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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5 등록
한 위격 안에 신성·인성이 온전히 결합된 그리스도
[저는 믿나이다] (50) 예수 그리스도는 참하느님이시며 참인간이시다.
가톨릭교회는 432년 열린 세 번째 보편 공의회인 에페소 공의회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가 참하느님이시며 참인간이시다는 정통 교리를 확립하고 성모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라고 선포했습니다.
당시 그리스도교 신학을 선도하던 두 주류인 시리아 안티오키아 학파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학파는 ‘예수 그리스도는 신성에 따라서는 성부와 같은 본질이시고, 인성에 따라서는 인간인 우리와 같은 본질이시다. 두 본성의 결합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라며 ‘우리는 한 분 그리스도, 한 분이신 성자, 한 분이신 주님을 고백한다’는 신앙 정식(신경)을 공동으로 내놓았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교회의 이같은 신앙 고백에 정면으로 반대해 예수 그리스도에게는 오직 신성(神性)만 있다며 ‘그리스도 단성설(單性說)’을 주장한 이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콘스탄티노폴리스 대수도원장 에우티케스(?∼454)였습니다. 그는 마치 강물이 바다에 흡수되듯 예수 그리스도의 인성이 신성과 결합된 후 흡수돼 오직 신성만 남는다고 했지요.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인성만을 강조한 네스토리우스 이단과 정반대되는 주장으로 성 치릴로 후임으로 알렉산드리아 총대주교가 된 디오스코루스가 에우티케스를 지지함으로써 또 한 번 교회 분열의 위기가 닥칩니다.
성 레오 1세 교황(440∼461)과 동로마 제국의 마르키아누스 황제는 교회 분열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451년 10월 8일 보스포루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콘스탄티노폴리스와 마주하고 있는 칼케돈의 성 에우페미아 성당에서 에페소 공의회 이후 20년 만에 네 번째 보편 교회 공의회를 개최합니다. 이를 ‘칼케돈 공의회’라 부릅니다.
칼케돈 공의회는 600여 명의 주교가 참석해 11월 1일까지 한 달여 진행됐습니다. 주교들은 니케아 신경과 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 치릴로가 네스토리우스에게 보낸 편지, 그리스도의 단일한 인격 안에 신성과 인성이 온전히 결합돼 있다는 레오 1세 교황의 ‘교리 서한’을 차례로 낭독하고 “이것이 사도들의 신앙”이라며 승인합니다. 그리고 에우티케스의 그리스도 단성설을 지지한 디오스코루스 총대주교를 단죄했지요.
다음은 ‘칼케돈 신경’의 핵심 내용입니다. “우리는 모두 거룩한 교부들을 따라 일치된 마음으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한 분이시고 같은 성자이심을 고백하도록 가르친다. 바로 그분께서는 신성에서 완전하시고 같은 분이 인성에서 완전하시며, 같은 분이 참으로 하느님이시고 이성적 영혼과 육체로 이루어진 참으로 인간이시다. 같은 분이 신성에 따라서는 성부와 본질이 같으시고 인성에 따라서는 우리와 본질이 같으시며, 죄 말고는 모든 면에서 우리와 똑같으시다.(히브 4,15 참조) 같은 분이 한편으로는 신성에 따라 시대 전에 아버지에게서 나시고, 다른 편으로는 인성에 따라 마지막 날에 우리를 위해, 우리의 구원을 위해 동정녀이시고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에게서 태어나셨다.
한 분이시고 같은 분께서 그리스도, 외아들, 주님이시며, 두 본성 안에서 혼합되지 않으시고 변화되지 않으시며 분리되지 않으시고 나뉘지 않으시는 분으로 인식되며, 이 외에도 결합으로 인해 본성들의 구별이 없어지지 않으시고, 오히려 두 본성의 각 속성이 보존되며, 하나의 프로소폰(προσωπον)과 하나의 히포스타시스(υποστασιξ)로 결합되신다. 외아들이시며, 하느님이시고, 말씀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두 위격으로 나뉘거나 분리되지 않으시며, 이전에 예언자들이 그분에 관해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 친히 우리에게 가르치신 바와 같이, 그리고 교부들의 신앙 고백이 우리에게 전해 주었듯이 한 분이시고 같은 분이시다.”(덴칭거, 「신경, 신앙과 도덕에 관한 규정·선언 편람」 111쪽,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이 칼케돈 신경에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프로소폰을 우리말 ‘위격’으로 옮겼고, 히포스타시스는 본문 그대로 두었습니다. 이 신학적 의미를 우리말로 명확하게 옮겨줄 단어가 아마 없는 모양입니다. 현재 한국 교회 성서학과 신학 분야에서 저명한 학자들이 공동으로 옮긴 「교부들의 그리스도론」에서도 ‘프로소폰’과 ‘히포스타시스’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칼케돈 신경의 의미를 요약하면서 두 단어를 이렇게 조심스레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신성과 인성 등 두 본성은 유일한 분 안에 결합됨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고유한 차이를 보존한다. 이 유일한 분은 그분의 ‘외적인 드러남’(프로소폰)에서뿐만이 아니라 그분의 ‘심오한 존재’(히포스타시스)에서도 한 분이고 같은 분이시다.”(40쪽) 참고로 우리말 「가톨릭교회 교리서」에서는 히포스타시스를 ‘위격’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칼케돈 공의회는 ‘예수 그리스도는 참하느님이시고 참인간이시며, 신성으로는 아버지 하느님과 동일 본질이며 인성으로는 죄를 제외하고 우리와 동일 본질이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한 위격 안에 신성과 인성이 결합돼 그대로 유지된다’는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핵심 교리를 선포했습니다. 이 칼케돈 신경으로 마침내 그리스도교는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믿을 교리를 규정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마태 16,15)라는 예수님 물음에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마태 16,16)라고 답한 베드로의 고백 이래 초대 교회가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와 하느님에 대한 신앙 고백을 해왔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호부터는 일곱 차례에 걸쳐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의 내용에 관해 집중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리길재 전문기자 teotokos@cpbc.co.kr







