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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복음/말씀 > 복음생각/생활
2025.07.16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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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출현한 이단에 신앙고백으로 맞선 교회
[저는 믿나이다] (36)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그릇된 가르침
초대 교회 교부들은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그릇된 가르침에 “예수께서는 그리스도이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다”라는 신앙 고백으로 대응했다. 프라칸자노 작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순교’, 이탈리아 로마 보르게세미술관.


“아버지, 때가 왔습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도록 아버지의 아들을 영광스럽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께서는 아들이 아버지께서 주신 모든 이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도록 아들에게 모든 사람에 대한 권한을 주셨습니다. 영원한 생명이란 홀로 참하느님이신 아버지를 알고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저에게 하라고 맡기신 일을 완수하여, 저는 땅에서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였습니다. 아버지, 세상이 생기기 전에 제가 아버지 앞에서 누리던 그 영광으로, 이제 다시 아버지 앞에서 저를 영광스럽게 해 주십시오.”(요한 17,1-5)

예수님께서 수난을 당하시기 전 당신 자신을 위해 기도하신 내용입니다. 초대 교회는 이처럼 ‘부활 이전의 예수’와 ‘부활 이후의 그리스도’, ‘역사의 예수’와 ‘신앙의 그리스도’, ‘인간 예수’와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그리스도’를 하나의 명제로 일치시켜야 했습니다. 곧 인간 예수는 이 세상에 오시기로 되어 있는 메시아이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선포해야 했습니다.(요한 11,27 참조)

이를 위해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인지, 어떻게 한 인간이 구세주가 될 수 있는지, 하느님께서 어떻게 인간이 되셨는지를 이성적으로 추론하고 설명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성경과 교회의 성전 안에서 충만하게 계시된 예수 그리스도의 신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이단들이 출현합니다.

먼저 예수 그리스도의 ‘양자설’(養子說)입니다. 비잔티움의 테오도투스와 스미르나의 노에투스, 사모사타의 파울루스 등은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神性, 천주성)을 부정하며, 아버지 하느님께서 인간 예수를 양자로 입양하여 성자로 받아들였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예수께서 하느님의 권능을 받아 기적을 일으켰고, 아버지 하느님께서 예수께서 이루신 공로에 따라 신적 지위를 들어 올려 주시고 덕행의 상급을 주셨다고 설파했지요.

두 번째는 양자설과 반대로 단일 신성만을 강조한 ‘양태론’(樣態論)입니다. 노에투스·프락세아스·사벨리우스 등은 삼위일체 하느님의 각 위격을 구분하지 않고, 한 분이신 하느님께서 그때그때 성부·성자·성령의 모습으로 드러난다고 했습니다. 곧 성부와 성자·성령 세 위격의 실제적 구분을 부인하여 아버지 하느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셨다는 ‘성부 수난설’을 설파했지요. 양태론은 양자설과 함께 이단으로 단죄됐습니다.

양자설과 양태론의 중도 입장을 취한 ‘종속론’(從屬論)도 대두했습니다. 종속론자들은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첫 번째 피조물이자 아버지 하느님의 중개자 또는 대리자로, 모든 피조물에 비해 우월한 존재이지만 본성에 있어 하느님과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말씀은 하위 하느님, 두 번째 하느님, 창조하는 하느님과 창조된 피조물 사이의 중개자일 뿐이라고 합니다. 이 역시 이단으로 단죄됩니다.

영지주의자인 바실리데스와 발렌티누스·마르키온 등은 극단적인 ‘이원론’을 펼쳤습니다. 이들은 상위의 그리스도와 하위의 예수를 구분하여 신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은 결합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로고스와 외아들, 구원자, 그리스도, 예수는 서로 다른 자들이라고 합니다. 특히 마르키온은 구약의 하느님과 신약의 하느님조차 다른 존재라고까지 합니다. 그는 예수는 인간의 모습을 한 인물 안에 있는 선한 하느님으로 표현했습니다. 아울러 발렌티누스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현설’(假現說)을 주장했습니다. 그는 시몬 마구스와 함께 예수는 인간으로 강생하지 않고 단지 인간처럼 보이게 육신을 빌려왔을 뿐이며, 그가 겪은 십자가 수난의 고통 역시 가상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일련의 그릇된 가르침에 대해 교회는 어떻게 대응했을까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신학 자문역을 맡아 「교회 헌장」 「교의 헌장」 「계시 헌장」 완성에 크게 이바지한 알로이스 그릴마이어 추기경은 다음과 같이 평가합니다. “주류 교회의 선포자, 목자 그리고 신학자들에게 중요했던 것은 한편으로 전해진 가르침을 보존하고, 다른 한편으로 이 가르침을 영지주의로부터 제기된 문제들에 대한 올바른 답으로 제시하는 것이었다. 이로써 이질적인 것은 아무것도 그리스도교 안으로 반입되지 않았고, 오히려 계시 신앙과 구원 신앙이라는 그리스도교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조명되었다.”(「교부들의 그리스도론」 368쪽)

교회는 그 첫 조치로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 고백을 합니다. 신약 성경 ‘요한의 첫째·둘째 서간’과 초기 교부들인 성 클레멘스 1세 교황,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등은 예수를 그리스도이며 하느님의 아들로 고백합니다. 그리고 144년 마르키온을 파문하지요.

“누군가 여러분에게 예수 그리스도에 대하여 다르게 말한다면 여러분은 귀를 막으십시오. 그분은 다윗의 후손이시고 마리아에게서 참으로 태어나셨습니다. 그분은 먹고 마시셨으며 참으로 본시오 빌라도 치하에서 수난 하시고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 것들이 보는 앞에서 참으로 십자가에 못 박히고 돌아가셨습니다. 그분의 아버지께서 그분을 일으키셨으니 예수님은 참으로 죽은 자들 가운데서 일으켜졌습니다. 그분의 아버지께서는 그리스도 예수를 믿는 우리도 그분을 닮도록 마찬가지로 일으키실 것입니다. 그분 없이는 우리는 참 생명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스미르나인들에게 보낸 편지 7’)

리길재 전문기자 teotokos@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