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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복음/말씀 > 복음생각/생활
2025.02.1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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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서는 집
[월간 꿈 CUM] 삶의 한 가운데에서 (12)




생선가게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데 유독 한집에만 사람들이 줄을 서고 몰린다. 눈으로 보기에는 분명 같은 생선을 판매하고 있는데, 왜? 어째서? 한쪽 생선가게에만 사람들이 바글바글 몰리는 걸까? 나는 너무나 궁금해서 잠시 머물러 그 모습을 관찰해보았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흐르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생선가게는 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청년이었다. 반면에 반대쪽 생선가게는 누가 봐도 아저씨였다. 청년들은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서 호칭 사용을 여자분들은 엄마, 이모, 남자분들은 아빠, 삼촌이라고 했다. 반대쪽은 아주머니, 어머님, 사장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청년들이 “엄마, 엄마” 하면서 생선을 판매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처음 보는 여성분에게 웬 엄마?”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성분들이 싫어하지 않는 눈치였다. 아니 오히려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계속해서 청년들과 생선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웃고 수다를 떤다. 할머니들도 청년들을 손자처럼 생각하시는지 청년들이 반말을 섞어가면서 말을 해도 웃음 짓는 모습이었다. “할머니, 할머니, 딱 봐도 부자시네, 돈 많게 생기셨는데, 이 생선도 한 마리 더 사가, 응? 할머니”, 청년의 말에 그 할머니는 생선을 한 마리 더 담는다. 그런데 더 이상하게 느껴졌던 것은 청년들이 하는 생선가게는 돈 계산을 아주 천천히 하는 것이었다. 손님이 얼마인지 묻고 계산을 하려고 하면 청년들 은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창고 정리하러 잠시 자리를 비운다거나 멀쩡한 수산물을 들었다 놨다 하거나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기는 행동을 하는 것이었다. 그랬다. 청년들은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리도록 일부러 줄을 세워 계산을 늦게 했다. 반면에 반대쪽 생선가게는 바로바로 계산을 해서 손님이 몰려있지 않았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가게에는 유독 더 몰리게 된다. 청년들이 하는 생선가게는 새로운 손님이 몰려오면 그때 계산을 하고 새로운 손님을 맞이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성당의 모습이 떠올랐다. 지금 성당에는 신자들이 없다고 한다. 사람들이 몰려들지 않는 것이다. 생선가게에는 사람들이 몰리고 맛집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는데 왜 성당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지 않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성당에 사람들이 줄을 서고 몰려들게 할까? 분명 예수님께서 계셨던 곳에는 수많은 군중이 몰려있었다. 사람들이 몰려드는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 성당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줄 서는 집이 될 수 있도록,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만나고 느낄 수 있도록 꿈(CUM)과 함께하는 사람들부터 다시 시작해보면 어떨까.

 







글 _ 이재훈 (마태오, 안양시장애인보호작업장 벼리마을 사무국장)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전공했으며, 신앙 안에서 흥겨운 삶을 살아가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20년 가까이 가톨릭사회복지 활동에 투신해 오고 있으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하루하루 매순간 감탄하고, 감동하고, 감사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