 육체를 지니고 사는 한 모든 죄를, 적어도 가벼운 죄들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볍다고 말하는 죄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는 말기 바랍니다. 당신이 그 무게를 달 때에는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하더라도 그 수를 셀 때에는 두려움에 떨어야 합니다. 가벼운 물건이 많이 모이면 큰 덩어리가 되고, 물방울이 많이 모이면 강을 채우고, 낟알이 많이 모이면 산더미가 됩니다. 그때에 우리의 희망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무엇보다도 ‘고백’인 것입니다.…….(99)
  • 1864 “사람들이 어떠한 죄를 짓든, 신성을 모독하는 어떠한 말을 하든 다 용서받을 것이다. 그러나 성령을 모독하는 말은용서받지 못할 것이다”(마태 12,31).(100) 하느님의 자비에는 한계가 없다. 그러나 뉘우침으로 하느님의 자비를 받아들이기를 일부러 거부하는 사람은 자기 죄의 용서와 성령께서 베푸시는 구원을 물리치는 것이다.(101) 이러한 완고함은 죽을 때까지 회개하지 않게 하고 영원한 파멸로 이끌어 갈 수 있다.
  • V. 죄의 증식
  • 1865 죄는 죄로 이끌며, 같은 행위를 되풀이함으로써 악습을 낳는다. 그 결과 타락한 경향들이 생겨나 양심을 흐리게 하고 선과 악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을 그르치게 한다. 이처럼 죄는 번식하고 더 강력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도의심을 뿌리째 소멸시키지는 못한다.
  • 1866 악습들은 그와 반대되는 덕에 따라 분류할 수 있고, 또 죄종(罪宗)과 연관시킬 수 있다. 죄종(peccata capitalia)은 요한 카시아누스 성인과(102) 대 그레고리오 성인의(103) 뒤를 이어 그리스도인들의 경험으로 식별되었다. 이 악습들을 죄종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것들이 다른 죄들과 악습들을 낳기 때문이다. 죄종은 교만, 인색, 질투, 분노, 음욕, 탐욕, 나태이다.
  • 1867 전통적 교리 교육은 “하늘을 향해 울부짖는 죄들”이 있다는 것을 환기시킨다. 아벨의 피,(104) 소돔 사람들의 죄,(105) 이집트에서 억압받는 백성의 아우성,(106) 이방인과 과부와 고아들의 호소,(107) 품팔이꾼에 대한 부당한 행위들이(108) 하늘을 향해 울부짖고 있다.
  • 1868 죄는 개인적 행위이다. 그러나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죄에 협력하면 거기에 대해서도 책임이 있다.
  • - 그 죄에 직접, 고의적으로 관여함으로써,
  • - 그 죄를 명령하거나 권하거나 칭찬하거나 승인함으로써,
  • - 그것을 알릴 의무가 있을 때 알리지 않거나, 막을 의무가 있을 때 막지 않음으로써,
  • - 악을 행하는 사람들을 보호함으로써.
  • 1869 이처럼 죄는 사람들을 서로 공범이 되게 하고, 그들 사이에 탐욕과 폭력과 불의가 만연하게 한다. 죄는 하느님의 선하심에 반대되는 사회적 상황과 제도를 유발한다. ‘죄의 구조들’은 개인들이 지은 죄의 표현이며 결과이다. 이 구조들이 다시 그 구조의 희생자들을 같은 악을 저지르도록 끌어들인다. 유비적인 의미에서 이 구조들은 “사회적 죄”를(109) 구성한다.
  • 간추림
  • 1870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을 불순종 안에 가두신 것은, 모든 사람에게 자비를 베푸시려는 것입니다”(로마 11,32).
  • 1871 죄는 “영원법에 어긋나는 말이나 행위나 욕망이다.”(110) 죄는 하느님에 대한 모욕이다. 죄는 그리스도의 순종과 반대되는 불순종 안에서 하느님과 맞선다.
  • 1872 죄는 이성을 거스르는 행위이다. 죄는 인간의 본성을 훼손하고 인간의 연대성을 해친다.
  • 1873 모든 죄의 뿌리는 인간의 마음속에 있다. 죄의 종류와 경중은 주로 그 대상에 따라 헤아린다.
  • 1874 일부러, 곧 그것을 알고 그것을 원해서 하느님의 법과 인간의 최종 목적에 어긋나는 중대한 일을 선택하는 것은 ‘죽을죄’(대죄)를 짓는 것이다. 죽을죄는 우리 안에서 사랑을 파괴하여 영원한 행복을 누리지 못하게 한다. 뉘우침이 없다면 죽을죄는 영원한 죽음을 가져온다.
  • 1875 ‘용서받을 죄’(소죄)는 윤리적 무질서이지만 우리 안에서 사랑을 소멸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그 무질서는 사랑으로써 회복될 수 있다.
  • 1876 소죄라고 할지라도 죄를 되풀이하는 것은 악습을 낳는데, 그중에서 죄종들을 판별해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